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 그믐에 봄을 보내며三月晦日送春/당唐 가도賈島
三月正當三十日 삼월도 오늘로 딱 삼십일 되었으니
風光別我苦吟身 풍광이 애써 시 짓는 나를 떠나가네
共君今夜不須睡 그대와 오늘밤은 잠들고 싶지 않아라
未到曉鍾猶是春 새벽종이 울리기 전엔 아직 봄이니까
‘고음신(苦吟身)’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시를 짓는 자기 자신을 말한다. 가도 본인 스스로 자신을 고음(苦吟) 시인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만하다. 또 보통 밤 12시, 즉 자시(子時)를 기준으로 날이 변경되지만 이 시를 보면 새벽 인정(寅正), 즉 4시를 변경 기점으로 보고 있다. 과학과 달리 일반인의 생활 습관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니 퍽 재미나는 현상이다.
많은 현대인들은 주로 눈에 보이는 것과 실용성에 관심을 가진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시는 충격적이다. 그러나 고인들의 관점에서 보면 현대인들이 충격적인 삶을 매일 반복하고 있다. 소동파는 ‘봄밤은 천금의 값어치가 있다.’고도 했고 이백은 낮에 노는 것으로는 부족하니 밤에 촛불을 잡고 놀아야 함을 강조하였다. 소동파와 이백은 모두 당대의 풍류객이다. 가도는 이제 좋은 시를 쓰기 위해 봄이 가는 것을 아까워하며 마지막까지 매달리고 있다. 114회에서 본 진관(秦觀)과는 정반대의 처세관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시로만 보면 진관이 이지적인 순응파라면 가도는 감성적인 저항파인 셈이다.
우리가 이미 여러 편의 시에서 보았듯이 봄을 보내는 고인들의 태도를 통해 삶의 풍요로움은 전혀 별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한 하나의 방법임을 깨닫게 된다.
가도(賈島, 779~843)는 하북성 범양(范陽), 즉 탁현(涿縣) 사람으로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와 동향이다. 그는 어려서 너무 가난해 먹고 살려고 승려가 되었다가 한유가 권하여 환속하여 50이 다 되어 과거에 급제하였다. 그러나 낮은 지방 관료를 전전하였다. 그는 맹교(孟郊)와 더불어 중당 시대의 대표적인 고음(苦吟) 시인으로 불린다. 가난하게 살며 시를 쓰는 점과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시구를 다듬었기 때문이다.
365일 한시 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