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唐 사공서司空曙 협곡 입구에서 벗을 보내며 峽口送友人
峽口花飛欲盡春 꽃잎 날리는 협곡 입구 봄도 다해 가는데
天涯去住淚沾巾 천애에 서로 헤어지니 눈물 수건을 적시네
來時萬里同爲客 올 때는 만 리 길 함께 한 길동무였는데
今日翻成送故人 오늘은 주인으로 정든 친구를 전송하다니
‘거주(去住)’는 ‘거류(去留)’라는 뜻으로, 친구는 가는 사람, 나는 이곳에 남아 있는 사람이 된다.
사공서(司空曙, 약 720~790)는 자가 문명(文明)으로 광평(廣平), 즉 지금의 하북성 한단(邯鄲) 동북방에 있는 계택(鷄澤) 사람이다. 진사에 급제한 뒤 위고(韋皐)에게 발탁된 것이 인연이 되어 좌습유 등을 지냈다.
그는 성격이 매우 개결하고 권세가에게 아첨하지 않아 항상 가난하였는데, 병이 들어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애첩을 보내고 자신은 장사(長沙) 등지를 떠돌아다닌 적도 있다. 그리고 강서(江西)로 귀양을 가서는 승려들과 교유하면서 가는 세월을 상심했다. 사공서는 당나라 대종(代宗) 연간에 뛰어난 시인 10명을 가리키는 ‘대력십재자(大曆十才子)’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 시는 《7언당음》에 나온다. 10년 전 처음 볼 때도 매우 뛰어난 시로 보였고 지금 보아도 그렇다. 다만 약간의 아쉬움이 남아 있었는데 《고시경(古詩鏡)》 에 “뜻은 좋지만 격조가 약간 낮다.[意好, 苐格稍卑.]라고 되어 있다. 그런 것 같다.
이 시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지어진 것인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여러 선집에 이 시의 전후에 병들어 생활비를 감당 못해 애첩을 내 보낼 때 지은 <병들어 기생을 보내며[病中遣妓]>가 있는 것으로 보아 장사(長沙) 일대를 떠 돌 때 지은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시 전반에 깔려 있는 감상적 분위기는 아마도 그런 사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하루 한 편씩 시를 감상하다 보니 봄이 처음 올 때의 시가 참 좋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제 보니 봄이 갈 때의 시 역시 그에 못지않은 걸 느낀다. 이 시는 봄이 가는데 정든 친구도 가는 것은 물론 시인의 아픔도 그와 함께 가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365일 한시 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