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일에 곡강에서 원진을 그리워하며立秋日曲江憶元九/당唐 백거이白居易
下馬柳陰下 버드나무 그늘 말에서 내려
獨上堤上行 홀로 방죽 위를 걸어 보네
故人千萬里 옛 친구는 수천 리 먼 곳에
新蟬三兩聲 새 매미는 두세 번 울음을
城中曲江水 장안성 안엔 곡강의 물결
江上江陵城 장강 가에는 강릉의 성곽
兩地新秋思 두 곳에서 초가을 상념 속
應同此日情 이날 그리운 마음 다 같으리
이 시는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810년 39세로 장안에서 한림학사로 있을 때 지은 시이다. 곡강(曲江)은 장안성 남동 모퉁이에 있는 연못, 곡강지(曲江池)를 말한다. 원구(元九)는 원진(元稹, 779~831)을 가리킨다. 이 때 원진이 강릉(江陵)으로 좌천을 가 있었다.
원진은 백거이와 문학적인 견해가 일치해 신악부(新樂府) 운동을 같이 벌인 인물이다. 한 해 전 3월에 촉(蜀)으로 어사가 되어 감찰을 나갔다가 검남 절도사 엄려(嚴礪) 등을 탄핵했는데 이게 도리어 당시 집정자의 눈 밖에 나서 낙양으로 밀려났다. 백거이는 그래서 다음 해인 810년에 원진의 좌천이 부당하다고 논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원진은 동도 낙양에 가서도 조금도 굴하지 않고 그 곳의 부패한 관리를 고발했다가 도리어 간관의 체통을 잃었다는 이유로 강릉부 사조 참군(士曹參軍)으로 좌천된 것이다.
이 시는 입추가 되어 절후가 변함에 따라 사람의 감정도 움직이는 때를 맞이하여 친구를 그리워하는 정을 시의 대구를 이용해 잘 드러낸 것이 묘미가 있다. 매미가 무슨 새 매미가 있고 헌 매미가 있겠는가? 올해 눈에 보이는 매미는 모두 새 매미라고 표현할 수 있다. 굳이 매미를 ‘신선(新蟬)’이라 한 것은 앞에 친구라는 의미의 고인(古人)과 신구의 대조로 짝을 맞추기 위해서이다. ‘천만리’는 십 만리, 백만 리보다 먼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천리와 만리처럼 멀다는 것으로 주로 수천 리 떨어져 있을 때 이렇게 쓴다. 장안과 강릉은 실제로도 수천 리 거리에 있다.
자신은 장안성에 있고 친구 원진은 강릉 성에 있으며 자신은 지금 원진이 그리워 곡강지에 나와 있고 원진은 강릉 성의 장강 가에 나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5,6 구의 대구에 녹여 넣었다. 장소는 다르지만 지금 초가을 입추를 맞이하여 여러 상념이 밀려 올 텐데 이런 날 이런 때에 우리 두 사람의 정은 같을 것이라 한다.
요즘은 가요가 남녀의 사랑으로 천하일색을 이루었지만 예전 시가를 보면 친구에 대한 정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을 알 수 있다. 한시의 경우 친구에 대한 정이 마치 오늘날 연인에 대한 정처럼 나타난 작품이 많다. 옛 사람이 오늘날처럼 좋은 시대를 못 만난 것인지, 오늘날 사람이 감정이 한쪽으로 쏠린 것인지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지만, 이 시 역시 고인들의 그리운 우정을 증언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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