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절간에 들러 春日過僧舍/송宋 원흥종員興宗
青春了無事 푸르른 봄날 할 일도 없어
挈客上伽藍 손님 데리고 절간에 올랐네
遙指翠微樹 멀리 푸른 숲을 가리키고
來尋尊者庵 승려의 암자를 찾아 왔네
不須談九九 절간을 다 얘기 못 하는데
何必論三三 굳이 오솔길을 말할 것 있나
且坐吃茶去 우선 앉아 차나 한잔 하고
留禪明日參 머물러 내일 참선이나 하세
원흥종(員興宗)은 생몰연대가 불확실한데 남송 고종과 효종 연간에 살았던 인물이다. 성도(成都) 남쪽에 위치한 융주(隆州)의 인수(仁壽)가 그의 고향이다. 출사하기 전에 구화산(九華山)에 살아 호가 구화(九華)이고 그의 문집도 《구화집》 이다. 그는 진사에 급제한 뒤에 주로 역사를 편찬하는 관직을 많이 맡았는데 귀족을 비판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참소를 당해 윤주(潤州)에서 여생을 마쳤다. 당대의 장식(張栻)이나 육구연(陸九淵) 등과 편지를 주고받은 게 많다. 전반적인 면모는 학자형 관료인 셈이다.
구구(九九)는 절간의 다양한 건물 경관을 말한 것이고 삼삼(三三)은 절간 주변에 조성된 오솔길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생소한 말인데 그 내력은 이렇다. 원래 삼경(三徑)은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3 오솔길은 황폐해졌는데 소나무와 국화는 그대로 남아 있네.[三逕就荒, 松菊猶存.]’라고 한 데서 나왔는데 송나라 양만리(楊萬里)가 동원(東園)을 만들어 9종류의 나무를 구역별로 심고는 9개의 길을 만들고 ‘삼삼경(三三經)’이라 한 적이 있다. 청나라 때 《평산냉연(平山冷然)》이란 소설에 보면 “굽은 길이 구불구불 삼삼이 그치지 않고, 꺾어진 행랑이 구구보다 오히려 많네[曲徑逶迤, 三三不已, 穿廊曲折, 九九還多.]” 라고 한 표현이 있다. 이런 어법을 준용해 보면 이 시의 5, 6구는 “꺾어진 행랑과 다기한 전각들을 다 말하기도 어려운데 이런저런 작은 길들까지 굳이 말할 것 있겠는가.”라는 뜻으로 결국 절간의 건물과 거기에 난 소로들이 이루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좋았다는 말이 된다.
흘다거(吃茶去)는 당나라 조주 선사(趙州禪師)의 공안에서 나온 말로 여기 쓰인 ‘거(去)’는 의미를 강하게 하는 일종의 조사이다. ‘차를 마시고 가라.’는 말이 아니고 ‘차를 마시라.’의 의미이다. 마지막 구는 ‘留明日參禪’의 의미를 ‘참선(參禪)’이라는 2 글자를 운자 때문에 떼어 놓아 매우 어려운 난해구가 되었는데 그 때문에 참선의 의미가 ‘선정(禪定)에 들다.’라는 말임을 알게 된다.
따분한 어느 봄날 야유회 겸 다소 먼 거리에 있는 사찰을 찾아 구경도하고 차도 마시고 머물러 참선을 하는 것을 통해 남송 시대 지식인의 여가 생활도 함께 엿볼 수 있는 시이다. 또한 한시 한 편의 이해가 참으로 어렵지만 알고 보면 매우 재미있다는 사실도 알려주는 좋은 시이다.
365일 한시 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