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감흥秋興/왕창령王昌齡
日暮西北堂, 해는 서북 대청에 지고
凉風洗修木. 서늘한 바람 긴 나무 씻긴다.
著書在南窗, 남쪽 창문 앞에서 책을 쓰노라니
門館常肅肅. 객사는 늘 조용하도다.
苔草延古意, 이끼 낀 풀로 옛 생각이 나고
視聽轉幽獨. 보고 듣는 것 그윽하고 쓸쓸해라.
或問余所營, 혹여 내가 하는 일 묻는다면
刈黍就寒谷. 기장 베러 차가운 계곡으로 들어가리라.
[해제]
‘시가부자(詩歌夫子)’, ‘칠절성수(七絶聖手)’란 말이 있을 정도로 시를 잘 지었던 왕창령은 다른 사람들에게 작시법을 강의할 정도로 시론에도 일가견이 있어 <시격(詩格)>을 남겼다. 이 시는 개원(開元) 15년(727) 그가 진사에 급제하기 전에 지은 시다. 이 시를 통해서 진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남쪽 창문 앞에서 책을 쓰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오언고시 상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