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오가 봄노래子夜吳歌 春歌/ 당唐 이백李白
秦地羅敷女 진나라 참한 아가씨 나부
采桑綠水邊 푸른 물가에서 뽕을 따네
素手青條上 푸른 가지 오가는 하얀 손
紅粧白日鮮 붉은 차림 햇살 아래 곱네
蠶饑妾欲去 누에가 배고파 전 가야해요
五馬莫留連 귀공은 더 지체하지 마셔요
제목의 <자야오가>는 한나라 악부의 한 형식으로 그 기원은 이 연재 59회 <자야사시가子夜四時歌>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골자만 다시 말하면 남방의 민간 가요라는 설과 자야(子夜)라는 실명의 작가라는 두 가지 학설이 있다. 이 시는 <자야오가>의 4편 중 봄에 해당한다. ‘長安一片月이요, 萬戶擣衣聲이라’라고 시작하는 시는 바로 가을에 해당한다.
새파란 뽕 잎에 흰 손이 오락가락하고 햇살을 받아 더욱 아름다운 여인의 차림을 묘사하였다. 그런데 이 여인이 정말 아름다운 건 그런 외모만이 아니라 지체가 높은 고을 수령 같은 사람의 수작에도 넘어가지 않는 기품을 지녔다는 점이다.
여기 나오는 나부(羅敷)는 이름에서 연상이 되듯 누에를 잘 치는 여인이다. 한단(邯鄲) 출신이고 미녀로 알려져 있다. 한 나라 악부 <길가의 뽕나무 陌上桑>에는 결혼한 여인으로 형상화 되어 있다. 오마(五馬)는 귀인을 말한다. 보통 수레는 말 4필이 끄는데 태수는 의전을 높여 5마리가 끈다. 그래서 태수를 오마라 하며 태수처럼 귀한 신분의 사람들도 오마라고 한다.
이 시는 이백이 이전의 시를 자기 나름으로 다시 리메이크한 것이다. 동일한 제목이나 같은 소재로 다시 작품을 짓는 경우는 보통 2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그 작품이 좋아서이다. 이런 경우 그 작품을 충실히 모방하는 방향으로 가는데 작품에 ‘의(擬)’자가 붙는 경우도 있다. 마치 그림에 ‘방(倣)’이 붙은 것과 같다. <비파행> 같은 작품은 우리나라에 몇 번 속작이 나왔다. 다른 하나는 이전의 작품이 마음에 안 들어서이다. 대개 그 소재나 고사는 좋은데 작품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우리나라에 <서경부>는 여러 편이 있는데 이시항의 <서경부>가 그런 경우다. 이런 의고 작품은 대체로 작가의 문학적 역량에 대한 자신감이나 자부심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현대의 표절과는 출발 동기가 오히려 반대이다. 예전 의고 작품을 볼 때 이런 주의가 필요하다.
이백은 그럼 어느 쪽일까? 기회가 되면 두 작품을 비교해 보기 바란다. <길 가의 뽕나무>는 추근대는 사람에게 많은 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백의 시는 단 두 마디다. ‘누에가 배고파요!’ ‘더 머물지 마세요!’ 어느 쪽이 거절하는 여인의 모습을 더 잘 형상화한 것인가?
아름다운 계절 마음씨가 더 아름답다면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 뽕잎도 피고 싱그러운 봄이 되기 전 마음의 준비를 위해 미리 읽어보는 시라 치자.
365일 한시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