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이백李白 고풍 52古風 其五十二

고풍 52 古風 其五十二/당唐 이백李白

青春流驚湍 푸른 봄날 급류처럼 흘러갔고
朱明驟回薄 여름도 벌써 계절이 변하였네
不忍看秋蓬 가을 망초는 차마 보지 못하니
飄揚竟何托 바람에 날리다 어느 곳 머물까
光風滅蘭蕙 해와 바람 난초 혜초를 죽이고
白露灑葵藿 흰 이슬 추규를 축축이 적시네
美人不我期 미인은 내게 마음 주지 않는데
草木日零落 풀과 나무는 날로 시들어 가네

이 시는 이백(701~762)이 언제 지었는지 분명하지 않다. 세상에 등용되지 못하여 회재불우(懷才不遇)의 심경이 반영된 것으로 보아 창작 시기를 개원 연간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목의 ‘고풍(古風)’은 고체시라는 의미이다. 고체시는 근체시와 대비되는 말로 평측이 자유롭다는 것이 근본적인 차이다. 따라서 고풍, 즉 고시는 표현이나 고사의 인용이 근체시에 비해 훨씬 자유롭다. 이 제목에 59수가 편집되어 있다. 이는 이백이 일시에 다 지은 것이 아니고 후대 편집자가 고시를 고풍이란 제목 아래 모은 것일 뿐이다. 그러니 엄격히 따지면 이는 제목이 아니라 일종의 분류 개념이므로 소속된 각 시의 첫 구를 제목처럼 삼는다.

경단(驚湍)은 놀랄 정도로 세찬 여울물을 말한다. 봄날이 그만큼 빨리 지나간다는 말이다. 주명(朱明)은 여름이고 회박(回薄)은 계절이 순환하여 변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박(薄)은 박(迫)의 뜻이다. 봉(蓬)는 망초를 말하는데 여기선 흔히 비봉(飛蓬)이라 하여 늦가을에 이리저리 떠다니는 것을 말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것이다. 대신 쑥은 호(蒿)라고 주로 쓴다.

광풍(光風)은 비가 그친 뒤에 해가 나고 바람이 초목에 불어 그 잎이 뒤집히며 햇빛에 반짝거리기 때문에 이런 말이 생긴 것인데 여기서는 여름 장마가 지나고 가을 햇살과 바람이 난초와 혜초의 잎을 시들게 하여 죽이는 것으로, 그 기원은 《초사》,《초혼(招魂)》이다. 뒷 구절에 나온 규곽(葵藿)은 ‘아욱이나 콩’이란 의미도 있지만, 여기선 규화(葵花), 즉 추규(秋葵)를 말하는 다음사(多音詞)이다. 시문에선 추규와 함께 향일규(向日葵)라고 흔히 쓰며 한글 문헌에 ‘바라기’라고도 되어 있다. 이 풀이 해를 향해 돌기 때문에 충성심을 은유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시골에선 이를 보통 닥풀이라 하는데 닥나무로 한지를 만들 때 아교 대신 접착제의 용도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개화기 때 서양의 해바라기가 들어와 이 풀의 이름을 가로챈 것이 마치 계수나무의 사례와 같다.

따라서 여기 사용된 시어 혜란(蘭蕙)과 규곽(葵藿)은 재능과 도덕을 갈고 닦은 고결한 시인 자신을 말하고 앞에 나온 햇빛과 바람, 흰 이슬은 흘러가는 세월의 무상함이라 할 수 있다.

불아기(不我期)는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라는 말이 아니라 ‘나와 기약하지 않는다.’는 말이니, 미인이 짝사랑하는 나의 마음을 알아 그 마음을 받아들이고 언약을 맺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 시는 이렇게 시구 하나하나에 은유와 상징이 있다. 각각의 시구에 대한 이해는 이쯤 하면 될 것이다. 이 시 이해의 큰 틀은 원나라 때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소사빈(蕭士贇)의 의견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그는 이 시가 굴원의 <이소(離騷)>에서 왔다고 하면서 다음의 구절을 지목하였다.

日月忽其不淹兮 세월이 머물지 않고 흘러가니
春與秋其代序 봄과 가을 그 계절이 바뀌네
惟草木之零落兮 풀과 나뭇잎 시들고 떨어지니
恐美人之遲暮 미인을 더니 만날까 걱정이네

자신의 몸을 깨끗이 닦을 줄만 알았지 세월이 가는 것을 모르다가 가을이 와서 풀과 나무가 시들어가는 것을 보고 미인이 때에 맞추어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군자를 등용해줄 임금을 미인에 가탁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대목을 인용하고 소사빈은 이렇게 말했다.
“이백이 지은 이 편의 시의는 모두 여기서 온 것이다. 미인은 당시 군주를 비유한 것이다. 시대가 나를 써 주지 않아 늙음이 장차 닥쳐오려 한다. 재주를 가지고 있지만 세상에 버림을 받고 있으니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이 내용은 청나라 왕기(王琦)가 주석을 낸 《이태백전집》에 있는 내용이다. -중화서국 본은 이 책을 가공하고 가감한 것이다. – 이 말에 따로 가감할 것이 없어 그대로 번역하여 소개한다.

南宋 马远, <洞庭风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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