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눠唐諾-부, 명예, 권력에 관한 단순한 사색我有關聲譽、權勢和財富的簡單思索: 소멸 중인 사후 명예消逝中的死後聲譽

소멸 중인 사후 명예消逝中的死後聲譽

이 지점에서 우리는 어떤 일이 신경 쓰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바로 그처럼 생전에는 거의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가 사후의 어느 날(몇 년이나 몇 십 년 뒤)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거나, 심지어 온 세계를 뒤흔든 비극적인 예가 조금 오래된 일인 것 같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벤야민 이후에 한 명이라도 더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가? 이것은 뭔가가 변했음을, 또 뭔가가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듯하다.

부, 명예, 권력 중에 가장 종잡을 수 없는 것은 당연히 명예다. 부와 권력은 생전에 완성되고 산 사람의 것이다. 하지만 명예는 다르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그것이 인간의 상대적으로 짧은 삶에서 다 이뤄지지도,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다 해내지 못했거나 평생을 바치고도 이해 못한 것들과 함께 후대에 넘겨진다고 보편적으로 믿어왔다. 이것은 추측이 아니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거의 예외가 없었던 사례들을 통해 실증된 사실이다. 그래서 ‘진정한’ 명예는 죽은 자의 특별한 영예이면서 동시에 어떤 ‘진상’이 마침내 전모를 드러냈음을 뜻한다. 그것은 역사의 거대한 강 속에서 결정을 이루고 마모되어 나온 어떤 성과이자 눈부신 빛으로서 우리는 그것이 왜 찬양받아 마땅한지 그 사람에 의해 알게 되거나, 혹은 우리가 그 진귀한 성과를 확인하고 보유하기 위해 그것을 그 사람에게 귀속시킨다.

발터 벤야민 Walter Benjamin, 출처 whitechapel gallery

지금 이 순간 지연된 명예의 본질에 관하여 사실 여러 시대, 여러 곳에 살았던 사람들이 각자의 말로 거듭 생각을 밝히곤 했다. 인류학자들은 저마다 자신이 연구한 사회와 사회 집단에서 유사한 격언을 찾아낼 수 있었다(어느 사회나 그 일을 깊이 기억해두려 한다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우리 중국인은 습관적으로 “사람의 평가는 관 뚜껑을 닫은 뒤에야 정해진다”(정말로 정해지기는 할까?)고 말하고, 영국인은 “진실은 시간의 딸이다”라고 해서 진실이 시간에 의해 낳아진다(불임이거나 유산될 수도 있지 않나?)고 말한다. 또한 이번 세기에 이르러 우리도 이런 류의 신중한 깨우침을 읽곤 한다. “매체의 신속한 반응에 의한 ‘비합법 법정’에서 그것을 판정해서는 안 되고, 더딘 역사의 법정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용 가능한 모든 증거를 검토해야 한다.”

만약 ‘사후 명예’가 정말로 소멸 중이라면 그것은 분명 둘 중 한 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첫째, 우리는 이미 더 강력하고 효율적인 식별 능력을 발전시켜 이미 어떤 사람이 살아 있을 때 때맞춰 명예를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더는 한나 아렌트를 화나게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 우리는 이미 ‘사후 명예’라는 것을 취소하고(타인의 것을) 포기했다(자신의 것을). 그것의 허망함을 간파했기 때문이다(“모든 것이 헛되고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다.”[《성경·전도서》]). 우리 배후에 있는 세계의 갖가지 것들을 취소하고 포기한 것과 함께 우리는 인간이 사후에는 지각이 없다고 믿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젊은 시절에 소설가 장아이링張愛玲은 장난스레 유명해지려면 일찌감치 유명해져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젊을 때 유명세를 누려야지 잘 다니지도 못하고, 연애도 못하고 이것저것 먹지도 못할 때 유명해지면 무슨 의미가 있으며, 또 그렇게 되면 허망해져 허영밖에 남는 게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렇다. 명예는 나이든 사람에게는 이미 쓸모가 별로 없고(쓸 만한 것으로 바꿀 수 없다는 뜻이다) 많이 궁리해봤자 다소 저속한 생각만 들 뿐이다. 그러니 이미 죽은, 아무것도 필요 없어진 사람에게는 어떻겠는가.

둘 중 어느 이유일까? 아니면 둘 다일까?

말은 사후 명예이지만 사실 그것은 당연히 산 자의 세계에 속해 있다. 그래서 한나 아렌트의 분노도 산 자의 세계를 향했으며 문제 삼을 만한 일들도 죄다 산 자의 세계에서 일어났다.

조금 더 보충해보기로 하자. 우리는 또 시험 삼아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명예, 권력, 부는 각기 3가지 분야, 즉 역사학, 정치학(이미 매스 미디어로 전향한 듯하다), 경제학(이미 금융이 된 듯하다)에 대응하고 우리는 이 세 분야의 성쇠로부터 명예, 권력, 부의 현실적이면서도 상호 연관된 변동을 더 분명히 살필 수 있다. 이를테면 명예는 더 이상 역사에 귀속되지 않고 매스 미디어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이것은 명예, 권력, 부에 대한 우리의 기본 인식이 대폭 수정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이 삼자는 이미 나란히 놓고 볼 수 없게 되었다. 모종의 종속과 의존 관계를 띠고 있다.

역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정치, 경제와 비교해 일찌감치 인기 없는 몰락한 분야가 돼버렸다. 그러니 매스 미디어, 금융과는 더 비교할 필요도 없다. 이것을 못 알아챈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산 사람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