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이백李白 가을의 사념秋思

가을의 사념秋思/당唐 이백李白

春陽如昨日 푸른 나무에 꾀꼬리 울던
碧樹鳴黃鸝 봄날이 바로 어제 같은데
蕪然蕙草暮 거칠어진 혜초는 시들어가고
颯爾涼風吹 소슬하게 서늘한 바람 부네
天秋木葉下 가을바람에 나뭇잎 떨어지고
月冷莎雞悲 차가운 달 아래 여치가 우네
坐愁群芳歇 꽃들이 시들어 슬퍼지거니
白露凋華滋 흰 이슬 내려 백화가 시드네

용정(龍井) 뒷산에서 윤동주 묘지를 찾느라 올라가 보니 많은 무덤에 풀이 우거져 있다. 중국에서는 벌초를 안하는 듯한데 이제 우리나라는 어느덧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가을의 한 가운데로 차츰 다가가는 셈이다.

어서 봄이 오기를 바라고 또 봄꽃이 만발하던 때가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무덥던 여름을 지나 다시 가을이 온 것이다. 이백의 시는 바로 이러한 심경을 피력하고 있다.

1,2구와 7,8구는 도치구이고 가운데 4구는 대구이다. 시를 번역해 인터넷에 올리는 분들을 보면 대개 도치구와 대구 등 한시의 특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제대로 번역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도치는 하나의 단어 안에서도 이루어지고 한 구의 조어(措語)에서도 이루어지며 두 구가 서로 도치된 경우도 있다. 대구 역시 병렬 외에도 인과, 순행 등 다양한 관계로 이루어진다.

이 외에 한시는 고사를 동반할 경우 글자의 운신의 폭이 넓어져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지다. 이 시의 경우 6구에서 월냉(月冷)이라는 말에 대구를 하기 위해 앞 구에 천추(天秋)라는 말을 놓았다. 여기서는 굴원이 지은 〈구가(九歌) 상부인(湘夫人)〉에 “산들산들 가을바람 부니, 동정호에 물결 일고 나뭇잎은 떨어지네.[嫋嫋兮秋風, 洞庭波兮木葉下]”라고 한 말을 인용하였기에 ‘천추(天秋)’ 즉 ‘계절이 가을이 되니’라는 말의 실제 의미는 ‘가을바람이 부니’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뒤의 고사 때문에 앞의 말에 대구를 맞출 술 있는 말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6구의 좌(坐)도 ‘앉다’라는 말이 아니라 ‘~ 때문에’라는 말이다. 즉 뒤의 3글자와 앞의 2글자가 같은 구 안에서 도치가 일어난 것이다. 이런 도치가 가능한 것은 바로 좌(坐) 자를 놓았기 때문이다.

시 내용에 달리 감상을 보탤 말이 없어 시에서 어떻게 글자를 운용하는지 조금 말해 보았다. 용정 비암산(琵巖山) 일송정에 와서 느낀 것이데 벼가 누렇게 익을 무렵에 이곳 연변을 방문한다면 누런 들판과 빨갛게 익은 사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를 읽으니 이제 가을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느낌을 준다.

용정 비암산에서 본 해란강, 사진 김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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