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월 · 밤에 황사령(黃沙嶺)을 지나가다가 西江月 · 夜行黄沙道中/
송宋 신기질辛棄疾
明月別枝驚鵲 외딴 가지 달빛 비쳐 까치가 놀라고
清風半夜鳴蟬 한 밤의 맑은 바람 매미가 우는구나
稻花香裏說豐年 풍기는 벼꽃 향기 풍년을 말하는지
聽取蛙聲一片 한 바탕 들려오는 개구리 울음 소리
七八個星天外 별은 일곱 여덟 하늘 높이 떠 있고
兩三點雨山前 비는 두세 방울 산 앞에서 떨어지네
舊時茅店社林邊 옛날 주막이 성황당 숲 근처였는데
路轉溪頭忽見 모퉁이 돌자 계곡 가에 문득 보이네
제목에 서강월(西江月)이라 한 것은 사패(詞牌 사의 곡조) 이름이고 그 다음에 <밤에 황사령(黃沙嶺)을 지나가다가>가 이 사의 실질적 제목이다. 6, 6, 7, 6으로 구성된 두 개의 단이 병렬로 되어 있고, 각 2, 3구에 평성 운자를 놓고 4구에는 측성 운자를 놓았다. 6자로 된 구는 2자씩 끊어지고 7자는 4, 3으로 끊어진다. 또 각 1, 2구는 병렬의 대구를 쓰고 3, 4구는 서로 내용상 밀접한데 시의 후반이 내용의 중심이 된다.
신기질(辛棄疾, 1140~1207)은 남송 시대의 유명한 사(詞) 작가이다. 소동파를 계승하였고 격렬하고 비분강개한 애국주의적 내용을 담은 작품을 많이 창작하였다. 이 시는 신기질이 1181년 강서(江西)로 좌천되어 한가롭게 지내던 어느 날, 황사령(黃沙嶺)을 넘으며 경험한 산촌의 풍경을 소재로 하고 있다.
시인은 산길을 가고 있다. 휘영청 밝은 달, 달빛이 쏟아지자 멀리 뻗어나간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까치가 그 환한 빛에 놀라 난다. 또 맑은 바람이 불어오니 바람에 민감한 매미가 울어댄다. 주변에 논이 펼쳐져 있어 벼꽃 향기가 나는데 적막한 밤에 한 바탕 우는 개구리 소리는 마치 풍년을 예고라도 하는 것만 같다.
하늘에는 별들이 띄엄띄엄 떠 있는데 산 앞에 오기 전에 빗방울이 두세 방울 떨어진다. 마음이 다소 조급해진다. 예전에 이 황사 고개를 지날 때 성황당 숲 근처에 주박이 있었는데 지금도 있을지, 내가 길을 제대로 든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모퉁이를 돌아서자 계곡 가에 홀연히 나타나 너무도 반갑다.
모점(茅店)은 띠로 지붕을 한 허름한 여인숙을 말하고 사림(社林)은 토지신을 모시는 사당이 있는 곳의 숲을 말한다. 86회 <춘사(春社)>는 바로 이 사(社)에서 지내는 봄 제사를 다룬 것이다.
이 시는 명월, 청풍, 매미 소리, 벼꽃 향기, 개구리 울음, 별, 빗방울 등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을 다양하게 동원하여 여름밤 산길을 지나갈 때의 정취를 잘 표현하고 있다. 시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어려운 대목은 있어도 고사가 하나도 없는 것은 이 작품이 노래를 전제로 한 일종의 노랫말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체험하기 쉽지 않은 예전의 여름 정취와 경험을 이 시를 통해 상상해 보자.
365일 한시 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