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수레-UFO와 외계인 2

3. UFO와 외계인 2

양주 교외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이 사건으로 인해 성안 전체가 다시 한 번 크게 술렁였다. 게다가 시신이 되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장씨 선비가 들려준 경험담은 두고두고 호사가들의 얘깃거리가 되었다.

그 자신의 설명에 따르면, 장 선비는 본래 7월 7일 밤의 그 빛나는 물체를 보고 얼마 후에 정신을 잃었다고 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르지만, 한참 후에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할 무렵, 그는 자신이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허공으로 올라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여전히 몽롱한 상태에서 어느 방안으로 안내되어 침대에 누웠는데, 그곳에서 그는 꿈결처럼 누군가가 건네주는 약을 먹었다. 대추알만한 크기에 붉은 기운이 감도는 그 약은 입안에서 매우 달콤한 향기를 풍기며 순식간에 녹았다. 그 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다시 깊은 잠에 빠졌고, 잠에서 깨어나자 온몸이 가뿐해진 느낌이 들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은 아주 넓은 방안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주위의 가구며 물건들은 대부분 흰색이거나 회색이었는데, 그 생김새는 모두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가 어리둥절하게 방안을 살피고 있을 때, 낯선 누군가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언뜻 보기에 키가 상당히 큰 사람인 듯했으나, 자세히 살펴보니 얼굴은 삼각형인데 코도 귀도 없이 한 쌍의 커다란 눈과 큰 입만 있었다. 그 ‘사람’은 머리에 투명한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모자 안으로 복잡하게 얽힌 선과 막대기들이 보였다.

“몸은 좀 어떠시오?”

조 선비는 그 괴상한 사람이 바로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려니 생각하고, 즉시 그에게 감사의 표시로 깊이 허리 숙여 절을 했다.

“우린 당신의 사정을 잘 알았습니다. 당신의 병은 인간 세상에서는 치료할 수 없는 것이었지요. 우리가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당신을 데려온 것은 그 병을 치료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완치된 것은 아니니, 아직 약을 조금 더 복용해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그 괴인은 다시 녹색의 알약 세 개를 건네주었다. 조 선비는 그 자리에서 알약을 모두 먹었다.

“당신이 우리를 만난 것은 행운입니다. 어쨌든 우리 대장께서 당신을 좀 만나고 싶답니다.”

조 선비는 그 괴인을 따라 방 밖으로 나갔다. 놀랍게도 그 방을 비롯한 건물들은 구름 위에 세워져 있었다. 괴인은 일렁이는 운해 위에 설치된 푸른 장막을 지나, 조 선비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날아갔다. 그곳에 만난 대장이라는 사람은 노파처럼 얼굴에 주름이 가득했다. 그는 몸소 조 선비의 상태를 검진해보더니, 만족스러운 듯이 미소를 지었다.

“당신의 병은 이제 완치되었소. 그리고 지금 우리는 당신의 집 위에 와 있으니, 곧 귀가하실 수 있게 되었소.”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마치 장난처럼 그를 떠밀어버렸다. 조 선비는 기겁을 하며 땅바닥에 떨어질 충격에 대비했으나, 이내 별 충격이 없이 땅바닥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직 놀람이 가시지 않은 그의 눈에는 구름 위로 유유히 날아오르는 두 괴인의 모습이 잠깐 비치더니, 이내 작은 점이 되어 사라져버렸다.

그가 떠밀려진 곳은 양주 근처이긴 했으나, 그의 집과는 거의 삼십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이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가며 한 나절이 넘게 걸어서야 비로소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텃밭에서 넘어지면서 흙먼지가 잔뜩 묻었던 그의 옷은 다소 거친 그 ‘착륙’ 덕분에 완전히 먼지투성이로 변해버렸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기연奇緣으로 고질병까지 깨끗이 치료된 후인지라 기분은 한없이 상쾌했다.

뒷이야기이긴 하지만, 처음에 그가 집에 도착했을 때에는 사실 적잖이 당황했었다고 한다. 사실 그는 자신이 집에서 실종된 지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났는지도 모르고 있었고, 또한 텃밭을 들어설 때부터 코끝을 자극하기 시작한 향냄새는 모친의 신상에 대한 불길한 예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모자지간의 이 엇갈린 오해는 조 선비—아니 이제는 조 생원이라고 해야 되겠지만—의 집안에서 두고두고 유쾌한 얘깃거리가 되었다.

위 이야기는 청淸나라 때에 백일거사百一居士라는 필명을 사용한 어느 문인이 기록한 《호천록壺天錄》에 기록된 빛나는 물체에 대한 목격담과 명나라 때의 지방지인 《양신현지陽信縣志·잡록지雜錄志》에 수록된 회생回生의 이야기를 합쳐서 다시 엮은 것이다. 양신현에서 일어난 회생의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 조양상趙良相은 원래 결혼하여 처자가 있는 몸이었고, 자신의 장례식 도중에 시신이 사라졌다가 다시 살아난 모습으로 돌아온 경우라고 했는데, 여기서는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 세부 사항을 약간 변형시켰다.

사진 Miriam Espacio

어쨌든 한밤중에 하늘 높이 뜬 수레 바퀴만한 크기의 빛나는 물체! 게다가 달이 가는 길도 아닌 곳으로 짧은 순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그것 역시 오늘날 우리에게 알려진 UFO의 모습에 매우 가깝다. 또한 인간의 기술로 치유하기 어려운 병을 간단하게 치료하는 괴인들의 모습은 이른바 외계인에게 납치된 경험을 이야기하는 현대인들의 증언과도 기본적인 골격은 거의 일치한다. 게다가 귀도 코도 없이 커다란 눈과 입만 있는, 그리고 투명한 피부 속으로 복잡한 기계장치가 얽혀 있는, 어떻게 보면 사이보그처럼 생긴 외계인의 모습은 거의 허리우드의 《스타워즈》에 나오는 주인공과 흡사하지 않은가!

다만 지적해둘 것은 고대 중국인들의 제한된 세계관 속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외계인일 것으로 추정하는 이런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대개 귀신이거나 신선으로 규정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보통의 인간들과는 다른 특이한 생김새에 보통의 인간들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능력을 보여주는 존재들은 우주의 모습에 대해 현대와 같은 지식이 갖춰지지 않았던 고대 중국의 상황에서는 그런 식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개중에는 명확하게 외계인임이 밝혀진 이야기도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서, 동진東晋 때의 역사가인 간보干寶가 편찬한 《수신기搜神記》에는 다음과 같이 귀여운 화성인에 관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삼공이 사마에게 돌아간다!

삼국시대 오吳나라의 제3대 황제인 경제景帝(본명은 손휴孫休)의 영안永安 2년(259)은 법령이 매우 엄해서, 백성들이 말 한 마디만 잘못해도 사형에 처해지는 재앙을 당하는 일이 잦았다. 당연히 사람들은 길을 가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도 어색하게 의례적인 인사말만 나누고 황망하게 헤어지기가 일쑤였고, 이웃간의 왕래도 끊어진 지 오래였다. 계절이 바뀌어도 거리에는 여전히 음산한 냉기가 흘렀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웃을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철모르는 아이들뿐이었다.

바야흐로 봄빛이 무르익어가던 그해 3월, 이 나라의 수도인 건업建業(지금의 난징南京)에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신나게 놀이에 열중하고 있었다. 편을 나누어 땅따먹기를 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술래잡기를 하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날 아이들의 무리 속에는 개중의 누구와도 안면이 없는 아이가 하나 섞여 있었다. 대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그 아니는 1미터가 간신히 넘는 키에, 하늘색처럼 푸른 옷을 입고 있었다. 한참 자기들끼리 놀이에 열중하던 아이들은 차츰 이 낯선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넌 누구니? 집이 어디야?”

“그 옷 색깔 정말 특이한데, 어디서 난 거냐?”

그런 또래 아이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특유의 텃세와 호기심이 뒤섞인 질문들이 쏟아졌다. 이 낯선 아이는 수줍음을 타는 것처럼 한참 동안 말이 없더니, 이내 친근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또박또박한 말투로 대답했다.

“너희들 노는 게 재미있어 보여서 왔어.”

주위의 아이들은 그의 발음이 지나치게 또렷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것을 크게 이상하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그런데 말을 하는 동안에 은은히 빛을 발하는 아이의 눈동자는 충분히 주의를 끌 만한 것이었다. 비록 환한 낮이었지만 그 빛을 대하는 아이들은 까닭 모를 두려움을 느꼈다.

“근데 네 눈은 정말 이상하다. 어떻게 눈에서 빛이 나지?”

아이들 가운데 누군가 용기를 내서 물었다.

“응? 아, 이거? 내 눈이 좀 무섭니?”

“…….”

아이들은 누구도 선뜻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 속에는 무언의 동의가 담겨 있었다.

“사실 나는 사람이 아니라 형혹성熒惑星이라는 별인데, 너희들에게 알려줄 게 있어서 찾아왔어. 그게 뭐냐 하면 말이지…”

그러나 아이들은 다음 얘기를 자세히 듣지 못했다. 갑자기 장내가 소란스러워지더니, 누군가 “귀, 귀신이다!” 라고 소리쳤고, 이어서 아이들은 분분히 흩어져서 정신없이 집으로 내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아이들의 놀이터는 먼지만 어지럽게 날리는 북새통으로 변해버렸고, 그나마 잠시 후에는 낯선 아이를 둘러싸고 있던 구경꾼들은 거의 사라진 채 썰렁한 정적에 갇혀버렸다. 개중에 담이 큰 녀석들과 영문을 모르고 얼떨결에 그 자리에 서 있는 녀석들을 포함한 서너 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별에서 온 아이는 이런 사태를 예상했다는 듯이 담담한 표정으로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그는 남아 있는 아이들에게 조금 전에 미처 하지 못한 얘기를 마저 전했다.

“나는 ‘삼공三公이 사마司馬에게 돌아간다!’라는 말을 전해주려 왔어.”

아이들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모두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 말이 무슨 뜻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알게 돼. 너희들은 그냥 어른들에게 이 말을 전해주기만 하면 돼. 다들 기억할 수 있겠지? 자, 그럼 같이 한 번 외워볼까?”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별에서 온 아이가 가르쳐준 구절을 따라 외웠다.

“삼공이 사마에게 돌아간다!”

“삼공이 사마에게 돌아간다!”

그 때, 집으로 도망쳤던 아이들 가운데 하나가 자기 아버지를 이끌고 돌아왔다. 그 모습을 보자, 별에서 온 아이는 황급히 곁에 있던 아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이제 그만 갈께! 안녕!”

말을 마치자 그 아이는 답례도 듣지 않고 고개를 휙 돌리더니, 공중으로 몸을 펄쩍 뛰었다. 그의 몸은 그대로 하늘 높이 치솟더니, 마치 긴 비단에 이끌리는 것처럼 계속 날아올라 금방 종적이 사라져버렸다. 아들의 손에 이끌려 아이들 쪽으로 다가오던 아버지도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그 모습을 분명히 보았다.

그러나 그 아이의 아버지는 그 자리에 있던 아이들에게 오늘 보고 들은 것을 절대로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그런 얘기가 관리들의 귀에 들어가면 이 마을 사람들 전체가 큰 재앙을 당할 것이라는 설명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4년 후에 촉蜀나라가 망하고, 6년 후에는 사마염司馬炎이 위魏나라 정권을 빼앗아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올라 나라 이름을 진晉으로 고쳤으니, 그가 바로 무제武帝이다. 무제는 황제가 된 후 16년 만에 다시 오나라를 멸망시킴으로써 잠시 중국 대륙을 통일했으니, 결국, 별에서 온 아이가 건업에 나타나 예언을 전한 때로부터 21년 만에 그대로 실현되었던 것이다.

‘형혹성’은 고대 중국인들에게 재앙을 내리는 별을 상징하는 화성火星을 의미하기도 하고, 남쪽 하늘에 있는 불의 신을 가리키는 별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고대 중국인들은 별에 정령이 있어서 인격체처럼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표현했겠지만, 실은 그 귀여운 꼬마는 별 자체가 아니라 그 별에서 온 어떤 존재를 가리킨다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할 것이다.

어쨌든 그게 어느 별이건 상관없이 이 외계인의 외형은 키가 1미터 남짓하고, 눈에서 특이한 빛을 발한다는 점이 특징으로 묘사되어 있다. 특이하게도 그는 날아오르는 재주가 있고, 인간사의 미래의 예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예언의 이야기는 이 이야기가 전해지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삽입된 것일 가능성이 많다. 아마도 이 이야기의 내용은 최초에 어느 마을에서 아이들이 외계의 별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특이하게 생긴 인물을 만났는데, 그 생김새가 어떠하고 행동 방식이 어떠했다는 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후대에 이 이야기를 기록한 사람—혹은 기록자에게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은 가혹한 법령 통치로 백성들의 원성을 듣는 왕조는 망하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담으려는 의도로 이야기의 일부 내용을 변형시키고, 새로운 내용을 덧붙였을 것이다.

한편, 아폴로 13호가 사람을 달에 실어다 놓은 이래, 오늘날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달에 생명체 있었다거나 혹은 현재에도 있다는 데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물론 이런 견해에 대한 반론도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어쨌거나 지금처럼 달에 대한 직접적인 탐사가 불가능했던 옛날 중국에서는 달에 옥토끼나 두꺼비와 같은 신화적 생물이나 항아嫦娥와 같은 선녀가 살고 있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나 당唐나라 때에는 달에 대해 좀 더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되었던 듯하다.

달을 수리하는 사람

태화太和 연간(827~835)에 정인본鄭仁本이라는 사람에게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촌동생이 하나 있었다. 그는 형제들 가운데서도 제법 담력이 세고 유람을 좋아하는 풍류객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왕王 아무개라는 수재秀才와 함께 숭산嵩山을 유람하게 되었다. 때는 초여름이라 온 산에는 숲이 무성했고, 심지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길에는 칡넝쿨이 가득 자라고 있었다.

“여보게, 기왕이면 우리는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보다는 자연의 맛을 만끽할 수 있는 원시림을 탐험해보세.”

왕 수재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로군. 하지만 너무 깊이 들어갔다간 길을 잃게 될지도 모르니까…”

“걱정 말게. 날이 저물기 전에 돌아오면 되지 않겠는가?”

소심하다는 비웃음을 당하기 싫어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실제로 나무 사이에 어지럽게 얽힌 넝쿨들을 헤치며 숲길을 가는 것은 왕 수재가 속으로 걱정했던 것처럼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풀숲 사이에 숨은 들꽃을 찾아내 감상하고, 나무 그늘에서 이끼를 피우며 흐르는 작은 계곡물에 발을 담근 채 간단한 음식에다 느긋하게 술도 한 잔씩 나누게 되자 왕 수재도 기분이 전혀 달라졌다. 이런 재미를 위해서라면 숲을 헤치는 정도의 수고는 기꺼이 치를 만한 사소한 대가였다. 더욱이 술기운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자, 아예 그 자신이 앞장을 서서 숲길을 열며 전망 좋은 자리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으레 그렇듯이 숲이라는 곳은 낮에도 주위가 그늘에 덮여 있었기 때문에, 경험 많은 사람이 아니면 시간 감각을 잃어버리기 십상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에는 어느새 온 산에 어스레한 밤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여보게, 이거 벌써 날이 저물어버렸네. 어서 큰길로 나가야 할 텐데…”

“주위가 어두우니 왔던 길도 못 찾겠구먼. 이거 야단일세!”

산중이라 밤공기가 더 으스스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들은 뭉글뭉글 솟아오르는 두려움과 싸우며 길을 더듬느라 온몸에 식은땀이 흥건했다. 부러진 나뭇가지에 도포 자락이 걸려 찢어지고, 몇 번이나 물구덩이를 헛딛는 바람에 신이 젖어 발바닥이 미끄러웠다.

“이거, 우리가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

“그러게 말일세. 너무 늦기 전에 큰길을 찾아야 산 아래 여관에라도 묵을 수 있을 텐데…”

입을 열어봐야 모두 걱정스러운 말만 나올 뿐이었지만, 그나마 말이라도 나누는 것이 두려움을 더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대화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갑자기 앞서 가던 정 선비가 걸음을 멈추고 긴장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기 때문이었다.

“왜 그러나”

“이보게, 이게 무슨 소린가?”

정 선비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소리라니? 어? 정말 누가 코를 고는 소리 같네 그려!”

왕 수재의 목소리도 저절로 속삭이듯 작아졌다.

“이런 산중의 밤에 누가 코를 골아? 그게 말이나 되나?”

“그건 그렇네만…”

그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말을 멈추고, 한참 동안 그 이상한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틀림없이 누군가 잠을 자며 코를 고는 소리 같았다.

“한 번 가보세. 혹시 아나, 근처에 사는 나무꾼이라도 된다면…”

“이 밤중에 무슨 나무란 말인가?”

“어쨌든 저렇게 태평하게 잠을 잘 정도라면, 이 근처를 잘 아는 사람임에 틀림없을 걸세. 살짝 엿보았다가 험한 사람이 아닌 듯싶으면, 큰길로 나가는 방법을 물어보세.”

“우리가 혹시 제 발로 산적을 찾아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

“예끼! 이 사람아, 말이 씨가 된다네!”

“아무래도 이상해서 그렇지. 이 밤에 산중에 태평스럽게 코 골며 자는 사람이라니…”

“쉿! 조용하게. 가까운 곳에 있나 보네!”

그들은 조심스럽게 덤불을 헤치고 사방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얼마 후에 과연 그들은 나무 아래서 혼자 곤히 잠든 사람 하나를 발견했다. 이미 주위가 상당히 어두워져서 사물이 뚜렷하지는 않았지만, 언뜻 보기에도 그 사람은 때가 전혀 타지 않은 새하얀 베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보자기에 싼 작은 짐 하나를 베개 삼아 평화롭게 코를 골고 있었다.

둘은 잠든 사내와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가 이윽고 정 선비가 입술을 깨물며 잠든 사내의 얼굴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허험! 여, 여보시오! 여보시오. 말씀 좀 물읍시다.”

그러나 사내는 그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계속해서 코를 골았다.

“여보시오. 말씀 좀 물읍시다. 우리가 어쩌다 길을 잃었는데, 큰길로 나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는지 좀 알려주시구려.”

사내의 코 고는 소리가 그치는가 싶었지만, 사내는 몸을 잠시 뒤척이다가 이내 다시 코를 골기 시작했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두 사람 순간적으로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었다.

잠든 사내가 일어나 앉은 것은 정 선비가 목소리를 좀 더 높여서 두세 차례나 더 부른 뒤였다. 그는 부스스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뉘시오?”

“예, 저희들은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인데, 어쩌다보니 그만 길을 잃어버렸소. 다행히 댁을 발견하고, 큰길로 나가는 방법을 여쭤볼까 하고 단잠을 깨우게 되었소이다.”

“아, 그래요? 어쨌든 이쪽으로 좀 오시구려.”

두 사람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번에도 정 선비가 먼저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어디 사시는 분이기에, 이런 밤중에 산 속에서 잠을 자고 계시오?”

“하하, 두 분께서 조금 놀라신 모양이구려. 하지만 안심하시구려,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옥토끼가 방아를 찧고 그 옆에서 항아가 고운 눈웃음을 짓고 있는 이 그림은 고대 중국인들이 상상한 전형적인 달의 풍경을 담고 있다.

사내는 정 선비 뒤에서 흘끔흘끔 곁눈질을 하는 왕 수재의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이 쳐다보며, 친근한 말로 두 사람을 안심시켰다. 사내의 친근한 목소리와 소탈한 태도 덕분에, 정 선비 일행도 두려움과 어색함으로 뒤엉켰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런데 당신들은 달이 일곱 가지 보물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계시오?”

몇 마디 의례적인 인사가 오가고, 봄날 산의 풍광에 대한 상투적인 감상을 주고받고 나자, 갑자기 사내가 이상한 화제를 꺼냈다. 그리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는 두 사람의 표정을 재미있다는 듯이 쳐다보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원래 달의 모양은 구슬처럼 둥글다오. 그런데 달 표면을 자세히 보면, 군데군데 여러 곳에서 그림자가 비치지요? 그건 표면의 볼록한 부분이 햇볕에 타면서 생기는 것이라오.”

“허! 그렇다면 거기에 옥토끼와 월궁항아가 산다는 말은 다 거짓이겠구려?”

정 선비의 말투에는 비릿한 비웃음의 냄새가 풍겼다. 왕 수재는 정 선비가 혹시 공연한 시비를 거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면서, 조심스럽게 사내의 반응을 살폈다. 그러나 뜻밖에도 사내는 여전히 진지한 표정이었다.

“옥토끼 따위는 사람들이 허황되게 지어낸 말일 뿐이지요. 하지만 달에는 매일같이 그렇게 여기저기서 불길이 치솟거나 흙더미가 무너지거나 하지요. 그 때문에 항상 팔만 이천 명의 사람들이 각기 일정 구역을 맡아서 훼손된 부분을 수리하고 있는데, 저도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랍니다.”

“그럼 오늘은 일이 없어서 쉬고 있는 것이오? 아니면 휴가 중이신가?”

정 선비의 말투가 점점 가늘게 꼬여갔다. 그는 숫제 안 됐다는 듯한 표정을 드러내놓고 사내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폈다.

“험, 험! 어쨌거나 큰길로 나가는 방법을 좀 알려주실 수 있겠소?”

왕 수재가 재빨리 정 선비의 등을 쿡 찌르며, 화제를 돌리려 했다. 그러나 사내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차분하게 정 선비의 물음에 대답해주었다.

“휴가는 아니고 잠깐 쉬고 있던 참이었지요. 잠시 후면 또 일하러 가야 할 텐데, 오늘은 보아하니 쉬기는 틀린 듯하오. 곧 달이 뜰 테니, 새참이나 먹고 다시 일하러 가야 되겠구려.”

말을 마치자 그는 베개 삼아 베고 있던 작은 보따리를 집어 무릎 앞에 놓고 매듭을 풀었다. 보따리 안에는 작은 도끼며 송곳, 호미 같은 것이 들어 있었고, 그가 간식이라고 말한 음식을 담은 듯한 작은 주머니 두 개가 들어 있었다. 그는 그 간식 가운데 하나를 정 선비에게 건넸다.

“이건 옥을 빻아 만든 밥인데, 두 분이서 나눠 잡수시오. 양이 적어서 불로장생까지야 바랄 수 없겠지만, 죽을 때까지 질병에 걸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정 선비는 문제의 ‘주먹밥’을 받아든 채, 난감한 표정으로 왕 수재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왕 수재도 머뭇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손에 든 주먹밥을 금방 먹어치우고, 펼쳐 놓았던 짐 보따리를 다시 챙기는 사내를 보자, 그들도 조금 안심한 표정으로 주먹밥을 나눠 먹었다. 신기하게도 그 밥은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금방 녹아 흐물흐물해졌다. 달거나 짜지도 않고, 특별한 향기도 없이, 그저 시원한 느낌만 들었다.

두 사람이 밥을 다 삼키고 나자, 사내가 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숲 사이로 난 작은 샛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 길을 따라 곧장 가시면 큰길을 만날 수 있을 것이오. 중간에 갈림길도 없으니까, 또 길을 염려는 없을 거외다. 그럼, 난 먼저 가겠소. 안녕히 가시구려.”

두 사람은 사내의 손길이 가리키는 샛길에 시선을 집중하느라, 사내의 말을 귓전으로만 들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희미하게 달빛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눈에도 사내가 말한 그 샛길의 모습이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샛길의 입구에서 몇 걸음만 들어가도 칠흑 같은 어둠이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두 사람은 미심쩍은 표정을 안전히 지우지는 못한 채, 사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의례적인 감사 인사를 했다.

“고맙소이다. 그런데 얼마쯤 걸어야 큰길과 만날…?”

정 선비는 말을 다 마치지 못하고,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왕 수재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그들 뒷전에서 기척을 내보이던 사내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 사람이 어디로 갔지? 자네도 못 봤나?”

“글쎄? 금방 여기서 인사를 하는 것 같았는데, 소리도 없이 사라져버렸네 그려.”

그들은 사내가 있던 곳으로 가서 주위를 유심히 살폈다. 조금 전까지 있었던 사내의 존재를 증명하듯이, 그곳에는 한 사람이 누웠던 흔적만큼의 넓이로 풀들이 가지런히 쓰러져 있었다. 사내가 앉아 있던 곳에도 흔적이 분명히 남아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꿈을 꾸거나 헛것을 본 것이 아니었음을 확인했지만, 소리 없이 사라진 사내의 정체를 확인할 길은 없었다.

위 이야기는 앞에서도 인용한 바 있는 단성식의 《유양잡조》에 수록되었던 것(《태평광기太平廣記》 권374에 들어 있음)을 쉽게 풀어놓은 것인데, 여기에는 달에 대한 고대 중국인들의 일반적인 상상과는 확연히 다른 내용이 들어 있다. 단성식은 ‘달에서 온 사람’의 입을 빌어, 달이 일곱 가지의 귀중한 광물로 만들어진 둥근 물체이고, 태양빛을 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열기에 광물질이 타면서 빛을 발한다고 설명한다. 더욱이 거기에는 매일 그렇게 불탐으로써 엉망이 되는 달 표면을 청소하고 수리하는 ‘팔만 이천 명의’ 특별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했다. 또한 그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자처한 인물의 얘기를 찬찬히 뜯어보면, 그들은 옥가루와 같은 특별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어서 불로장생하며, 달과 지구 사이를 순식간에 오가는 비상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다만 위 이야기만으로는 그들에게 달의 수리 임무를 맡긴 존재가 누구인지는 분명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단성식이나 그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은 나름대로 달에는 생김새가 인간과 거의 똑같고 사회적 위계질서를 가진,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과는 확실하게 구별되는 초능력을 가진 이들이 살고 있다고 상상했음은 분명하다.

하긴 누가 알랴, 암스트롱이나 그 이후 달 표면을 밟아본 어떤 우주비행사도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고, 심지어 무인 우주선으로도 아직 제대로 탐색해본 적이 없다는 달의 어두운 뒷면에 정 선비 일행과 만났던 사내와 그 동료들이 지금까지 살고 있을지? 그 신비한 옥가루로 만든 밥을 먹으며, 지구에 있는 인간들의 눈을 피해 분화구의 미세한 손상까지 꼼꼼하게 수리하고 있는지?

어쨌거나 고대 중국인의 상상 속에 나타난 외계인들의 모습과 성격도 허리우드가 만들어낸 특별한 외계인, 특히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두려운 능력을 지닌 징그러운 존재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그들이 스필버그의 《ET》에 등장하는 외계인처럼 순수한 동심의 친구로 묘사된 것도 아니다. 확실히 그들은 기괴한 생김새나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보통의 인간들과는 다르지만, 최소한 그들의 존재 자체가 인간에게 위협적으로 비쳐지지는 않고 있었던 듯하다. 그보다 우리가 보기에 외계의 존재에 대한 고대 중국의 목격자와 기록자들은 외계의 존재들을 일종의 해롭지 않은 호기심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마치 숲 속에서 진귀한 야생화나 낯설고 신기한 동물을 발견했을 때처럼, 차분하고 덤덤하게 경험을 기록했던 것이다.

당연히 그들의 이런 태도는 오랜 문화적 경험을 통해 훈련된 것일 터인데, 그 가운데서도 나는 특히 오래 전부터 신화와 역사를 뒤섞어 전승해온 중국인들의 관행이 이런 태도를 형성시키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산해경》에는 겉모습은 올빼미 같은데 사람의 얼굴에 눈이 네 개이고 귀도 달린 옹顒(《남차삼경南次三經》이랄지, 사람의 얼굴에 호랑이 몸을 하고 어린애 소리를 내는 마복馬腹(《중차이경中次二經》), 사람의 얼굴에 날개가 있고 새의 부리를 가진 환두국讙頭國의 사람(《해외남경海外南經》), 사람의 얼굴에 물고기의 몸을 가졌고 발이 없는 저인국氐人國 사람(《해내남경海內南經》)과 같은 기이한 형상으로 묘사된 존재들이 많이 등장한다. 어떤 의미에서 이들은 고대 중국인들의 지구 즉 중원中原을 둘러싼 우주의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외계의 존재들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처음 묘사될 때 그들은 보통의 인간들이 사는 세계와 격리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자만이 왕래할 수 있는 곳에 별도로 살아가던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위대한 황제나 영웅이 죽어서 신이 되고, 그 신이 음으로 양으로 인간 세계의 역사에 관여한다는 특별한 세계관이 점차 보편화되면서, 어쩌면 고대 중국인들이 상정했던 관념적인 세계의 경계도 상당히 무너져버린 듯하다. 외계의 존재들이 사는 세계는 종종 신의 세계와 중첩되었고, 심지어 몇몇 세계를 자유롭게 왕래하는 신선의 존재와 특별한 전령으로서 귀신[鬼]의 존재가 암묵적으로 공인되면서부터, 그 경계의 붕괴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그 결과 때로는 관념적 상징으로, 때로는 실제의 존재로 필요에 따라 출현의 양식을 달리하면서 이들 외계의 존재들은 고대 중국인들의 생활 속에서 공존하게 되었던 것이다. 낯설면서도 거부감은 느껴지지 않는 불가사의한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