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원(大觀園)은 존재하지 않는 미궁이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넓은 지역에 궁전 같은 건물이 배치되어 있고, 곳곳에 회랑과 정자, 가산과 나무가 어우러져 있으며, 그 사이사이를 시내가 휘돌아 지나가고 있지만, 소설 속 공간은 그림에서 보듯 시각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때문에 대관원의 평면도나 전면도를 그린 것을 보면 사람마다 다르게 그렸다. 예컨대 소설을 보면 A 건물 오른쪽에 B가 있고, B 건물 북쪽에 C가 있고, C 건물 왼쪽에 D가 있다면, 당연히 A 건물 북쪽에 D가 나와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다른 대목에서 같은 건물을 묘사할 때는 또 다른 구조로 묘사된다. 건물들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공간을 부유하고 차원 속을 넘나든다. 때문에 평면도와 마찬가지로 북경이든 상해든 어디에 있든 현실 속의 대관원은 소설 속 대관원이 아니다.
소설 속 대관원은 영국부(榮國府)의 후원을 중심으로 하고 녕국부(寧國府)에서 회방원(會芳園)을 떼어와 만든, 가원춘(賈元春)이 성친 올 때 거주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형 정원이다. ‘3리 반’이라는 길이는 녕국부의 동쪽면과 북쪽면을 합한 길이가 될 것이다. 이로부터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지만 확실한 면적은 파악하기 힘들다. 회방원에서 흘러들어오는 시내(活水)는 그림의 오른쪽 상단에 보인다. 하단 중앙에 보이는 것이 정문이고, 중앙의 주황색 건물이 주건물인 대관루(大觀樓)일 것이다. 가보옥이 처음 아버지 가정(賈政)을 따라 정원을 구경하면서 대관루에 이르렀을 때 어디선가 보았던 듯한 기시감에 가슴이 떨린다. 그래서 건물 앞에 선 패방에 ‘천선보경’(天仙寶鏡)이란 제액을 쓰고자 했는데, 이는 그가 꿈에서 보았던 ‘태허환경’(太虛幻境)의 패방을 비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대관원은 지상의 태허환경이라는 비유이다. 그러나 이곳이 지상임을 환기시키기 위해 가보옥의 누나 가원춘은 이를 ‘성친별서’(省親別墅)라 고친다. 정원은 이상이자 현실이었다.
지금 화책의 그림엔 사람이 없다. 대관원이 막 조성된 다음날의 모습일까? 아니면 모든 사람이 떠나고 안개처럼 흩어진 다음일까? 정원은 비어있다. 욕망을 투사할 무대인가 아니면 욕망은 그처럼 비어있다는 것인가. 1817년 <치인설몽>(痴人說夢) 속의 대관원도 이래 사람들은 평면도를 그리거나 사진처럼 그림을 그렸다. 그림 가운데는 사람이 없이 텅 비어 있지는 경우도 있지만 <금옥연>(金玉緣)의 대관원도엔 청대 궁중화처럼 나긋나긋한 여성으로 가득 차 있다. 정원은 꿈이자 욕망이었다.
by 이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