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 부부 6
사실 레이례는 안심하지 못했다. 그들의 유일한 보물인 집을 어떻게 기상천외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샤오놘에게 맡기겠는가!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 그는 매일 출근을 해야 했으므로 만약 토요일, 일요일에만 신경을 쓴다면 이사를 이듬해까지 미뤄야 했다! 어쨌든 그 집은 아직 인테리어가 안 돼 있고 또 샤오놘의 수중에는 돈이 얼마 없었다. 설마 창문을 뜯어낼 리는 없으니까 결과가 아무리 나빠도 아주 놀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한 달 넘게 샤오놘은 먼지를 뒤집어쓰며 뛰어다녔다. 심지어 너무 피곤해서 요리에도 손을 못 대 매일 식사도 대충 때웠다. 공사가 간단치가 않은지 그녀는 인부를 찾고, 값을 깎고, 또 공사를 감독하느라 날마다 눈살을 찌푸린 채 아침에 나갔다가 밤이 돼야 들어왔다. 그녀가 유일하게 레이례에게 해준 말은 마침내 꿈에 그리던 꽃무늬 타일을 찾았다는 것이었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았다. 어느 쉬는 주말에 공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점검하러 갔다가 레이례는 새 집이 본래 그대로 썰렁한 벌거숭이 상태인 것을 발견했다. 알고 보니 샤오놘은 모든 열정을 화장실과 부엌에 쏟아 붓느라 다른 곳은 손도 대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그 적은 돈으로 꾸역꾸역 집 전체를 꾸미나 보다 생각했는데 천만뜻밖에 그녀가 줄곧 공을 들인 데는 그 두 곳뿐이었다.
지금 레이례는 제 딴에는 무척 흡족해는 샤오놘을 울고 싶은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호기롭게 말했다.
“부엌에서는 밥을 해야 하고 화장실에서는 목욕을 하고 볼일을 봐야 하잖아. 인테리어를 안 하면 안 되고 할 때 제대로 해야 한다고! 다른 데는 다 괜찮아. 침대 하나만 있으면 우리 둘이 행복하게 같이 잘 수 있으니까! 거실이나 베란다는 다 남들 보라고 꾸미는 거잖아. 부엌과 화장실이야말로 우리 거라고. 어쨌든 우리는 부자가 아니니까 허영은 삼가고 우리 편한 대로 살자. 이미 가장 어려운 데를 마치고 위대한 한 걸음을 내디뎠으니까 다른 데는 나중에 돈 있을 때 꾸미면 돼!”
레이례는 순간적으로 그녀의 억지에 넘어갔다. 그는 문득 자기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바로 그녀에게 허영심이 없는 것임을 깨달았다. 삶에 대한 그녀의 인식은 소박하고 당당했으며 철학자처럼 늘 별나고 자기 논리가 있었다.
“선배, 이 집은 문들이 진짜 끝내주네요! 내 기억에 어릴 때 우리 집 문도 이랬던 것 같아요. 이런 문을 찾느라 꽤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샤오놘의 남자 동기가 각 방의 청록색 나무문들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하하, 좀 그랬지.”
레이례는 미소를 지으면서 다리가 끊어져라 그 문들을 구하러 다녔던 기억을 떠올렸다.
샤오놘이 부엌과 화장실 공사를 마친 후, 그들은 아쉬운 대로 적당한 침대를 샀고 또 고양이들이 감기에 걸린다고 샤오놘이 고집을 부려 바닥에 촌스러운 장판도 깔았다. 본래 사이가 좋았던 셋집 주인이, 그들이 여러 해 사용한 그 낡은 빌트인 소파를 선물하기도 했다. 소파와 비키니 옷장, 컴퓨터, 옷걸이 등의 잡동사니가 도시의 그 동쪽 끝으로 넘어왔다. 그런데 입주 첫날, 그들은 비로소 자신들이 결정적인 문제를 잊고 넘어갔음을 깨달았다. 문이 없었다. 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느 방에도 문이 없었다. 돈은 이미 딱 식비 밖에 안 남아 있어서 훔치는 것 외에는 문을 구할 방도가 없었다. 샤오놘이 도움을 구하러 친정에 전화를 걸려 했지만 레이례는 억지로 그것을 막았다. 그리고 주말에 버스를 타고 몇 군데 시장을 돌다가 막 절망할 때쯤 80년대 드라마에서 나옴직한, 옛날 기숙사 방들에나 어울리는 그 커다란 녹색 문들과 마주쳤다. 예쁘다고 말하면 확실히 허풍이겠지만 개성이 있다고 하면 그래도 인정해줄 만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착한 가격이었다. 부족한 예산 때문에 레이례가 직접 그 눈에 띄는 문들을 날라 왔을 때 샤오놘은 뛸 듯이 기뻐했다. 너무 예쁘고 색깔이 선명하며 요즘 유행하는 앤틱 스타일에도 딱 맞는다는 것이었다.
“우리 문만 부러워하지 말고 이 멋진 식탁도 좀 보라고!”
샤오놘은 활짝 웃으며 커다란 쟁반 하나를 내오고서 또 요리를 하러 부엌으로 돌아갔다.
작은 식탁에는 벌써 쟁반이 네 개나 놓여 있었다. 각기 오렌지 즙을 뿌린 동아 과육, 단호박 치즈구이, 통후추 스테이크, 고추가지볶음이었다. 식탁 위에는 신문지가 깔려 있었으며 사람 수대로 종이컵도 놓여 있었다. 샤오놘은 다들 먼저 먹고 있으라고 소리를 질렀다. 자기는 아직 고추생선찜과 콩꼬투리국수를 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루루 등은 동서양 요리가 다 모인 그 화려한 식단에 완전히 매료되어, 작은 식탁 앞에 서로 빼곡히 붙어 앉았다. 레이례는 마구 음식을 먹어치우는 후배들에게 살뜰히 음료수를 더 채워주면서 내심 흐뭇한 만족감을 느꼈다.
“너 아직 집에 있는 거야?”
한 남자 동창이 샤오놘에게 물었다.
“응, 퇴직자 신분으로 매일 고생고생 밥을 하고 옷을 빨지. 무슨 허드렛일이라도 있으면 나를 찾아줘. 나는 매일 남는 게 시간이니까!”
샤오놘은 지나가듯이 얘기했지만 다시 직장에 다니고 싶어도 이리저리 부딪치는 어려움이 많은 듯했다.
“너는 자기가 없는 집 출신이라면서 어쩌면 이렇게 바닥을 못 치고 올라오는 거야? 성취욕이 너무 모자란 것 아냐?”
루루는 입에 가지를 쑤셔 넣으면서 이번에는 레이례를 향해 말했다.
“선배, 결혼식은 언제 해요?”
“왜? 빨리 결혼선물 해주고 싶어서?”
“돈은 좀 들겠지만 저는 정말 선배가 정식으로 결혼 예복을 입은 모습을 보고 싶다고요!”
“그러면 샤오놘한테 물어봐. 내가 식을 올리자고 하면 늘 귀찮다고 하거든.”
“이미 결혼 신고도 했는데 식이야 하든 말든 무슨 차이가 있어? 무슨 유명인도 아니고 꼭 우리가 정식으로 결혼했다고 만천하에 알려야 돼? 결혼 피로연도 귀찮고 마음이 쓰여. 먼저 돈을 다 써놓고 뒤늦게 너희들 불러서 축의금을 긁어모으는 것도 의리에 어긋나는 것 같고. 내가 머리가 좀 길어지면 그냥 웨딩사진이나 찍고 말래.”
샤오놘은 앞치마를 두른 채 고양이 먹이통에 소시지를 놓고는 다시 부엌으로 돌아가서 마지막으로 흰목이버섯수프를 들고 와 식탁 앞에 비집고 앉았다.
“나는 진짜 네가 이러는 걸 본 적이 없어. 다들 보면 여자는 죽자사자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 피로연을 하고 싶어 하잖아. 반대로 남자는 양심 없이 하기 싫어하고.”
남자 동창이 말했다.
“나도 이러는 걸 본 적이 없어.”
레이례는 조용히 먹고만 있는 샤오놘을 지켜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