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이별 노래春別曲/당唐 장적張籍
長江春水綠堪染 장강의 봄물은 물들일 정도로 푸르고
蓮葉出水大如錢 연잎은 물에서 나와 동전만큼 자랐네
江頭橘樹君自種 강가의 귤나무 그대가 손수 심었는데
那不長繫木蘭船 어이 그대 배를 길이 메어두지 않으리
장강의 봄물은 너무도 푸르러 옷을 담그면 금방 염색이 될 정도이다. 그리고 이제 갓 싹이 튼 연잎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었는데 동그란 모양이 동전 같아 참으로 예쁘다. 이런 아름다운 강남의 봄 풍경을 두고 그대는 그예 길을 떠나려 한다. 저 강가에 선 귤나무는 그대가 손수 심은 것이다. 그 나무에 그대가 타고 갈 배를 매어 놓아 못 가도록 억지로라도 떼를 쓰고 싶다.
목란선(木蘭船)은 목란 나무로 만든 배를 말한다. 목란이 지금의 목련과 같은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옛 문헌에는 이 나무가 향목(香木)이나 우수한 건축 자재로 등장한다. 원래 심양강(瀋陽江)에 목란주(木蘭洲)가 있는데 여기에 목란이 많이 자란다. 오왕(吳王) 합려(闔閭)가 이 나무로 궁전을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노나라에는 전설적인 건축가이자 기계 발명가인 공수반(公輸般)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이 여기의 목란을 가지고 배를 만들었다고 하는 기록이 《술이기(述異記)》라는 책에 기록되어 있다. 이 때문에 후대에 배를 아름다운 말로 목란주(木蘭舟), 목란선(木蘭船)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시는 떠나가는 누군가를 간곡하게 만류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저자가 우리의 민요와 같은 악부체로 지은 시이다. 《시경》 <소아(小雅)>에 <흰 망아지[白駒]>라는 시가 있다. 그 시에 보면, 은거할 뜻을 품은 현자가 흰 망아지를 타고 왔는데, 그 손님이 못 가도록 설사 망아지가 밭의 곡식을 다 뜯어 먹는다 하더라도 매어 두고 싶다고 말한다. 또 그 주석에 보면, 손님을 만류하기 위해 수레의 굴대 빗장을 우물 속에 집어던지는 송나라 풍속을 소개하고 있다.
누군가 떠나가는 일은 아픈 일이지만 그 사람을 만류하는 정은 참으로 아름답다. 전에 필자의 스승 한 분이 술을 한 잔 마시면서, “보고 싶은 사람은 항상 멀리 있고 보기 싫은 자들은 잘도 만난다.”라고 하면서 한바탕 웃은 일이 있는데, 인생이 그런 모양이다.
예전에 필자가 어릴 때는 손님이 가면 마당에서 더 놀다 가라. 하룻밤만 더 자고 가라며 거의 싸움을 하는 지경에까지 만류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러나 이제는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다가도 밥을 다 먹으면 금방 일어서 가는 시대이다. 이렇게 바삐 열심히 살아서 무엇을 하려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해야 한다. 나까지 포함해, 일종의 집단적 최면이나 기습(氣習)의 맹독에 정신을 잃은 듯하다.
장적(張籍 약 768~830)은 화주(和州) 오강(烏江), 즉 지금의 남경 동남에 위치한 화현(和縣) 사람이다. 장적은 한유(韓愈)와 동갑으로 서로 친하게 지냈는데 지난 49회 때 한유가 장적에게 보낸 시를 읽은 적이 있다. 장적은 이 시처럼 악부시를 많이 썼고 악부시 발전에 공헌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춘향전》에도 나오는 “행인임발우개봉(行人臨發又開封)” 구절이 있는 <추사(秋思)>가 바로 장적의 작품이다.
365일 한시 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