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노래夏詞/청淸 지생智生
炎威天氣日偏長 더운 날씨에 유난히 해도 길어
汗濕輕羅倚畫窗 창가에 있어도 옷에 땀이 나네
蜂蝶不知春已去 벌 나비는 봄이 간 줄 모르고
又銜花瓣到蘭房 또 꽃잎 물고 난방을 찾아오네
지생(智生)이란 시인을 처음 알았는데 이토록 교묘한 시를 쓰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는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그 독특한 함축은 묘한 난초 향기를 풍긴다.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전 <근대서화>를 열었는데 평양 기생의 묵란도(墨蘭圖)이 몇 점이 나왔다. 난초를 친 필선이며 화면에 쓴 글씨가 매우 단정하고 귀여운 태가 있었다. 현대 여성들과 달리 전통 시대의 여류 시인이나 화가들은 독특한 정취가 있다. 이 시에 바로 그런 향기가 몰씬 배어나온다. 더욱이 이 시인은 여승이다.
지생(智生,1635~1653)은 항주 사람으로 속명은 황애(黃埃)이다. 결혼하기로 약속한 상태에서 과부가 되어 출가하였다. 나이 19세에 병이 걸려 부모를 위로하고 웃으며 죽었는데 《금강경주해 》와 약간의 시문을 남겼다. 큰 아버지한테 시를 배워 시도 잘 쓰고 금(琴)도 타고 독서도 좋아하였으며 인물도 좋고 총명한 여성인 것으로 전해온다.
난방(蘭房)은 이 시인의 거처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름에 찾아오는 벌과 나비. 이미 출가한 아름다운 여성이자 여승. 물고 온 꽃잎은 사랑을 호소하는 편지일까? 기혹한 세상의 시련은 여름 더위 보다 더 맹렬할 것인데, 자신은 더 이상 이성의 사랑을 받을 수 없는 몸인데 그래도 찾아오는 벌과 나비들! 그토록 매정하게 대했건만 또!!
365일 한시 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