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얼시劉二囍-서점의 온도書店的溫度 5

5 스터우石頭 , 서점의 가수書店歌手

Part A 얼시

광저우의 주장(珠江)신도시 지하철역 앞에는 늘 버스킹을 하고 있는 스터우(石頭)라는 이름의 가수가 있다.

2014년의 마지막 날, 스터우는 우리 서점의 가수가 되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송년음악회를 열어 1200북숍을 1200라이브하우스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내가 맨 처음 그가 생각난 것은, 친구 우신페이(吳信飛)가 소개해주기 전에 이미 지하철에서 한 번 그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어느 날 밤이었고 나는 막차를 타고 있었다. 야근을 마치고 서둘러 집에 돌아가는 무표정한 샐러리맨들 속에 기타를 멘 한 남자가 있었다. 그 옆에는 한 여자가 몸을 기대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웃고 이야기를 나누며 감미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주위의 유령 같은 얼굴들 속에서 조금 비현실적으로 보일 만큼 활기가 넘쳤다.

이튿날, 신페이가 한 친구를 데리고 서점에 와서 그를 심야 좌담회의 손님으로 청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를 보자마자 전날 밤 지하철에서 본, 그 기타를 멘 청년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헌팅캡을 쓰고 구레나룻을 길렀으며 별로 신경 쓰지 않은 옷차림이었지만 퍽 자연스러워보였다. 어린 친구들의 허세와는 달랐다.

“저는 스터우라고 합니다.”

목소리도 조용하고 부드러웠다.

“심야 좌담회에 모시기 전에 먼저 두 사람의 관계부터 이야기해주면 좋겠는데요.”

내 요청에 신페이가 말했다.

“알겠어. 나는 처음 스터우를 보자마자 이 친구가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지.”

Part A 우신페이

나는 주장신도시에 사는, 항상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디자이너이며 이따금 훌쩍 여행을 떠나는 배낭족이기도 하다.

거리의 버스킹 가수는 전에도 봤었다. 예를 들어 언젠가 여행을 갔을 때 어느 옛날 도시에서 두 명의 가수와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저녁이었으며 나는 그들의 노래가 꽤 듣기 좋고 친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튿날 아침 다시 그들을 만났을 때 10위안을 내고 또 들을 준비를 했다. 기타를 안고 있던 보컬이 거만하게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형씨, 뭘 듣고 싶죠? 직접 골라봐요.”
“아무거나 불러주시면 그냥 들을 게요.”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나는 사실, “안 듣고 싶어졌어요. 돈 좀 돌려주면 안 되나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묵묵히 앉아 있다가 담배 두 개비를 피우고 자리를 떴다.

최근에 주장신도시 지하철역 근처에도 한 가수가 출몰하곤 했다. 그는 늘 헌팅캡을 쓴 채 주말마다 나타났고 때로는 주중 저녁에도 모습을 보였다. 옛날 도시에서 봤던 가수와는 달리 노래를 부를 때면 항상 수줍음 섞인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조금 실수라도 하면 즉시 듣고 있던 이들에게 사과를 한 뒤, 다시 집중해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그는 단속반원이 오면 짐을 꾸려 근처에서 끈질기게 기다렸다. 조금 더 있으면 단속반원이 퇴근하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저녁, 정부에서 무슨 큰 행사라도 있는지 단속반원들이 갑자기 초과근무를 하는 바람에 스터우는 어쩔 수 없이 지하철 입구에서 한정 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마침 그 옆을 지나던 나는 급한 일도 없고 해서 그에게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자기 이름이 스터우이며 처음에는 빚 때문에 거리에 나앉게 됐다고 말했다.

“그때는 간단한 노래 몇 곡밖에 몰랐는데 생계 때문에 억지로 불러야 했지.”

하지만 지금도 계속 노래를 부르는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저 이런 삶의 상태가 마음에 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사이, 그는 몇 차례 상업 공연 제의를 거절했으며 한두 번 바에 가서 노래를 부르긴 했지만 나중에는 그것도 심드렁해졌다. 거리에서 알게 된 친구 몇 명과 밴드를 이뤄 매년 6월 11일 대학 캠퍼스 공연에 참가하는 것도 단지 비욘드(1983년에 결성되어 2005년에 해체된, 중화권을 대표하는 홍콩의 4인조 록그룹)를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좋아해서 하는 일이라, 음악을 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

이런 태도 덕분에 그는 지하철역 근처에서 공연을 하면서 적잖은 인기를 얻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때때로 그에게 손을 흔들며 웃어주는 이들이 보이곤 했다. 그리고 젊은 연인들이 다가와 남자 쪽이 마이크를 쥘 때도 많았다. 그러면 스터우가 기타 반주를 해주며 그와 함께 아가씨를 향해 활짝 행복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의 팬 중에는 나도 있었다. 막 스터우를 알았을 때는 내가 광저우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낯선 곳에서 온종일 바쁘게 일한 뒤, 길가 화단에 앉아 스터우의 노래를 듣는 것은 뭐라 말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세월이 가진 것을 다 앗아가
지친 두 다리는 기대하고 있는데
오늘 남은 건 몸뚱아리뿐
빛나는 세월을 맞이해
비바람 속에서 자유를 부둥켜안았지
한평생 방황의 몸부림을 겪으며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지만
또 그럴 수 있다고 누구에게 물을까
年月把擁有變作失去
疲倦的雙眼帶着期望
今天只有殘留的軀壳
迎接光輝歲月
風雨中抱緊自由
一生經過彷徨的掙扎
自信可改變未来
問誰又能做到
(1995년 발표된 그룹 비욘드의 대표곡, 《빛나는 세월》의 일부)

얼마 안 돼서 나의 동료 한 명도 스터우의 팬이 되었다. 어느 날 밤, 야근을 하던 나는 건물 안에서 스터우의 노랫소리를 듣고 즉시 그 동료에게 문자를 보냈다.

“스터우가 왔어.”
“잠깐 기다려, 표 하나만 더 채우고.”

그날 우리는 업무 효율이 희한하게 높았다. 얼마 후 다른 동료들은 쏜살같이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우리 두 사람의 그림자를 보았다.

Part C 류얼시

그해의 마지막 밤, 스터우는 약속시간에 맞춰 서점에 도착했다. 자신의 밴드를 다 데리고 왔다.

10시 반, 스터우는 격정적인 소리로 음악회의 막을 열었다. 무대 위에는 그의 동료들이 있었고 무대 아래에는 그날 지하철에서 그에게 기대고 있던 아가씨가 있었다. 그녀는 무대 뒤 소파에 단정히 앉아 조용히 귀를 기울이며 내내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보이는 것은 스터우의 뒷모습뿐이었는데도 말이다.

중간 휴식시간에 스터우는 그녀 옆에 앉아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한때 신페이처럼 주장신도시 지하철역을 오가는 수천수만의 승객들 중 한 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음악이 그녀를 그들 속에서 끌어내 그의 유일무이한 꽃이 되게 했다.
헤어지기 전, 나는 스터우에게 물었다.

“바로 버스킹을 또 할 건가요?”

스터우는 말했다.

“조금 사이를 두고 할 겁니다. 내일은 고향 등기소에 가서 결혼 신고를 해야 하거든요. 다음 주 토요일 저녁에는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할 거고요. 사장님도 시간이 나면 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