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살구꽃故鄕杏花/ [唐] 사공도司空圖
꽃에 부치고 술에 부쳐
새로 핀 꽃 기뻐하려
왼손에는 꽃가지 잡고
오른손엔 술잔 잡네
묻노니 꽃가지여
그리고 술잔이여
옛 사람들 어찌하여
함께 오지 않았는가
寄花寄酒喜新開, 左把花枝右把杯. 欲問花枝與杯酒, 故人何得不同來.
기쁨과 슬픔은 동전의 양면이다. 『주역』 64괘의 배열도 기본적으로 도전괘(倒顚卦)로 이루어진다. 예컨대 지천태(地天泰) 다음에는 그것을 뒤집는 천지비(天地否)가 오고, 수화기제(水火旣濟) 다음에는 그것을 뒤집는 화수미제(火水未濟)가 온다. 말하자면 천지만물이나 세상만사의 이치가 흥진비래(興盡悲來), 고진감래(苦盡甘來)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꽃이 피고 지는 이치도 마찬가지다. 꽃이 피면 화사한 모습에 마음이 즐겁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꽃이 지면 그 처연한 모습에 가슴이 아려온다.
무상한 자연과 인생 속에서 그래도 시름을 잊게 하는 건 술뿐이다.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니(조지훈, 「완화삼」) 어찌 “꽃 놓고 수 놓고 무진무진” 마시지 않을 것인가?(정철, 「장진주사」) “한 잔 또 한 잔 다시 한 잔(一杯一杯又一杯)” 술잔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이백, 「산중여유인대작山中與幽人對酌」)
하지만 작년에 함께 마셨던 벗은 벌써 세상을 떠났고, 올해 함께 마시는 벗은 내년에 다시 오기 어렵다. 그렇게 옛 사람은 다시 오지 않고 마침내 나의 차례가 박두한다. 찬란한 봄은 기쁨이면서 슬픔이다.
한시, 계절의 노래 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