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슈화余秀華-서정˙맹목抒情˙盲目

위슈화, <서정˙맹목>

당신을 만나면 늘 세상이 암담하고 시들해요
마치 내가 여러 해 묵은 독을 토해낸 것처럼
그래서 슬픔이 배가 되어 많은 걸 돌아볼 수 없죠

속세의 빛이 비춰지길 바라는 건 얼마나 사치인가요
나는 저물녘 당신의 채소밭에 들어가
배추 위의 벌레를 잡으려 해요

그리고 이런 상상들과 당신의 무심한 눈길을
다 모아 내 시에 집어넣어요
이것은 한 줄기 갈림길이죠

하지만 내게는 늘 다 익은 열매 같은 슬픔들이 있어
흔들리면 툭 떨어지고
비가 오면 썩어 문드러져요

그래도 난 저물녘에 당신을 보러 가서
이 절망을 다시
되풀이해요

抒情˙盲目

总是在遇见你的时候,世界暗淡,枯萎
仿若我吐出了多年的毒
于是忧伤翻倍,让我顾此失彼

期待尘世的光照耀,多么奢侈啊
—我要在傍晚的时候走进你的菜园
在白菜上捉虫

而这些想象,和你不经意的一瞥
都被我捡进了诗里
这是一条岔路

但我总有一些忧伤的,如熟透的果实
一晃,就掉落
雨一下,就腐烂

我还是要在傍晚的时候去看看你
把这绝望再
重复一遍

사진 출처 退休草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