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 부부 4
우선 고향에 돌아가 한 달을 보내면서, 어쨌든 늘어지게 자도 월급을 깎는 사람이 없고 의식주도 부모님이 잘 챙겨준 덕에 샤오놘은 기분이 좋아져 집에 돌아오는 것도 잊었다. 레이례가 거듭 닦달을 하고 장인, 장모한테까지 통사정을 했는데도 그녀는 돌아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결국 레이례는 모질게 마지막 통첩을 보냈다. 빨리 안 돌아오면 그 네 마리 고양이를 죽이겠다고, 이것은 절대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라고 했다. 그녀는 레이례가 홧김에 그런 일까지 벌일 행동력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는 했지만, 그래도 말을 듣는 척하며 서둘러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역에서 나와 두 눈을 마주쳤을 때, 낭만적이고 격정적인 포옹이나 눈물도 없이 두 사람은 서로를 밀치며 투닥거린 뒤 형제처럼 셋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 고양이들을 보자마자 샤오놘은 얼굴이 환해지고 눈빛이 부드러워졌으며 사료와 모래를 점검하고는 레이례에게 대견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그녀가 고양이들을 다 따뜻하게 챙긴 뒤에야 레이예는 비로소 자기 차례가 된 것을 알았다.
사실 레이례는 그 고양이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놈들은 살이 찌고 머리가 컸으며 먹는 것만 밝히고 게으르기 짝이 없었다. 또 크지도 않은 집 안에서 제멋대로 어슬렁거리며 물어대고 할퀴어대면서 아무것도 두려운 게 없었다. 하지만 그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샤오놘은 장미도 다이아몬드도 화려한 옷도 원치 않고 오직 고양이만 목숨처럼 아꼈다. 그 네 마리 고양이 중에는 귀하고 이름난 품종은 없었다. 두 마리는 길거리에서 주워온 길고양이였고 두 마리는 소식통인 전 주인이 일부러 찾아와 맡겼다. 샤오놘은 대학교 3학년 때부터 그 고양이들을 차례로 집에 들여 길러왔다. 본래 그녀는 아래층에 새로 나타난 길고양이도 데려와 키우려 했지만 레이례가 정색을 하고 잔소리를 하는 통에 겨우 입을 삐죽대며 생각을 접었다. 네 마리만으로도 이미 한계였다. 녀석들이 하도 뛰어다녀 눈이 어지러웠고 또 녀석들이 하도 울어대서 귀도 아팠다. 본래는 한데서 먹고 자며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던 녀석들이 하루아침에 샤오놘의 보물이 되었다.
“메이메이美眉는 식욕이 별로 안 좋은 것 같고, 뉴완牛丸은 요즘 털이 빠지고 있고, 춘상村上은 또 강단鋼蛋을 괴롭히는 데 재미가 들렸고……”
그렇게 고양이 이야기만 읊어대면서 샤오놘은 거의 자기도 고양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았다. 한번은 춘상이 열린 창문을 통해 바깥으로 뛰어내려 감쪽같이 사라진 적이 있었다. 그때 그녀는 이틀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충혈된 눈으로 그 집 나간 자식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레이례는 짐짓 그녀를 위로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한 마리가 줄어 성가신 일도 조금 줄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저녁 때 이틀을 꼬박 굶은 그녀를 데리고 아래층 작은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그녀는 울상인 채 젓가락으로 그릇 속 밥을 깨작거렸다. 마치 그녀가 아니라 젓가락이 밥을 먹어야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울적하게 사나흘이 흐른 뒤, 갑자기 익숙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알고 보니 그 막돼먹은 고양이가 건물 입구의 차양 위에서 전등 보호대 옆에 앉아 있었다. 샤오놘은 뛸 듯이 기뻐하며 조심조심 녀석에게 다가갔다. 마치 녀석이 진심으로 돌아오고 싶어 하는 게 아니어서 거칠게 대하면 또 도망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녀는 궁리 끝에 레이례에게 돌아가서 고양이 가방을 가져오라고 했다. 레이례는 고양이 가방을 들고 오면서 속으로 ‘저 자식은 밖에서 며칠 잘 놀아 놓고 왜 또 뻔뻔하게 집에 돌아온 거야?’하고 투덜거렸다.
돈을 버는 남자로서 레이례는 일을 관둔 샤오놘과 함께 그녀의 네 마리 고양이까지 부양해야 했다. 샤오놘은 매일같이 잠옷 차림으로 먹고 자는 것을 반복하면서 정말 어쩔 수 없을 때만 밖에 나갔다. 하지만 조금도 살이 안 찌고 종잇장처럼 가늘가늘한 몸매를 유지했다. 집에서 할일이 없어 그녀는 요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요리책을 잔뜩 사고 요리 도구도 전부 새것으로 마련해, 꾀죄죄한 셋집 부엌에서 솥과 사발과 국자가 반짝반짝 빛이 났다. 레이례는 그녀의 엄숙하고 진지한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요리사 모자도 하나 사지 않을까 의심이 들었다. 그리고 뭘 하든 자기를 아마추어로 취급하고 이번에는 시작하자마자 식신食神 흉내를 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는 매일 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날마다 새롭고 희한한 냄새가 났다. 미소수프, 와인배절임, 삼치구이, 그라탕 등등 요리가 동양과 서양을 안 가렸다. 샤오놘은 심지어 도매시장에서 틀을 구해 《홍루몽紅樓夢》에서 주인공 가보옥賈寶玉이 먹은 연잎탕을 만들어보기까지 했다. 본래 레이례는 날마다 따끈한 집밥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매일 억지로 새 요리를 시식해야만 했다. 하지만 맛은 그래도 다 괜찮았다. 레이례는 그녀가 이쪽으로 확실히 천부적인 재능이 있음을 인정했다. 단지 그는 그녀가 너무 지나치게 새로운 요리에 빠져 있는 것을 참을 수 없었고, 비싸고 늘 낭비되는 식재료도 참을 수 없었다. 집에서 먹는 것과 밖에서 외식을 하는 것이 비용상 별 차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