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조박재는 함과가의 외삼촌을 방문하고
홍선경은 취수당의 중매를 서다
趙樸齋鹹瓜街訪舅 洪善卿聚秀堂做媒
화야련농 자신은 꿈에서 깨어났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였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두리번거리며 다리 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다리 어귀에 거의 다 이르렀을 때, 한 젊은 남자가 다리 아래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그는 월백9 죽포 전의10와 금장11의 남경주단12 마고자를 입고 있었다. 화야련농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만 그와 정면으로 부딪치고 말았다. 젊은 남자는 꽈당 넘어져 흙탕물을 온통 뒤집어쓰고 말았다. 그는 벌떡 일어나 곧장 화야련농을 붙잡고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화야련농이 아무리 해명하여도 막무가내였다. 파란색 호의13를 착용한 순포가 다가와서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러자 그 젊은 남자가 말했다.
“난 조박재(趙樸齋)라고 하오. 함과가로 가고 있는데, 글쎄 이 무례한 자가 나를 넘어뜨렸소! 마고자가 흙탕물로 범벅된 것을 좀 봐요. 저 사람이 무조건 물어내야 하오!”
화야련농이 대답을 하려고 하는데 순포가 말했다.
“당신도 조심하지 않았으니까, 그냥 그만 보내주시오.”조박재는 한참을 구시렁거리다가 마지못해 손을 놓고 나서, 태연하게 떠나는 화야련농을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았다. 쑥덕거리는 사람, 낄낄대는 사람 등 구경꾼들이 길을 에워싸고 있었다. 조박재는소매를 털어내며 짜증을 냈다.
“이래서야 어떻게 외삼촌을 뵙지?”
순포도 웃으며 말했다.
“찻집에 가서 수건으로 닦아보지 그래요?”
순포의 말을 듣고 조박재는 다리 어귀에 있는 근수대(近水臺) 찻집으로 갔다. 창가 쪽 자리를 잡고 마고자를 벗었다. 점원이 물을 가지고 오자 조박재는 수건을 짜서 꼼꼼하게 마고자를 닦았다. 진흙을 말끔히 닦아내고 다시 마고자를 입었다. 차를 마시고 나서 계산을 하고 함과가의 중시(中市)로 갔다. ‘영창삼점(永昌參店)’이라는 간판을 찾아 석고문14을 들어서며 큰 소리로 불렀다.
“홍선경(洪善卿) 선생님.”
그러자 종업원이 대답을 하고 나와서 응접실로 안내하며 이름을 묻고는 황급히 안으로 들어가 전했다. 잠시 뒤, 홍선경이 종종걸음으로 나왔다. 조박재는 비록 오랫동안 보지 못했지만 훌쭉하게 들어간 볼과 툭 불거진 눈을 보고는 금방 알아차리고 앞으로 달려가‘외삼촌’ 하고 부르며 예를 갖추고 인사를 올렸다. 홍선경도 대충 인사를 하며 자리를 권하고 안부를 물었다.
“어머니는 안녕하신가? 함께 오지 않았고? 어디에서 지내고 있느냐?”
“보선가 열래(悅來) 객잔에서 묵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오지 않으셨고, 외삼촌께 안부를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점원이 담배와 차를 올렸다. 홍선경은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특별한 일은 아니고, 일거리를 찾아볼까 하고 왔습니다.”
“요즘 상해에도 일거리가 없어.”
“어머니께서 집에서 별 하는 일 없이 해마다 나이만 먹으면 무슨 일을 하겠냐 하시며 차라리 나가 일을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하셨습니다.”
“말씀은 옳으시지. 네 나이가 올해 몇이지?”
“열일곱입니다.”
“네 여동생은?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는데, 너보다 몇 살 어린가? 혼처는 정해졌는가?”
“아직입니다. 올해 열다섯입니다.”
“집에는 또 누가 있느냐?”
“세 식구 외에 아주머니 한 분이 일을 봐주십니다.”
“식구가 적어서 생활비는 아무래도 적게 들겠구나.”
“이전보다 절약이 되긴 합니다.”
그때 천연궤15 위에 있는 자명종이 열두 시를 알렸다. 선경은 조박재에게 간단한 요깃거리를 청하며 젊은 회계원에게 식사를 준비시켰다. 잠시 후, 네 가지 음식과 밥 두 그릇, 술 한 병이 차려진 상이 올라왔다. 외삼촌과 조카는 마주 앉아 술을 마시며 최근 돌아가는 정황과 고향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너 혼자 객잔에 머물고 있느냐? 돌봐주는 사람은 없느냐?”
“미곡상의 친구가 있습니다. 장소촌(張小村)이라고, 상해에 일거리를 찾아 왔는데,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그거 잘됐구나.”
밥을 먹고 나서 얼굴을 닦고 입을 헹구었다. 선경은 박재에게 물담뱃대를 주며 일렀다.
“잠깐 앉아 있어. 몇 가지 일이 끝나는 대로 같이 북쪽에 가보자.”
박재는 예, 예, 연달아 대답을 했다. 선경은 바쁜 걸음으로 들어갔다.
박재는 혼자 앉아 물담배를 싫증날 만큼 피웠다. 자명종이 두 시를 알리자 선경이 나오며 또다시 젊은 회계원에게 몇 마디 당부를 하고 나서 박재를 앞세우고 거리로 나와 북쪽으로 걸어갔다. 육가석교를 건너자 그들은 인력거 두 대를 잡아 나누어 타고 보선가 열래 객잔 입구까지 갔다.16 선경은 어림해서 차비를 지불했다. 박재는 선경을 객잔 방으로 안내하였다. 함께 방을 쓰는 장소촌은 벌써 점심을 먹어치우고 붉은 모포가 깔린 침대 위에 반질거리는 아편 소반을 올려놓고 아편을 피우고 있었다. 그는 조박재와 함께 방으로 들어오는 이가 홍선경임을 짐작하고 재빨리 담뱃대를 내려놓고 일어났다. 선경이 말했다.
“존함이 장소촌이지요?”
“네. 어르신께서는 선경 선생님이시지요?”
“선생님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먼저 인사를 드리지 못해 송구하기 그지없습니다.”
잠시 겸손을 차린 인사를 나누고 마주 보고 앉았다. 조박재는 물담뱃대를 선경에게 올렸다.
“조카가 처음 상해에 와서 오로지 소촌 선생에게 의지하고 있으니 잘 보살펴주십시오.”
“저 역시 아무것도 모릅니다. 함께 올라왔으니 당연히 서로 도와야죠.”
또 잠깐 상투적인 인사치레를 나누고 선경은 물담뱃대를 소촌에게 건네주었다. 소촌은 그것을 받아 들면서 선경에게 침대로 가서 아편을 피우기를 권했다.
“아편은 못 합니다.”
그리고 모두 각자 자리에 앉았다. 박재는 한쪽에 앉아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서서히 기루와 기녀 이야기로 옮겨가자 박재는 궁금해서 입을 달싹거리는데, 마침 소촌이 물담뱃대를 주었다. 박재는 이때다 싶어 소촌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소촌은 먼저 ‘하하’웃고는 선경에게 말했다.
“조형이 기루에 가서 견문을 넓히고 싶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어디로 갈까요?”
“기반가로 한번 가보죠.”
“서기반가 취수당에 육수보(陸秀寶)라는 기녀가 괜찮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박재가 끼어들었다.
“그러면 거기로 가요.”
소촌은 웃기만 했다. 선경도 웃음이 나왔다. 박재는 소촌에게 아편 소반을 정리하라고 재촉하고 소촌이 최신식 옷을 갈아입을 때까지 기다렸다. 소촌은 참외모양의 작은 모자를 쓰고 가선을 댄 북경식 신발을 신었다. 그리고 은회색 항주산 면도포 위에 청옥색 남경주단 마고자를 입고 나서, 다시 벗어놓은 옷들을 하나씩 개고 난 후에야 선경과 서로 양보하며 동행하였다. 박재는 성격이 급하여 방문을 잡아당겨 대충 잠그고 선경과 소촌 뒤를 따라 객잔을 나섰다. 골목을 두 번 돌자 서기반가가 나왔다. 멀리 팔각 유리등 하나가 보였다. 철관이 대문을 떠받치고 있고, 그 위에 ‘취수당(聚秀堂)’ 세 글자가 붉은 글씨로 쓰여 있었다. 선경은 소촌과 박재를 이끌고 들어갔다. 남자 하인이 홍선경을 알아보고 황급히 소리쳤다.
9 月白 : 푸른빛이 도는 하얀 색
10 箭衣 : 고대 사수가 입은 의복으로 소매가 좁다. 소매의 상반은 손을 덮고, 하반은특히 짧아 활을 쏘기에 편리하다.
11 金醬 : 보랏빛을 띠는 짙은 갈색
12 寧綢 : 남경 주단. 남경(南京), 진강(鎭江), 항주(杭州) 등지에서 생산됨
13 號衣 : 병졸이나 관청의 하급관리들이 입는 제복
14 石庫門 : 19세기 중엽 이후 상해의 대표적인 민간 건축 양식으로, 돌로 문틀을 만들고 옻칠한 두꺼운 목재판으로 문을 만들었기 때문에 석고문이라고 한다. 서양문화와 중국전통 민간주택의 특징이 융합된 대표적인 건축물이기도 하다.
15 천연궤(天然几) : 응접실 정면에 두는 장식 가구
16 육가석교는 상해의 현성과 조계지의 경계이다. 현성은 길이 좁아 인력거나 마차가 다닐 수 없었지만 조계지는 도로와 거리가 비교적 넓고 정비되어 있어 인력거와 마차가 다닐 수 있었다.
但在花也憐儂自己以為是醒的了,想要回家裏去,不知從那一頭走,模模糊糊踅下橋來。剛至橋堍,突然有一個後生,穿著月白竹布箭衣,金醬寧綢馬褂,從橋下直衝上來。花也憐儂讓避不及,對面一撞,那後生「撲撻」地跌了一交,跌得滿身淋漓的泥漿水。那後生一骨碌爬起來,拉住花也憐儂亂嚷亂罵。花也憐儂向他分說,也不聽見。當時有青布號在中國巡捕過來查問。後生道:「我叫趙樸齋,要到咸瓜街浪去;陸裏曉得個冒失鬼,奔得來跌我一交。耐看我馬褂浪爛泥,要俚賠個啘!」花也憐儂正要回言,祇見巡捕道:「耐自家也勿小心啘,放俚去罷。」趙樸齋還咕噥了兩句,沒奈何放開手,眼睜睜地看著花也憐儂揚長自去。
看的人擠滿了路口,有說的,有笑的。趙樸齋抖抖衣襟,發極道:「教我那份去見我娘舅嗄?」巡捕也笑起來,道:「耐去茶館裏拿手巾來揩揩㖏。」一句提醒了趙樸齋,即在橋堍近水臺茶館佔著個靠街的座兒,脫下馬褂。等到堂倌舀面水來,樸齋絞把手巾,細細的擦那馬褂,擦得沒一些痕跡,方纔穿上。呷一口茶,會帳起身,徑至咸瓜街中市。
尋見永昌參店招牌,踱進石庫門,高聲問「洪善卿先生」。有小伙計答應,邀進客堂,問明姓字,忙去通報。不多時,洪善卿匆匆出來。趙樸齋雖也久別,見他削骨臉,爆眼睛,卻還認得,趨步上前,口稱「娘舅」,行下禮去。洪善卿還禮不迭,請起上坐,隨問:「令堂阿好?阿曾一淘來?寓來哚陸裏?」樸齋道:「小寓寶善街悅來客棧。無娒勿曾來,說搭娘舅請安。」說著,小伙計送上煙茶二事。
洪善卿問及來意,樸齋道:「也無啥事幹,要想尋點生意來做做。」善卿道:「近來上海灘浪,倒也勿好做啥生意㖏。」樸齋道:「為仔無娒說,人末一年大一年哉,來哚屋裏做啥㖏?還是出來做做生意罷。」善卿道:「說也勿差。耐今年十幾歲?」樸齋說:「十七。」善卿道:「耐還有個令妹,也好幾年勿見哉,比耐小幾歲?阿曾受茶?」樸齋說:「勿曾。今年也十五歲哉。」善卿道:「屋裏還有啥人?」樸齋道:「不過三個人,用個娘姨。」善卿道:「人淘少,開消總也有限。」樸齋道:「比仔從前省得多哉。」
說話時,祇聽得天然几上自鳴鐘連敲了十二下,善卿即留樸齋便飯,叫小伙計來說了。須臾,搬上四盤兩碗,還有一壺酒,甥舅兩人對坐同飲,絮語些近年景況,閑談些鄉下情形。善卿又道:「耐一干仔住來哚客棧裏,無撥照應啘。」樸齋道:「有個米行裏朋友,叫張小村,也到上海來尋生意,一淘住來哚。」善卿道:「故也罷哉。」喫過了飯,揩面漱口。善卿將水煙筒授與樸齋,道:「耐坐一歇,等我幹出點小事體,搭耐一淘北頭去。」樸齋唯唯聽命。善卿仍匆匆的進去了。
樸齋獨自坐著,把水煙吸了個不耐煩。直敲過兩點鐘,方見善卿出來,又叫小伙計來叮囑了幾句,然後讓樸齋前行,同至街上,向北一直過了陸家石橋,坐上兩把東洋車,徑拉至寶善街悅來客棧門口停下,善卿約數都給了錢。樸齋即請善卿進棧,到房間裏。
那同寓的張小村已喫過中飯,床上鋪著大紅絨毯,擺著亮汪汪的煙盤,正吸得煙騰騰的。見趙樸齋同人進房,便料定是他娘舅,忙丟下煙槍起身廝見。洪善卿道:「尊姓是張?」張小村道:「正是。老伯阿是善卿先生?」善卿道:「豈敢,豈敢。」小村道:「勿曾過來奉候,抱歉之至。」謙遜一回,對面坐定。趙樸齋取一支水煙筒送上善卿。善卿道:「舍甥初次到上海,全仗大力照應照應。」小村道:「小侄也勿懂啥事體,一淘上來末自然大家照應點。」又談了些客套,善卿把水煙筒送過來,小村一手接著,一手讓去床上吸鴉片煙。善卿說:「勿會喫。」仍各坐下。
樸齋坐在一邊,聽他們說話,慢慢的說到堂子倌人。樸齋正要開口問問,恰好小村送過水煙筒。樸齋趁勢向小村耳邊說了幾句。小村先哈哈一笑,然後向善卿道:「樸兄說要到堂子裏見識見識,阿好?」善卿道:「陸裏去㖏?」小村道:「還是棋盤街浪去走走罷。」善卿道:「我記得西棋盤街聚秀堂裏有個倌人,叫陸秀寶,倒無啥。」樸齋插嘴道:「就去哉啘。」小村祇是笑,善卿也不覺笑了。樸齋催小村收拾起煙盤,又等他換了一副簇新行頭,頭戴瓜棱小帽,腳登京式鑲鞋,身穿銀灰杭線棉袍,外罩寶藍寧綢馬褂,再把脫下的衣裳,一件件都折疊起來,方纔與善卿相讓同行。
樸齋正自性急,拽上房門,隨手鎖了,跟著善卿、小村出了客棧。轉兩個彎,已到西棋盤街,望見一盞八角玻璃燈,從鐵管撐起在大門首,上寫「聚秀堂」三個朱字。善卿引小村、樸齋進去,外場認得善卿,忙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