365일 한시-두보杜甫저녁에 날이 개어晩晴

저녁에 날이 개어晩晴/당唐 두보杜甫

返照斜初徹 저녁노을 비낄 때 날 개었는데
浮雲薄未歸 얇은 뜬구름은 아직 남아 있네
江虹明遠飲 밝은 강 무지개 멀리 물 마시고
峽雨落餘飛 내리는 삼협 비 남은 비 뿌리네
鳧雁終高去 오리 기러기 결국 높이 날아가고
熊羆覺自肥 큰 곰 작은 곰 절로 살이 찌네
秋分客尚在 추분에 나그네 아직도 머무는데
竹露夕微微 대나무 이슬 저녁에 함초롬하네

이 시는 두보(712~770)가 766년 55세 때 추분에 백제성 서각(西閣)에 거주할 때 지은 시이다. 두보는 2년 전 성도 초당을 떠나 가족을 이끌고 기주(夔州), 즉 중경을 거쳐 이곳으로 온 것이다. 시 전편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나그네의 정조가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저녁에 날이 개었지만 뜬구름이 아직 남아 있다거나 날씨가 차츰 추워지는 추분에도 아직 나그네로 남아 있다는 수미의 말이 바로 두보 자신의 처지와 심정을 표현하 말이다. 기러기가 날아간다는 말도 시인의 이런 귀향심을 부채질한다. 말은 차분하지만 그 실상은 떠도는 두보의 생활에 매우 위협적인 것이다.

두보 스스로 이런 처지에 처하게 된 것을 5, 6구에서 밝히고 있다. 오리와 기러기가 하늘 높이 나는 것은 현실을 초월한 고답적인 선비를 의미하고, 곰들이 살이 피둥피둥 오르는 것은 자신의 이상을 내 던지고 현실적 이익을 꾀하는 사람을 비유한 말로 보인다. 두보는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고답적으로 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밥만 먹으며 살 수도 없다. 추분에도 나그네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이 부분은 황생(黃生)이라는 사람의 견해인데 다소 무리가 없지 않지만 시 이해에 참고가 되어 소개하였다. 다만 크게 보면 추분에 보이는 사물들에 대해 느끼는 감회를 서술한 것은 분명하다.

3, 4구는 대구로 각 구는 도치구인데 상당히 난해한 구조이다. 보통 5언시는 2,3으로 끊어지지만 이 대목은 의미상으로 볼 때 각 3번째 글자에서 쉬고 나머지 2자를 읽어야 한다. 3번째 글자가 첫 글자의 수식을 받은 두 번째 글자를 후위 수식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2글자는 전후가 도치되어 있다.

그래도 읽을 때는 앞 2글자를 읽고 좀 쉬었다가 3번째 글자를 읽고 다시 쉬었다가 나머지 2글자를 읽어야 한다. 두보 시에는 이런 도치구가 사실 많다. 아니, 두보뿐만이 아니라 한시에는 이런 도치구가 많다.

이런 도치구를 쓰는 것은 운자의 제약을 피하고 말의 긴장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런 도치구를 쓸 수 있는 것은 대구가 되어 있어 말이 앞뒤로 대응되고 이전의 고사나 기본 지식이 있어 해석의 범주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치구를 보면 반드시 이전에 쓰인 말을 확인해서 의미를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

지금 무지개가 멀리 물을 마신다는 것 역시 이전의 시인들이 무지개가 강물이나 우물물을 마신다는 표현을 사용하였기에 가능하며 뒤의 구는 이에 따라 절로 구조가 확정되는 것이다.

추분은 지난주 23일에 지나갔다. 요즘 기온이 떨어져 추분이 실감 난다. 이제 곧 한로와 상강이 다가오고 가을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여행가는 일도 공부하는 일도 모두 서둘러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때이다.

사진 출처 奉节微发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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