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각박안경기初刻拍案驚奇 제5권 2

제5권 신의 중매로 장덕용은 호랑이를 만나고
길일에 맞춰 배월객이 사위가 되다
第五卷 感神媒張德容遇虎 湊吉日裴越客乘龍

삼월 초사흘
늦출 수도 당길 수도 없네
물이 얕아 배가 걸리면
범이 나타나 사람을 물어가리
놀라긴 크게 놀라도
길하긴 크게 길하리라
배월객은 그것을 보았으나 그 뜻을 알 수가 없어 노인에게 물었다.

“저는 금년 장상서 댁과의 혼사를 조만간 치르게 되어서 길흉을 여쭤본 것인데, 3월 3일이란 건 무슨 말씀이시오?”

“그게 바로 혼기 옳습니다.”

“혼사 날은 이미 결정됐고, 절대 그렇게 나중은 아니오. 당신이 날짜를 틀리게 점친 거요.”

“도련님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이 늙은이가 하는 말은 하나도 틀림이 없습니다.”

“‘물이 얕아 배가 걸리면 범이 나타나 사람을 물어가리’라는 말은 아무래도 상서롭지 못한 말인 것 같은데?”

“꼭 상서롭지 못한 것도 아닙니다. 나중에 아시게 될 겁니다.”

이노인은 이렇게 말하고는 작별하고 떠났다.

바야흐로 들뜨고 기쁜 마음으로 혼사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중 뜻밖에도 보궐(補闕), 습유(拾遺)2 등의 관직에 대한 인사가 불공정했다는 이유로 장상서를 탄핵하는 상소문이 올라가 결국 ‘장호를 의주(扆州)의 사호(司戶)로 폄적시키니 즉시 떠나도록 하라’는 성지를 받들게 되었다. 이에 장상서는

“이지미의 말이 증험을 보이는구나.”

하며 탄식하고는 곧 중매인을 시켜 배복야 댁에 가서 내년 삼월 초사흘에 의주에서 혼사를 올리는 것으로 하자고 전하도록 했다. 그리고는 식솔들을 데리고 한밤중에 유배지로 향하였다. 원래 당나라 때는 고관이 좌천되면 매우 냉대를 받았는데, 친지들도 기피하며 그다지 왕래하려 하지 않았다. 조정에서 또 무슨 예상치 못한 조치를 취할지 몰라 늘 마음을 졸였던 것이다. 그래서 장상서 역시 배씨 집안과의 혼사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한편 배월객은 장상서 집안의 소식을 듣고 크게 놀라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이지미의 점괘가 정말 정확하구나. 결국 그가 말했던 그 날짜대로 되었어.’

미리 잡아놨던 길일을 헛되이 보내버리게 되니 답답하고 울적하기만 했다. 그렇게 해서 설을 지내고 새해가 시작되자 곧 차비를 갖추고 혼사를 위해 의주로 향했다.

배월객이란 사람은 호사스런 귀공자인지라 씀씀이가 커서 대형 선박에 짐과 필요한 물건들을 가득 싣고 수십 명의 집안사람들과 예닐곱 명의 하녀, 예닐곱 명의 머슴아이들을 태우고 날을 택해 출항하였다. 월객은 날개를 달고 구름을 올라타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면서 곧장 의주로 향했다. 며칠을 가니 이미 2월은 다 끝나 가는데 배가 너무 크고 짐이 무거워 하루에 1백 리를 가지 못했다. 게다가 얕은 곳을 지나느라 배가 걸려 며칠을 지체하다가 겨우 배를 움직일 수가 있었으나, 의주까지는 아직도 3백 리의 거리가 떨어져 있는 터라 월객은 애간장이 탔다. 장상서 댁에서는 그가 가고 있다는 것을 모를 테니 무슨 수를 내지 않으면 약속한 날짜를 어기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배를 타고 가면서 한편으로는 집안사람 한 명을 보내 강가 역참에서 빠른 말 한 필을 빌려 먼저 의주로 가서 소식을 전하도록 했다. 그 집안사람은 밤에도 쉬지 않고 달려 의주에 들어가 소식을 알렸다.

한편 장상서는 먼 곳으로 좌천되어 와있는 터라 늘 계속 걱정이 되고 답답했다. 게다가 배가의 마음이 어떤지도 알 수 없었고, 먼 길을 마다않고 약속을 지키러 올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이렇게 마음속으로 불안해하던 차에 그 소식을 듣고 배월객이 이미 길에 올라 곧 도착하리라는 것을 알고는 너무나 기뻤다. 안으로 들어가서 권속들에게 말을 하니 모두들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삼월 초이틀이었으므로 장상서는 이렇게 말했다.

“내일이 바로 길일인데 어떻게 올 수가 있겠어? 하지만 배군이 온 후 다시 날짜를 정해도 늦진 않겠지.”

이날 밤 덕용 소저의 혼사 날이 가까워오자 미리 그녀에게 비녀를 꽂아주고 뒤편 화원에 연회자리를 마련하여 집안의 친정 여인네들을 불러다 덕용에게 화장을 해주고 술잔을 따라주었다. 이 화원은 관사에서 반 리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의주란 곳이 산이 깊은 곳이라 관사 주변은 모두 빽빽한 숲이고 산속이나 다름없었지만 매우 조용하고 경치가 좋았다. 덕용 소저는 집안 여인네들과 함께 마음껏 놀았다. 술자리가 끝나고 날이 이미 저물자 모두들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여인들은 어떤 이는 앞에서 또 어떤 이는 뒤에서 웃고 떠들며 걸어가고 있었다.

한참 떠들썩한 바로 그때 일진광풍이 몰아치더니 대나무 숲에서 맹호 한 마리가 솟구치며 뛰어나와 덕용 소저를 물고 가버렸다. 여인네들은 깜짝 놀라 뿔뿔이 도망쳤고 그 호랑이는 벌써 숲속으로 들어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좀 진정이 되어 상서에게 달려가 알리니 온 집안은 울음바다가 돼버렸다. 그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 사람들을 좀 모으긴 했지만 서로 멀뚱멀뚱 쳐다만 볼 뿐 속수무책이었다. 저마다 횃불을 들고 사방을 비춰보긴 했어도 어디로 가야 그녀를 구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밤새 법석을 떨었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날이 밝자 장상서는 눈물을 머금고 인부들을 시켜 유골을 찾도록 하였다. 그러나 온 산과 들을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장상서가 너무나 괴로워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한편 배월객은 이미 의주 경내로 들어와 석천강(石阡江)에 있었다. 그 강은 온통 바위투성이라 무거운 배는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 아예 갈 수가 없었다. 이미 삼월 초이틀인데 아직도 몇 십리나 떨어져 있었기로 배월객은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가서야 어떻게 내일까지 도착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는 속이 타고 열불이 나서 뱃사람들에게 성질을 내며 호통을 치자, 뱃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이건 성내셔서 될 일이 아닙니다. 저희들도 도착해서 잔치 술 먹기를 얼마나 기다리는데 여기서 지체되는 걸 누가 참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바로 내일이 길일인데 이렇게 지체되다가는 어떻게 되겠어?”

“다만 배가 너무 무거운 것이 문제니, 얕은 곳에 걸리는 것만 어떻게 해보면 됩니다. 만약 빨리 가길 바라신다면 사람들을 뭍으로 올려 보내야만 배가 가벼워서 잘 갈 수 있습니다.”

“아, 그거 좋은 생각이네.”

배월객은 마음이 다급한지라 배를 멈추게 해서 훌쩍 뛰어 강기슭에 내려서는 집안사람들을 오라고 하였다. 하인들은 주인이 벌써 강가에 오른 것을 보자 누구도 감히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한꺼번에 이십여 명이 내리니 배는 금세 가벼워졌다. 배월객이 앞장을 서고 하인들은 그 뒤를 따라 곧장 걷기 시작했다. 배는 전보다 움직이기가 훨씬 쉬워져 배는 배대로 강물을 따라 그들과 나란히 앞으로 나아갔다. 4․5리쯤 가니 날이 곧 어두워지려 하는데 강가에 판잣집 한 채가 있는 것이 보였다.

집 안에는 대나무 침상 하나가 있었다. 월객은 집 안으로 들어가 머슴아이에게 대나무 침상을 닦으라고 하고는 앉아서 잠시 쉬었다가 계속 가기로 하였다. 하인들 중 일부는 배월객의 좌우에, 또 일부는 문밖에 서서 쉬고 있는데, 문득 숲속에서 쏴쏴 하는 바람소리가 들렸다.

이때는 달빛과 별빛이 있어서 그다지 또렷하지는 않았지만 어렴풋하게나마 볼 수가 있었다. 바람소리가 나는 듯한 곳에 어떤 물체 하나가 재빠르게 움직여 집 근처로 다가왔다. 자세히 보니 다름 아닌 호랑이 한 마리가 물건 하나를 등에 지고 오는 것이었다. 모두들 놀라서 황망히 판잣집 안으로 숨었고, 그 호랑이는 두리번거리며 바로 집 앞까지 왔다. 사람들은 일제히 판잣집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고, 어떤 사람은 채찍으로 판자를 후려 쾅하고 울리는 소리가 진동했다. 호랑이는 판잣집 옆쪽으로 가서 지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몸을 한 번 부르르 떨더니 사람들이 소리치는 것을 듣고는 약간 겁을 먹은 듯 어흥 하고 크게 한 번 울고 나는 듯이 뛰어 산속으로 가버렸다. 사람들이 집 틈새로 내려놓은 그 물건을 보니 꼭 사람처럼 생겼고 또 약간 움직임이 있는 것 같았다. 잠시 있다가 호랑이가 멀리 가버렸을 것이라 생각하고 식은땀을 훔치며 모두들 나와서 보니, 역시 사람이었고 입에는 아직 가느다란 숨이 남아있었다.

이에 배월객에게 가서 말하니 월객은 사람들에게 그 사람을 구하게 하고는 또 황급히 배를 강가에 대게 했다. 사람들이 그 사람을 들쳐 메고 배에 오르자, 호랑이가 다시 찾아올까봐 빨리 닻줄을 풀고 출항하도록 했다. 배를 타고 한참을 가다가 월객이 불을 켜서 보게 하자 선창에 있던 하녀들이 모두 촛불을 켜 배 안이 밝아졌다. 그 사람을 보니,

눈썹은 버들가지처럼 늘어졌고, 얼굴은 활짝 핀 연꽃인 양, 헐떡이는 숨은 고르지 않고, 놀란 가슴 아직 가라앉지 않아 전전긍긍. 헝클어진 머리에 고개를 떨군 것이 술에 취해 부축되어 말 위에 오르는 양귀비 같구나. 눈은 감겨 있고 입술은 열려 있어 마치 잠시 죽었다 깨어난 두려낭(杜麗娘)인 듯, 얼굴은 열 일고여덟은 돼 보이고 세상에 둘도 없이 아름답구나

월객은 그 여인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깜짝 놀라

“이 여인의 용모와 복장을 보아하니 절대 보통 시골집 사람은 아니야.”

라고 하고는 하녀들에게 정성껏 돌보게 하였다. 하녀들은 부드러운 이불과 요를 깔아 놓고 그녀를 안아다 침상 위에 눕혔다. 옷을 벗기다 보니 옷이 온통 나무가시에 찢겨져 있었으나 다행히도 몸은 조금도 다친 흔적이 없었다. 하녀 하나가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를 단정하게 빗겨주고 쪽을 지어 수건으로 묶어주었다. 그리고는 생강탕을 가져다 먹여주니 그녀는 입을 살짝 열어 삼켰다. 그러자 또 죽을 쒀서 그녀에게 떠먹여주었다. 그렇게 한나절 동안 보살펴주자 정신을 차리고 안정이 되는 듯했다. 그런데 그녀가 문득 고개를 들고 눈을 떠보니 앞에 있는 사람들 중에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지라, 한바탕 울고는 다시 잠이 들어버렸다.

그곳에 있던 하녀들이 그녀에게 어떻게 해서 여기로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호랑이를 만나게 되었는지 물었으나, 그녀는 그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들이 아무리 말을 걸어도 끝내 한마디도 대답하려 하질 않았다.

차츰 날이 밝아 강기슭에 사람들이 다니기 시작하자, 이쪽 배에서도 뱃사공을 시켜 닻줄을 걸게 했다. 이때는 의주성에서 불과 삼십 리 떨어져 있었는데, 앞에서 오는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장상서 댁 둘째 따님이 어젯밤 화원에서 놀다가 호랑이에게 물려가 지금껏 시체도 못 찾았대.”

“설마 옷까지 다 먹어치웠겠어?”

뱃사공은 그 말을 듣고서 간밤에 있었던 일을 생각해 보니 뭔가 좀 이상했다.

“배에 있는 그 여자가 바로 저 사람들이 말하는 그 여자 아닌가?”

그리하여 곧 한 사람을 배에 태워서 길에서 사람들이 하던 말을 월객에게 보고하게 하자 월객은 놀라며

“그 말대로라면 호랑이에게 해를 당한 것은 바로 내가 약혼한 그 낭자야. 우리가 구해준 그 여인이 바로 그녀가 아닐까?”

하고는 급히 똑똑한 하녀 하나를 불러다 이렇게 분부했다.

“너는 가서 조금 전에 구해줬던 낭자에게 혹시 장상서 댁의 덕용 소저가 아닌가고 물어보거라.”

하녀가 그 말에 따라 가서 물었더니, 그 여자는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고는 통곡하며 물었다.

“당신들은 누군데 내 이름을 알죠?”

“이 배가 바로 배나리 댁의 배여요. 마침 아가씨의 혼사 날에 맞춰 가는 중인데, 배가 너무 더디 가서 제날짜에 대지 못할까봐 나리께서는 할 수 없이 강가로 올라가 걸어서 가고 계셨어요. 그런데 아가씨를 구해서 배에 태울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요? 역시 하늘이 정해주신 연분인가 봐요.”

소저는 그제서야 비로소 안심하고는 자초지종을 말해주었다.

“화원에서 호랑이를 만난 후 줄곧 마치 구름에 올라탄 것 같았는데, 얼마나 먼 길을 갔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틀림없이 죽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호랑이가 땅에 내려놓았을 때는 이미 정신을 잃었지요. 그런데 나중에는 어떻게 된 일인지 배 위에 있더군요.”

하녀는 그녀를 구하게 된 전말을 한차례 이야기해주고는 월객에게 가서 알렸다.

“바로 그 아가씨예요.”

월객은 무척 기뻐하며 편지 한 통을 써서 사람을 보내 의주 장상서 댁에 급히 소식을 알리게 했다. 장상서는 마침 딸의 시체도 찾지 못하고 있는 데다 또 사위가 곧 도착한다고 하여 침통해 마지않고 있었는데, 배씨 집안의 하인이 편지를 가지고 왔다고 하니 더욱 감정이 복받쳤다. 그런데 편지를 뜯어보니 이렇게 쓰여 있는 것이었다.

혼례에 맞춰 가다보니 강에서 배가 지체되었습니다. 그래서 육로를 따라서 배와 나란히 가고 있는데, 갑자기 호랑이가 따님을 등에 지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놀라서 쫒으니 호랑이는 가버리고 사람은 다치지 않았더군요. 지금 배에 잘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할 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사위 배월객 배상.

상서는 보고 나서 한편으로는 놀랐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뻐, 안으로 들어가 말해주었더니 모두들 기이한 일도 다 있다며 감탄하였다.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기이한 일이니 아마도 길일에 대지 못하게 되자 천지신명께서 그렇게 해주신 것 같아요. 지금 그 애가 배군의 배에 있다니 오늘 아침에 혼례는 치를 수 있겠어요.”

“그래, 맞는 말이오.”

부인의 말에 장상서가 맞장구치며 곧 빠른 말 한 필을 준비하도록 하여 종자들을 거느리고 한 시진도 못돼서 배월객의 배에 도착했다. 장인과 사위는 서로 만나자 너무나 기뻐했다. 장상서는 딸을 보자 슬프고도 기뻐 한동안 위로해주고는 배월객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네에게 알려줄 것이 있는데, 오늘 일은 작년에 이지미가 이미 예언했었다네. 혼례는 반드시 오늘이어야 한다고 말이야. 어제 저녁만 해도 나는 자네가 제시간에 도착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오늘 이 좋은 날에 절대 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신기한 일이 생겨서 내 딸을 자네의 배로 데려다줄 줄이야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지금 자네 배가 성까지 도착하려면 물길이 가기 어려워 틀림없이 시간이 부족할 걸세. 그러니 차라리 여기 자네 배에서 화촉을 밝혀 혼사를 치르고 내일 느긋하게 집으로 가는 것이 나을 것이네. 그러면 이런 좋은 날을 놓치지 않게 되잖나?”

배월객은 그 말을 듣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장인의 말이 아니었다면 작년에 이지미가 썼던 여섯 구절을 잊을 뻔했구나. 처음 두 구절은 ‘삼월 초사흘, 늦출 수도 앞당길 수도 없네’라고 했지. 나는 배를 타고 오면서 그저 늦게 될 거야 하며 의심하고 있었는데, 지금 호랑이가 보내줘서 정확히 오늘에 맞추게 되었구나. 중간 두 구절은 ‘물이 얕아 배가 걸리면 범이 나타나 사람을 물어 가리’였지. 처음에 나는 상서롭지 못한 말이라고 했었지만, 이런 기이한 일을 말한 것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 마지막 두 구는 ‘놀라긴 크게 놀라도, 길하긴 크게 길하리라’였는데 과연 이번에 정말 적잖이 놀랐지. 그런데 뜻밖에도 그로 인해 길일에 맞추게 될 줄이야. 이지미는 정말 신선이로구나!’

장상서는 곧 배에서 사람들을 나누어 빈상을 부르고 술자리를 만들도록 했다. 그리하여 우선 배 안에서 혼례를 치르고 친척들에게 연회를 베풀었다. 혼례를 마치고 나서 장상서는 다시 말을 타고 먼저 돌아가 다음날 배가 도착하면 딸과 사위를 맞아들이기로 했다. 이날 밤 배월객은 마침내 덕용 소저와 배 안에서 원앙 휘장으로 함께 들어가게 되었고, 젊은 부부는 지극한 즐거움을 누렸다. 이튿날 배가 도착하자 함께 뭍에 올라 장모와 여러 친지들에게 인사를 드렸다. 장상서의 부인과 고모, 이모, 자매 등 집안의 모든 사람들은 덕용 소저를 보고는 마치 꿈속에서 만난 듯하여 너무도 기쁜 나머지 오히려 눈물을 떨구는 이도 있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길일에 댈 수 없게 되니까 천지신명이 감응하여 맹호를 보내서 중매를 삼은 거예요. 백 리 길인데 눈 깜짝 할 사이에 보내 주었으니, 지금껏 이토록 기이한 일은 없었어요.”

이 이야기가 밖으로 전해지자 다들 놀라며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하였다. 민간의 각처에서는 호랑이가 중매한 것을 기리는 사당을 세웠고, 혼인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사람이 경건한 마음으로 정성스레 기도하면 효험을 보지 않는 자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귀주성(貴州省)과 섬서성(陝西省) 일대에서는 향불이 끊이지 않는다. 이 당시 다음 여섯 구절의 말이 생겨났다.

신선 지미, 점괘 신통하구나. 호랑이는 신의 차사, 길일을 안 놓치네.
이런 중매인은, 손님 접대는 어렵지.

2 보궐(補闕), 습유(拾遺): 황제에게 간언을 올리는 간관(諫官)의 명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