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설古今小說- 새 다리 시장에서 한오가 춘정을 팔다新橋市韓五賣春情 2

새 다리 시장에서 한오가 춘정을 팔다 2

오산의 가겟집은 이층집으로 가게는 아래층에 있고, 가게 위는 비어 있으며 그 비어있는 옆방에 한오 일행이 머물고 있는지라 남의 일에 신경 쓰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오산이 한오의 방에 들어가 한참이나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서는 이층의 빈방을 통해서 한오가 기거하는 방을 엿보다가 오산과 한오가 운우지정을 나누는 그 순간을 모조리 다 목도한 것이라.오산이 다시 가게로 나오자 그 호사가들은 모두들 큰소리로 오산을 놀렸다.

“나리, 감축드리나이다! 감축드리나이다!”

오산은 처음에야 저들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저들이 나랑 한오 사이를 눈치챘단 말인가하고 생각을 하다가 나중에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불쑥 한마디를 내뱉었다.

“아니 갑자기 뭘 축하한단 말이오?”

그 이웃사람 가운데 한오와 오산이 정을 통하는 것을 모조리 훔쳐본 심이랑沈二郞이 이렇게 소리를 쳤다.

“아니 무슨 딴청을 부린단 말이요, 금비녀를 뽑아 이층으로 올라가던데, 그래 이층에서 무슨 일을 하셨나?”

오산은 심이랑이 핵심을 찌르는 말을 하니 속으로 찔려서 아무 소리로 못하고 그저 발걸음을돌려 자리를 모면하고자 하였다. 사람들이 오산을 가로막고 이렇게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우리들 돈을 추렴하여 축의금을 전달해야겠어.”

오산은 사람들이 소리치는 걸 못 들은 척하고는 서쪽 사는 외삼촌 반씨네 집에 가서 점심이나 먹자고 작정하였다. 오산은 점원한테 저울을 달라고 해서 물건 살 은 두 냥을 달아가지고는 소맷부리 안에다 넣어두었다. 한참을 지체하고는 오후 늦게 가게로 돌아오니 점원이 오산을 맞았다.

“새로 들어온 분들이 나리에게 약주를 대접한다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마침 이때 한오의 심부름꾼인 노복이 나와서 말을 전했다.

“나리, 대체 어디 계셨어요? 찾느라고 너무 애를 먹었사옵니다. 지금 안에서 술상을 봐놓고서 나리를 청해 대접하고자 하옵니다. 오늘 저희가 모실 분들은 나리와 가게 보는 점원 이렇게 밖엔 없사옵니다.”

오산은 점원을 대동하고서 안채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니 생선, 고기, 과일에다 술이 잘 차려져있었다. 오산이 주빈 자리에 앉고 한오가 마주보고 앉았다. 그리고 점원이 옆에 이렇게 셋이서 같이 앉았다. 노복이 술을 걸러 건네니 셋은 술을 주거니 받거니 마셨다. 점원이 눈치를 살피더니 가게 문을 닫는다는 핑계를 대고서 자리를 떴다. 오산은 평소에 주량이 세지는 않았지만 점원이 자리를 비켜주니 한오와 같이 맘껏 술을 들이켰고 이내 술기운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오산은 소맷부리 안에서 은자를 꺼내어 한오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그대에게 할 말이 있소. 이번 일은 아무래도 내가 잘못한 것 같소. 게다가 동네 사람들도 다 눈치를 채고서 나를 조롱하고 있소. 이 소식이 우리 부모 귀에 들어가 부모님들이 알게 되면 정말 안 될 일이오. 게다가 이곳은 이목이 많은 곳이고 말이 많은 곳이니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소문을 내면 산통이 다 깨지고 불행한 일이 생겨날 것이니 그대는 내 말을 듣고 조용한 곳을 찾아가서 지내도록 하시오. 그러면 내가 자주 틈내어 그대를 보살펴 주겠소.”

“알겠나이다. 어머니와 상의하여 보겠나이다.”

이 때 노복이 다시 차를 두 잔을 가져왔다. 차를 마시고 나서 두 사람은 다시 서로의 몸을 탐닉하였다. 오산은 문을 나서면서 다시 한오에게 당부하였다.

“이제 나는 다시 여기를 찾아오지 않을 것이오. 괜히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 좋을 것이 없소. 다른 머물 곳을 정하면 노복 편에 나에게 알려주길 바라오. 내가 꼭 찾아보리다.”

말을 마치고 오산은 가게로 가서 점원에게 이런저런 당부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한오가 오산을 떠나보내고 나니 해는 이미 뉘엿뉘엿, 위층에서 화장을 지우고,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와 저녁밥을 먹고서 오산이 이사 갔으면 한다고 하는 말을 어머니에게 전하고는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통통한 부인은 노복을 시켜 조용히 이웃의 반응을 살펴보라고 하였다. 노복은 집을 나서서 한참을 두리번거리다가 장대랑네 쌀가게에 잠시 앉아 있으려니 동네 사람들이 오가며 하는 말이 온통 오산과 한오의 이야기라. 노복이 집에 돌아와 통통한 부인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곳은 워낙 말이 많이 나는 곳이라 오래 머물 곳이 못 되겠사옵니다.”

“성안에 머물 때는 꼰지르는 놈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이사 나와 오랫동안 평안하게 머물 곳을 찾아 이곳에 왔더니 또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참 사람일이란 알 수가 없네.”

부인네는 연거푸 한숨을 쉬어댔다. 그러는 한편 남편에게 새로운 거처를 알아보게 하였다. 동시에 이웃의 동정을 살펴서 어찌 대응할지를 고민하기로 하였다. 오산은 그날 집에 돌아온 다음부터 아무래도 그 일이 소문날 것 같아서 부모에게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아니하고 그저 몸이 불편하다고 핑계를 대고 가게에 나가보지도 않으니 점원이 알아서 대신 장사를 맡아 하였다. 한오는 혼자서 집에서 지내는 게 영 습관이 되지 않아서 결국노복을 시켜 예전의 단골들을 불러들여 장사를 하였다. 이웃사람들은 처음엔 한오가 오산한테만 꼬리를 치는 줄만 알았으나 나중에 남자들의 발걸음이 끊어지지 않는 것을 보고서는 한오가 소문난 논다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웃사람들 가운데에서도 제법 말참견하기 좋아하는 자들은 이걸 그만 두고 보지를 못하였다.

“우리 동네는 본디 깔끔하기 그지없는 동네인데, 어찌 그렇게 더러운 족속들이 우리 동네에 들어왔지. ‘간통은 결국 살인을 부른다’는 옛말도 있잖아. 여기저기서 다툼이 일어나면 결국 인명이 상하기 마련이고 그런 여파가 우리 동네 어디고 미치지 말라는 법이 없잖아.”

노복이 이런 소리를 듣고서는 냉큼 안으로 들어가 통통한 부인에게 전했다. 통통한 부인은 그말을 전해 듣고서 어디가 하소연할 데도 없고 하여 괜히 늙수그레한 부인에게 바가지를 긁는다.

“그래 나이만 처먹어가지고 도대체 뭐하는 거야? 나가서 저런 황당한 소리나 하는 놈들 주둥아리를 못 열게 욕이라도 해주지.”

늙수그레한 부인네는 그 말을 듣더니 진짜로 문 앞으로 나가더니 욕을 해대었다.

“어떤 시러베자식들이 여기 와서 감히 허튼소리를 하는 거야! 감히 나하고 상대하고 싶은 놈들 있으면 다나와 보라고. 누구는 뭐 주변에 사람도 없는 줄 알아.”

“이런 빌어먹을 할망구를 다 봤나. 니들이 한 구린 짓은 생각도 안 하고 외려 우리들한테 욕을 퍼부어.”

가게를 열고 있던 심이랑이 늙수그레한 할망구하고 또 한바탕 말싸움을 하려고 드니 옆에 있던 사람이 말렸다.

“그냥 내버려둬요. 저 다 죽어가는 노인네하고 싸워서 뭐하겠다고. 놔둬요 그냥 제풀에 나가떨어지게.”

늙수그레한 부인은 계속 뭐라고 소리를 질러대다가 아무도 대꾸하는 자가 없자 그냥 슬그머니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웃사람들은 오산의 가게로 몰려가서 점원을 붙잡고 말하였다.

“저런 근본 없는 사람을 여기서 살도록 내버려두다니 니가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거구만. 그래 젊은 아낙은 그렇다 쳐도 나이든 할망구까지 저렇게 사람들한테 욕을 해대니. 니도 귀가 있으니 들었을 거 아녀. 우리가 지금 오방어 댁으로 찾아가서 이 일을 이야기해줄 거구만. 아마도 그러면 너한테도 그다지 좋지는 않을 거야.”

“아이고 이거 왜 그러십니까? 우리 현명하신 어르신들이 조금만 참으시면 좋겠구먼. 그렇지 않아도 낼 모레면 바로 이사 간다고 했어요.”

사람들이 궁시렁대다가 떠나갔다. 이 때 점원이 안으로 들어가 통통한 부인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야겠어요. 안 그러면 우리가 곤란해질 것 같아요. 상황이 이러니 억지로 여기 머물러 보아야 좋을 게 하나도 없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도 남편이 성안에 집을 구하고 있으니 조만간 바로 이사갈 겁니다”

통통한 부인이 한오에게 일렀다.

“우리가 내일 아침이면 성안으로 이사하지 않느냐? 오늘 노복을 시켜 오산에게 이 사실을 몰래 알리도록 하라. 오산 부모가 눈치 채지 못하게 각별히 주의하라고 하고.”

노복은 명령을 받들고 새다리 시장에 있는 오방어의 포목 가게로 찾아와 바로 가게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가게 맞은 편 집의 처마 밑에서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산이 가게에서 나오다 한오의 노복을 발견하였다. 오산이 황망히 노복에게 달려와 노복을 이끌고 평소 알고지내는 비단가게 집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아니 무슨 일이오?”

“우리 아씨 마님이 나리의 명령을 받들어 내일 성안으로 거처를 옮긴다고 합니다. 하여 오늘 특별히 저를 보내어 나리께 말씀을 전하라고 하였습니다.”

“참으로 잘되었네. 한데 성안 어느 곳으로 거처를 옮기신다는 건가?”

“유혁영遊奕營 양모채羊毛寨 남쪽 횡교가橫橋街입니다.”

오산이 수중의 은자를 꺼내어 헤아려보니 약 2전이라 이것을 심부름 온 노복에게 주고선 말했다.

“가는 길에 약주라도 한 사발 들이켜라. 낼 아침 이사하는 날 내가 직접 살펴보러 간다고 전해라.”

노복은 은자를 받아들더니 고맙다고 인사를 올리고는 돌아갔다. 한편 오산은 다음 날 아침 9시경 심부름꾼인 수동을 앞세우고 비단 다리歸錦橋 옆의 과자가게에 들러 마른 과일 두 봉지를 사서 들리고는 회색 다리 장터灰橋市에 있는 가게로 왔다. 점원을 불러 그동안 생사를 판 장부를 맞춰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 한오 모녀와 인사를 나누고는 수동에게 들려서 가져온 마른 과일 봉지와 자신이 수중에 지니고 온 은 석 냥을 꺼내주면서 말하였다.

“약소하지만 이 마른 과일은 차랑 같이 드시고, 이 은 석 냥은 아쉬운 대로 이사비용으로 우선 보태 쓰시지요. 이사한 집이 정리되는 대로 내가 찾아가보리다.”

한오는 마른 과일과 은 석 냥을 받아들었다. 한오와 그 어미는 일어나 감사 인사를 하였다.

“이렇게 중한 은혜를 입었으니 이를 어찌 감당한단 말입니까?”

“무슨 그런 말씀을! 나중에 차차 왕래합시다.”

인사를 나누고 보니 한오 집의 짐 상자가 이미 배에 다 실려 있었다.

“나리 언제 소첩의 집을 찾아주시겠나이까?”

“너 닷새 지나면 내가 바로 찾아가리다.”

한오 가족은 오산과 작별인사를 하고서 그날로 성안으로 들어갔다.이곳을 떠난다하나,어딘들 살 곳이 없으랴.

한편 오산은 여름이면 더위를 먹곤 해서 얼굴이 해쓱해지고 쉬 피곤을 느끼기도 하곤 했다. 때는 바야흐로 6월 초순, 오산은 의원을 청하여 침도 놓고 등에다가는 뜸도 뜨고 하며 집에서 보양을 하면서 가게에는 나가지 않았다. 마음속으로야 오매불망 한오 생각뿐이지만 뜸을 뜨느라등이 쑤셔대니 운신할 수가 없었다. 한오는 5월 17일에 횡교가로 이사했다. 횡교가는 군영에서 근무하는 군속 가족들이 대부분이라 한오 영업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동네도 너무 외떨어져 있어 도대체 인적 자체가 드물었다. 통통한 부인이 한오에게 말하였다.

“아니, 오산이 사나흘 안에 바로 찾아온다고 하더니 한 달이 다되어도 도대체가 코빼기도 안 보이는구먼. 그가 이 근처에 오면 우리한테 들리지 않을 리가 없는데.”

“심부름꾼한테 회색 다리 장터에 있는 가게에 가서 그 사람을 한 번 만나보라고 하시지요.”

한오의 노복은 간산문艮山門을 빠져나와 회색 다리 장터에 있는 가게로 가서 점원을 찾았다.노복을 보고서 점원이 말하였다.

“무슨 일로 오셨소이까?”

“오씨 나리를 뵈러 특별히 찾아왔습니다.”

“나리는 집에서 침과 뜸으로 치료를 받으시느라 이곳에 나오지 않으신 지가 꽤 되었습니다.”

“그럼 나리에게 제가 이렇게 찾아왔다가 못 뵙고 돌아간다는 말을 꼭 좀 전해주시오.”

노복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아니하고 점원에게 하직 인사를 하고 바로 길을 되짚어 돌아가 한오에게 오산의 소식을 전하였다. 한오는 그 말을 듣더니 이렇게 말하였다.

“어쩐지 찾아오지 않는다 하였더니 집에서 침과 뜸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군.”

그날 한오는 어미와 상의를 하여 노복을 시켜 돼지 내장을 사서 그 안에다 찹쌀과 연밥을 집어넣은 다음 잘 삶았다. 다음 날 아침 한오는 먹을 갈아 붓을 들어 종이에 편지를 쓰니:

비천한 소첩 새금賽金이 감히 나리께 문안 인사 올리나이다. 나리와 작별한 이래로 나리를 향한 마음은 조금도 식지 아니하고 제 가슴 한켠에 늘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를 잊지 않고 찾아주시겠다고 하신 그 말씀만 믿고 늘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으나 나리는 아직 찾아주시지 않고 있나이다. 어제 심부름꾼을 보냈으나 나리를 뵙지 못하고 헛걸음만 하게 만들었습니다. 소첩이 이사한 곳은 그저 황량하기만 하답니다. 듣자오니 나리께서는 침과 뜸으로 치료중이시라기에 소첩은 앉으나 서나 걱정이 앞서나이다. 나리를 그리는 마음을 어떻게 대신 표현할 수가 없사옵니다. 돼지 순대를 만들어 보내드리오니 그저 저의 작은 성의로 알고 받아주시옵소서. 저의 구구한 마음은 나리께서 아실 것이니 더 이상 절절하게 말씀드리지 않겠나이다.

중하仲夏(음력 5월) 21일 소첩 새금 재배

한오는 편지를 다 쓰고 난 다음 편지지를 접어서 편지 봉투에 넣었다. 순대를 찬합에 담고그 찬합을 다시 보자기로 싸서는 노복에게 건넸다.

“나리댁에 가거들랑 오씨 나리를 찾아서 전해드려라. 꼭 직접 전해드려야 하느니라.”

노복은 찬합 보자기를 받아든 다음 편지를 가슴에 품고 문을 나서서 큰길로 향했다. 무림문을지나 새 다리 시장 오방어 집까지 한숨에 달려와서 처마 아래 돌판 위에 앉아 기다렸다. 오방어집의 심부름꾼인 수동이 집에서 나오다 한오의 노복을 발견하고는 물었다.

“누구시기에 여기 앉아 있는 거요?”

한오의 노복은 사람 눈에 안 뜨이는 곳으로 수동을 끌고 갔다.

“내가 특별한 일이 있어 나리를 뵈러 왔으니 들어가서 오산 나리에게 말씀 좀 전해주시구료.”

수동이 다시 길을 되짚어 돌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오산이 천천히 걸어오는 게 보였다. 한오의 노복은 잽싸게 인사를 올렸다.

“나리, 기체후일향만강 하시옵니까?”

“아이쿠 안녕하신가? 그래 보자기 안에는 뭐가 들어있나?”

“아씨가 나리께서 침뜸 치료를 하고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달리 준비는 못하고 그저 순대 두 줄을 마련하게 소인 편에 전해드리라 하셨나이다.”

오산은 그 노복을 이끌고 주점을 찾아들었다.

“이사한 집은 어떤가?”

“그저 파리만 날리고 있습니다.”

한오의 노복이 품속에서 편지를 꺼내어 오산에게 건넸다. 오산은 편지를 받아들어 다 읽은 다음 다시 원래대로 접어서 품에 넣고 나서는 찬합을 열어 순대 한 줄을 꺼내고 주점의 점원에게술을 데워내라고 시켰다.

“일단 여기 앉아서 술을 들고 있게나. 내가 집에 가서 답신을 써가지고 오겠네.”

“나리 편하신 대로 하십시오.”

오산은 집으로 돌아가 안방으로 들어가서 다른 사람이 눈치 채지 않게 답신을 쓰고 백은 다섯 냥을 재어서 다시 주점으로 돌아와 한오의 노복과 술을 몇 잔 마셨다.

“나리, 이렇게 좋은 술로 저를 대접해주시다니요. 이제 충분히 마셨나이다.”

한오의 노복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산은 노복에게 답신과 백은을 건네주면서 말하였다.

“이 백은 다섯 냥은 가용에 보태 쓰도록 아씨에게 전해드리도록 하여라. 내가 수일 내에 꼭 찾아간다고 전하고.”

노복은 편지와 백은을 받아들고서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오산도 주점에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