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과 마주 앉아對客/송宋 황경黃慶
窗下篝燈坐 창문 아래 등을 밝히고 앉아
相看白髮新 서로 마주보니 백발이 새롭네
共談爲客事 객으로 떠돈 일 함께 나누니
同是異鄉人 우리 두 사람은 다 타향 사람
詩寫梅花月 달빛 아래 핀 매화 시로 쓰고
茶煎穀雨春 봄 곡우 전에 딴 차도 달이네
明朝愁遠別 내일 아침 먼 이별 걱정하니
離思欲沾巾 이별 슬퍼 눈물이 자꾸 나네
떠도는 시인이 타향에서 또 다른 떠도는 사람을 만나 얼마간 정이 들었다가 다시 그를 떠나보내기 전날 밤에 그 감회를 쓴 시이다.
5,6구가 단연 정채를 띤다. 달밤에 매화가 핀 광경을 시로 쓰고 곡우 전에 딴 차를 함께 달여 마신 것은 이 두 사람이 만나 함께한 아름다운 추억으로 보인다. 시를 쓴 것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고 차를 달여 먹는 것은 오늘밤도 하고 있다.
창문 아래서 등불을 밝히고 이제 내일 헤어지기 전에 서로 마지막 정담을 나눈다. 마지막 밤이라 그런지 길동무의 흰 머리가 눈에 들어온다. 두 사람은 모두 다른 곳에서 이 곳으로 온 사람으로 서로 자신이 떠돌아 다닌 이야기를 나눈다.
한동안 서로 떠돌던 경험담을 이야기하다 둘이서 이른 봄에 만나 달빛 아래 매화를 함께 감상하고 곡우 전에 딴 차를 달여 먹던 즐거운 추억도 떠 올린다.
그러나 아무리 애써 좋은 이야기만 하려해도 내일 타향서 사귄 이 벗이 멀리 떠나갈 것을 생각하니 절로 눈물이 고인다. 슬쩍쓸쩍 닦아내는 눈물이 수건을 적실 정도이다.
구등(篝燈)은 등의 외피를 씌운 등불을 말한다. 욕점건(欲沾巾)은 눈물이 수건을 적실 것 같다는 말이니, 곧 참으려 해도 눈물이 자꾸만 난다는 말이다.
황경(黃慶)은 송나라 말에서 원나라 초기를 산 시인이다. 그는 자를 성보(星甫)라 하고 호를 천태산인(天台山人)이라 하였는데 절강성 천태가 고향이기 때문이다. 어려서 과거 공부를 하였는데 원나라가 들어서 과거가 없어지는 바람에 호해(湖海)를 방랑하면서 호방한 기운을 시로 녹여 냈다. 나이 80여 세에 작고하였는데 만년에 자신의 글을 《월악만고(月屋漫稿)》로 묶어 지금 남아 있다.
365일 한시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