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浙之太湖 (《圖畫日報》 제10호)
장쑤(江蘇) 남부에 위치한 타이후(太湖) 호는 포양(鄱阳) 호와 둥팅(洞庭) 호에 이어 중국에서 세 번째로 큰 담수호입니다. 매화가 피는 초봄에 특히 경관이 아름답지요. 이곳에서 채취한 기암은 정원을 꾸미는 데 많이 쓰이는데, 타이후 석이라고 합니다. 기사 제목이 ‘장쑤와 저장(浙江)의 타이후’라고 되어 있는데, 호수의 남안이 장쑤와 저장의 경계를 이룹니다.
기사를 보면 “수면이 동서로 200리, 남북으로 130리, 둘레가 500리, 너비가 36,000경(頃)”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면적을 표시하는 단위 ‘경’은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청대의 경은 대략 6.7헥타르, 즉 0.067km²로 봅니다. 그렇다면 36,000경은 약 2,412km²가 됩니다. 오늘날 알려진 타이후의 면적은 2,250km²(영문 Wikipedia에 따름, 이하 마찬가지), 경 단위를 미터 단위와 정확히 대응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차이는 아닙니다. 그런데 2,250km²면 도대체 얼마나 넓은 건가요? 서울의 면적이 605km²니, 대략 서울의 네 배 가까운 크기입니다. 제주도의 면적이 1,848km²인데, 여기에 대면 타이후의 크기가 더 실감나는군요. 중국은 호수들도 참 큽니다. 그런데 염수호, 담수호 모두 합해 중국에서 가장 큰 호수로 이름도 ‘바다’라고 불리는 칭하이(淸海) 호가 면적 기준으로 세계 순위 35위에 그칠 다름이니, 참으로 세계는 넓고 가 볼 곳은 많습니다.
중국 제3의 담수호 타이후의 면적은 일내 내내 큰 변화가 없습니다. 그런데 1, 2위인 포양 호와 둥팅 호는 물이 가장 많을 때와 가장 적을 때의 차이가 상당히 크지요. 중국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큰 담수호는 둥팅 호였는데, 기후와 주변 환경 영향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니, 연중 혹은 역사상 어느 때를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중국에서 가장 큰 담수호는?’이라는 문제의 답은 오락가락 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게다가 호수의 크기를 체적에 따라 나열할라 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지지요. 이를테면, 러시아의 바이칼 호는 면적으로 치면 세계 6위인데, 깊이와 체적은 1위입니다.
굳이 양자역학에서 상정하고 있는 파동입자이중성에 따른 불확정성의 원리까지 거론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얼마나 많은 ‘지식’이 일회적이거나 유동적이며 덧없는 것일는지요.
제법 오래 전(20세기에), 타이후의 수면을 처음 봤을 때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언제부터 이 물을 사람들이 ‘湖’라는 글자를 써서 불렀을까. 수평선이 보이고 이렇게 넓은데, 언젠가 둘레를 일주한 이들이 ‘바다’는 아니라고 여겼겠지. 그런데, 호수와 바다의 차이는 또 뭔가. 저수지나 늪하고는 무엇이 다른가… 홍수 때문에 일시적으로 생기는 큰 고인 물은 뭐라고 불러야 하나…
췌언. 영어 Wikipedia의 ‘Lake’ 항목과 한국어 위키백과의 ‘호수’ 항목을 비교해 보면, 지식의 매개로서 한국어가 아직 얼마나 취약한지 절감하게 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Lake
https://ko.wikipedia.org/wiki/%ED%98%B8%EC%8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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