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샤오타오馬小淘-벌거숭이 부부毛坯夫妻 11

벌거숭이 부부 11

“선배, 내일 저녁에 밥 먹는 것 잊지 말아요. 형수님도 오시라고 하고.”

MSN에 펑위馮雨의 메시지가 떴다.

펑위는 바로 옆 파티션 너머에 앉아 있었지만 와서 얘기하기가 귀찮은지 타자로 말을 대신했다. 그가 말하는 것은 이튿날의 회식이었다.

“알았어.”

샤오놘이 보여준 그 후드집업 때문에 마음이 어지러워져, 레이례는 펑위의 말에도 별로 흥미를 못 느꼈다. 그는 심지어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샤오놘이 또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회식에 안 나온다고 할 것 같았다. 그녀는 갈수록 바깥출입을 꺼렸다.

회사에는 젊은 사람뿐이었다. 그래서 다른 직장과 마찬가지로 갈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관계가 대체로 좋았다. 정기적으로 같이 밥도 먹었고 보통은 가족도 불렀다. 예전에는 샤오놘도 무척 오고 싶어 해서 가끔씩 자기가 알아서 또 회식 자리가 없는지 물어보곤 했다. 하지만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바깥 세상에 대한 흥미가 줄어들어서 요즘에는 침실에만 틀어박혀 거실에도 나가기 싫어했다. 아주 강력한 이유가 있지 않으면 그녀를 집밖으로 끌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 먹을 때 레이례가 이튿날 회식 얘기를 꺼내자, 샤오놘은 내키지 않아서 몸을 꼬며 머릿속으로 안 갈 수 있는 이유를 궁리했다. 그녀는 레이례가 자기가 갔으면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혼자 오래 버스를 타고 가기가 싫었고, 또 그저 가족의 신분으로 자기와 별로 관계도 없는 회식에 참석하는 것도 싫었다.

“선배, 나 안 가면 안 돼?”
“가지 마.”

샤오놘이 궁리를 마친 어리광과 억지를 미처 펼치기도 전에 레이례는 너무나 쉽게 그녀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녀가 무슨 여왕도 아닌데 같이 가서 밥 한 끼 먹자고 애걸을 해야 하나 싶었던 것이다. 가기 싫으면 가지 말라고, 그냥 편한 대로 하라고 마음을 접었다.

“자기는 참 화끈해서 좋아.”
“그런데 내가 좀 돈을 줄 테니까 말이야……”

레이례는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운을 떼었다. 그는 자기가 이미 궤도에 올랐다는 느낌이 들었다. 집에만 들어오면 자동으로 자애로운 아버지 역할을 연기하고 있었다.

“뭐라도 좀 배워보는 게 어때? 안 그러고 이렇게 집에만 있으면 사람이 폐인이 된다고.”
“선배는 내가 싫어?”

샤오놘은 확실히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화난 듯한 표정 밑에 재미있어 하는 기색이 깔려 있었다.

“네가 심심해서 힘들 것 같아서 그래.”
“안 힘들어, 나는 편하다고. 다 선배가 뒤에서 든든하게 지켜주는 덕분이야. 난 심심해도 다시 바빠지고 싶지는 않아.”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사회생활을 해야 하잖아. 안 그러면 금방 아줌마 되고 나중에 너를 왜 집에 가둬뒀나 내가 후회하게 될 거야.”
“나중 일은 나중에 다시 생각하자.”
“그래도 좀 생각해봐.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어디 등록하라고. 새로운 것이라도 좋으니까. 나는 네가 매일 타오바오에서 그 정신 나간 옷들이나 검색하고 있는 것을 보면 소름이 끼쳐.”
“생각 좀 해볼게.”

샤오놘은 아주 고자세였다. 마치 마지못해 밑의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고 있는 듯했다. 레이례는 줄곧 그녀가 능청을 떠는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점점 피곤함을 느꼈다. 그녀가 가짜로 귀엽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사실 그녀는 진짜로 귀여웠다. 그래도 그 귀여움이 나이와 맞지 않다 보니 사람을 피곤하게 했다.

이튿날 레이례는 혼자 회식 자리에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이번 회식에는 샤오놘만 빼고 다른 가족은 다 참석했다. 모두 남녀가 짝을 맞춰 나왔는데, 신혼이라 깨가 쏟아져야 마땅한 레이례만 홀로 그들 사이에서 고립되어 있었다.

“언니는요? 왜 안 나오셨죠? 고양이가 또 아픈가 봐요.”

펑위의 여자친구가 친절하게 물었다.

“네, 조금 몸이 불편해서요.”

레이례는 바늘방석에 앉은 듯했다. 왜 그렇게 쉽게 샤오놘의 억지를 들어줬는지 후회가 되었다. 와주면 좋겠다고 직접적으로 말했어야 했다.

“아내 분을 진짜 사랑하시네요! 언니는 또 일도 안 하고 매일 집에 계시는데 걸핏하면 몸이 안 좋으시고 말이에요.”

펑위의 여자친구는 교묘한 말재주로 레이례를 더 불편하게 했다.

“그렇게 됐네요. 본래는 오고 싶어 했는데 너무 먼 길이라 힘들까 봐 제가 그냥 쉬고 있으라고 했어요.”

레이례는 일부러 별일 아닌 듯 넘겼지만 속으로는 샤오놘을 무척 원망했다. 지난번에도 그녀는 메이메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회식에 빠졌다. 그 들고양이가 무슨 공주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그런 일이야 하루쯤 앞당기거나 뒤로 미뤄도 상관이 없었다. 어쨌든 그녀는 지금 전업주부나 마찬가지인데 나와서 남편 체면도 세워주고 사람들도 좀 사귀면 얼마나 좋은가. 설마 그 벌거숭이 집을 무릉도원쯤으로 여기고 평생 자유와 외로움을 즐겨보겠다는 것일까?

지금 다른 쪽에서 샤오놘은 마음 편히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레이례가 없어 저녁을 안 지어도 되니 그냥 콩 한 컵으로 콩국과 콩비지를 만들어 끼니를 해결할 것이다. 그녀는 컴퓨터 책상 옆에 웅크리고 앉아 콩국을 마시면서 미드 《빅뱅이론》 시즌4를 볼 테고, 레이례도 없으니 이어폰을 끼는 대신 직접 스피커를 켤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남편이 훠궈를 먹으면서 자신의 온갖 나쁜 버릇을 떠올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그녀는 자지도 않고, 일어나지도 않고, 일도 안 하고, 배우지도 않고, 남의 마음을 헤아리지도 않고, 눈치도 보지 않고, 어른 노릇을 하기는커녕 퇴행하고 있다고 말이다.

사진 Victor Rodv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