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 부부 3
2
“선배, 주말에 루루露露 네가 밥 먹으러 온대. 시간 있어?”
샤오놘이 전화를 걸어와 웅얼거렸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였다. 그녀가 막 깨는 시간이라 목소리에서 아직 잠의 여운이 느껴졌다.
“토요일, 아니면 일요일?”
레이례가 물었다.
“아 참, 그건 말 안 했다. 내가 물어보고 다시 연락 줄게. 끊을게, 미남 선배.”
“저녁에 퇴근하면 얘기해줘. 난 아마 별일 없을 거야. 염려 말고 오라고 그래.”
“내가 염려할 게 뭐가 있어? 일이나 잘 해. 일 못 해서 나 골탕 먹이지 말고. 저녁에 일찍 들어와, 꼬리곰탕 해놓을 테니까.”
함께 산 지 6년이 넘었는데도 샤오놘은 아직도 레이례를 선배라고 불렀다. 레이례도 그 호칭이 듣기에 편했다. 가끔은 마치 무협소설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무협소설에서는 보통 사매가 사형한테 시집을 가면 호칭을 ‘상공’이라고 바꾸지 않고 계속 사형이라고 부르는데, 그러는 편이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레이례는 전화를 끊고 밖에서 사온 국수를 계속 먹었다. 저녁에 꼬리곰탕을 먹을 생각을 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원래 샤오놘은 요리를 할 줄 몰랐다. 대학에 오기 전에는 심지어 물도 끓여본 적이 없었다. 무슨 부잣집 외동딸은 아니었어도 집안일을 통 안 하고 자란 것이다. 한번은 그녀가 재료를 잔뜩 싸들고 레이례의 셋집에 와서 대대적으로 요리를 한 적이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나서 그릇 세 개를 내왔는데 하나는 물이 많은 밥 혹은 물이 적은 죽이었다. 다시 말해 밥인지 죽인지 무척 애매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가지런히 자른 소시지였고 물에 쪘는지 김이 모락모락 났다. 마지막 하나는 토마토와 오이와 당근을 마요네즈에 버무린 것이었다. 속에 삶은 계란 하나를 으깨어 넣기도 했다. 레이례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그 참담한 그릇들을 받으며 그녀와 정말로 결혼하면 어떡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이따금 괜찮은 밥상을 차릴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는 언제나 레이례가 요리를 도맡고 샤오놘은 옆에서 멀뚱멀뚱 구경만 했다. 나중에 직장을 관두고 집에서 놀게 된 뒤에야 그녀는 대기만성으로 요리 인생을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 이듬해에 샤오놘은 사장과 크게 말다툼을 하고 회사를 나온 뒤, 바로 “나 관뒀어.”라는 쪽지 한 장만 남긴 채 짐을 싸서 고향으로 떠났다. 레이례는 집에 돌아와서 엉망으로 어질러진 침실과 야옹야옹 울어대는 네 마리의 고양이를 보고 정말 그 고양이들을 한 마리씩 두들겨 패고 싶었다. 이 게으름뱅이 여자가 인사 한 마디 없이 길고양이 네 마리만 남기고 뺑소니를 치다니! 그날 저녁, 샤오놘은 기차에서 전화를 걸어왔다. 기차를 타고서야 인사도 안 하고 떠나온 것이 조금 심했다 싶었는지 특별히 전화를 걸어 레이례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레이례가 흥분해서 몇 마디 소리를 질렀지만 그녀는 다른 말은 안 하고 사장 욕만 했다.
그녀는 졸업하자마자 그 회사에 들어가, 하루 8시간 동안 수시로 일을 받아 컬러링과 유머와 괴담을 녹음했고 이메일이나 전화가 올 때마다 녹음실로 달려가야 했다. 기본급은 한 달에 2천 위안이었으며 녹음량에 따라 보너스를 받았다. 사실 일 자체는 어렵지도 않고 재미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매일 9시 정각에 출근 카드를 찍는 제도가 샤오놘의 성미에 안 맞았다. 그녀는 외국에 가본 적도 없으면서 언제나 유럽 시간에 맞춰서, 그러니까 베이징의 시간보다 몇 시간 늦게 생활했다. 다른 사람이 잘 때는 정신이 말짱했고 다른 사람이 일어날 때는 졸리기 시작했다. 매일 자명종이 울리면 그녀는 오만상을 찡그리며 그것을 끄고 천연덕스레 더 잠을 자려 했다. 레이례는 그녀를 깨우기 위해 적잖이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평소에는 별로 신경질이 없는 그녀가 웬일로 잠 욕심은 그리 많은지 깨우려고만 하면 짜증을 냈다. 그는 그녀의 콧구멍에 손가락을 끼워 호흡을 방해하기도 했고, 휴대폰을 진동 모드로 바꿔 그녀의 배 위에 올려놓아 경운기를 타는 꿈을 꾸게 하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매일 어떻게든 그녀를 깨우고 정류장까지 끌고 가 하루를 시작하게 만들었다. 이따금 그가 마음이 모질지 못했거나 자기가 너무 성질을 부린 날에는 샤오놘은 아예 끝까지 잠을 자고 무단결근을 했다. 그 바람에 근무일이 들쑥날쑥해서 매달 적잖이 월급을 삭감 당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때마다 반성을 하기는커녕 삭감액이 너무 크다고 회사에 항의를 했다. 기본급은 꼴랑 2천 위안인데 하루 결근에 100위안, 한 번 지각에 50위안을 떼니 만약 자기가 한 달을 다 안 나가면 거꾸로 회사에 돈을 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졸린 봄과 늘어지는 여름과 노곤한 가을을 다 보낸 그 겨울에도 샤오놘은 결근이 잦아, 보너스까지 다 합쳐도 월급이 9백 위안밖에 안 됐다. 그녀는 얇디얇은 그 지폐 뭉치를 쥐고서 사장을 욕했고 직장을 때려치웠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 시대의 젊은 백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