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에 독서하다가 아들 율에게冬夜讀書示子聿/송宋 육유陸游
古人學問無遺力 고인들은 공부할 때 온 힘을 다하고서도
少壯工夫老始成 젊어서 공부하여 늙어서야 겨우 이루었네
紙上得來終覺淺 책 보고 아는 것 결국 얕다는 걸 깨닫거니
絶知此事要躬行 공부는 실천이 중요하다는 걸 깊이 알아라
이 시는 육유(陸游, 1125~1210)가 75세 때인 1199년 산음에 있을 때 지은 시이다. 육율(陸聿)은 육유의 막내아들로 당시 21세이니 시에서 말한 소장(少壯)과 일치한다. 제목에 쓴 ‘시(示)’는 이 시를 보여준다는 말이니 결국 이 시를 지어서 막내아들에게 준다는 의미이다. 같은 제목에 모두 8수의 시가 있는데 이 시는 그 3번째 시이다. 다른 시들도 좋지만 이 시가 더욱 의미가 좋다.
이 시는 자신의 공부체험을 통해 진정한 공부가 무엇이며 그런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늙은 아버지의 간곡하면서도 자상한 마음이 시에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이 시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공부이다. 독서, 학문, 공부, 차사(此事)가 모두 공부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는데 그 의미는 약간씩 결이 다르다. 독서는 오늘날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예전에는 주로 공부의 의미로 쓰이던 말이다. 육유가 지금 밤에 독서한다는 것도 실은 공부의 의미에 가까운 독서를 말한다. 학문도 학습 내지는 공부의 의미로 쓴 말이요, 공부(工夫) 역시 오늘날 공부하는 말로 쓴 말이다. 차사(此事)는 공부하는 것이 선비의 큰일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무유력(無遺力)’은 남은 힘이 없도록 공부한다는 말이니 결국 공부할 때는 온 힘을 쏟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식으로 젊어서부터 열심히 공부해도 노년이 되어서야 그나마 학문을 이룬다는 말이다, 지상(紙上)은 책의 지면을 말하니 결국 ‘책 안에서’라는 말이다, ‘득래(得來)’는 터득해 아는 것을 말한다. 이런 말은 주로 경서의 주석에 쓰는 말로 어록(語錄)이라 한다. 즉 당시의 구어체를 말한다.
시 내용은 평이하지만 담겨 있는 내용은 진지하고 심각하다. 이제 인생의 종착역을 향해 가는 노시인이 자신의 평생체험을 쏟아 아들에게 정말로 간곡하게 하고 싶은 말을 시로 쓴 것이다. 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언어 예술이라는 것인데 이런 시를 보면 시는 말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지만 정말 중요한 의미는 그 말 밖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감정보다는 이성에 호소하는 시이면서도 언외지의(言外之意)가 무궁한 시이다.
365일 한시 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