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대체12수-제3玉臺體 十二首 其三/ 당唐 권덕여權德輿
隱映羅衫薄 은은히 비치는 얇은 비단 적삼
輕盈玉腕圓 섬세하고 고운 아름다운 손목
相逢不肯語 서로 만나도 선뜻 말하지 않고
微笑畫屏前 그림 병풍 앞에서 미소만 짓네
이 시가 어떤 상황인지는 잘 알 수 없다. 다만 나머지 11수가 모두 청루(靑樓), 즉 기루의 여인과 만나 이별하고 그 이후에 그 여인이 요동의 전장으로 간 남자를 기다리는 내용으로 된 것으로 보아 이 시는 청루의 여인과 만나 첫 밤을 맞이하는 장면으로 추정된다. 앞 2구는 이 기녀의 아름다움을, 뒤 2구는 첫 만남의 수줍은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기루에선 여인들이 남자를 가지고 놀 것도 같은데 어쨌든 이 시는 독자를 남성으로 상정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16세의 수줍은 여인이 시적 화자로 등장한다. 먼저 밭둑에서 한 번 만난 이들이 이제 청루에서 정식으로 만난 상황이다. 2구의 경영(輕盈)은 미인의 자태나 행동을 표현하는 말인데 여기선 손 모양을 말하는 듯하다. 원(圓)은 그 손목의 곡선미를 말한다.
아마 5월에 맞는 얇은 비단 옷 차람의 미인이 화조도 등이 그려진 병풍 앞에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남자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이 남자의 첫 시선이 옷 밖으로 드러난 손목에 가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신체의 노출이 적었던 당시에 외부로 노출된 손목이 특별히 시선을 끈 것을 알 수 있다. 이 시를 5월에 뽑은 것은 아마도 음력 4월 무렵에 날씨가 좋아 여인들의 옷차림이 밝고 얇아 그런 것에서 계절감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꽃이나 나무보다 여인의 옷차림에서 계절이 먼저 나타나고 또 실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옥대체는 47회에서 소개하였는데 사랑노래라는 의미이다. 양나라 때 《옥대신영(玉臺新詠)》이란 책이 나왔는데 그 책에 실린 시가 모두 사랑을 노래한 시여서 이런 시의 문체를 옥대체라 한다.
권덕여(權德輿, 759~818)는 감숙성 태안(泰安) 사람이다. 4세에 시를 짓고, 7세에 효자로 소문나고 15세에 문장 수백 편을 지어 《동몽집(童蒙集)》이란 책을 내어 명성이 크게 났다. 덕종(德宗)이 불러 태상박사(太常博士)로 삼은 이래 여러 관직을 거쳐 재상을 지낸 사람이다. 시는 다른 시인과는 달리 육조 시대에 근원을 두고 주로 사람의 친애하는 정리를 주제로 한 것이 많다.
365일 한시 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