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샤오뤼鄭小驢-필립스 면도기飛利浦牌剃須刀 1

郑小驴정샤오뤼, 사진출처 Baidu

郑小驴정샤오뤼
본명은 정펑郑朋이다. 1986년 후난湖南 룽후이隆回에서 태어났다. 중국 인민대학 문예창작과(創造性寫作專業)에서 공부하였다. 《시월十月》, 《산화山花》, 《화성花城》, 《천애天涯》, 《상하이문학上海文学》, 《강남江南》, 《시후西湖》, 《청명清明》등의 잡지에 소설을 발표하였다. 소설집으로 《1921년의 동요1921年的童谣》, 《가려움痒》, 《연소자관람불가少儿不宜》, 《개미왕蚁王》등이 있고 장편소설 《서주곡西洲曲》이 있다.

필립스 면도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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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은색 필립스 면도기는 세면대 위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때로는 서랍 속에 있기도 했다. 그것은 형만 쓰는 물건이어서 아무도 못 건드렸다. 참지 못하고 몰래 그것을 만질 때마다 샤오자小加는 여자 엉덩이를 만지는 것보다 더 가슴을 졸였다. 형은 그쪽으로 결벽증이 있어서 남이 자기 물건을 건드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는 여자친구 샤오류小柳와 밖에 방을 구해 살고 있었지만 그래도 자주 집에 와 밥을 먹었고 가끔은 자고 가기도 했다. 물론 그럴 때는 틀림없이 샤오류와 한바탕 싸우고 난 뒤였다. 다음날 아침이면 그는 거울 앞에 서서 수염을 깎곤 했다. 그의 수염은 그가 화가 난 틈을 타 삐죽삐죽 돋아 면도기에 잘리는 운명을 맞았다. 중간에 벽이 있는데도 꿀벌이 윙윙대는 듯한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는 괜히 사람의 마음을 오그라들게 했다. 언젠가 아버지가 몰래 형의 면도기를 훔쳐 쓰다가 들킨 적이 있었다. 그는 형을 향해 겸연쩍게 웃고는 거드름을 피우며 거울을 몇 번 본 뒤, 불쾌해하며 면도기를 내려놓았다. 아마 전에도 꽤 여러 번 그 면도기를 써본 듯했다. 그가 그렇게 음흉한 구석이 있는지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서 형은 표정이 싸늘해졌고 집을 나갈 때 쾅, 하고 힘껏 방범용 철문을 닫았다. 엄격히 말해 그것은 일종의 경고였다. 샤오자는 어느 날엔가 두 사람이 싸울까봐 늘 걱정이 됐다. 형은 걸핏하면 아버지가 자기 면도기를 쓰지 않았는지 의심했다.

“그 늙은이가 감히 내 면도기를 쓰기만 하면……”

샤오자는 형의 목울대가 꿈틀거리는 것을 보았다. 형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소리 나게 목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이 택배원은 매번 수염을 다 깎고 나면 맨들맨들해진 턱을 손으로 비비며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감상했다. 그는 언제나 수염이 미친 듯이 무성하게 자랐다. 하룻밤도 지나기 전에 입을 다 포위할 정도였다.

그날 아침에도 그는 욕실에서 수염을 깎았고 그러고 나서는 샤오자에게 마지막 경고를 날렸다.

“너 아직 자냐? 학교 안 갈래?”

그가 와서 이불을 들추기 전에 샤오자는 부스스 일어나 옷을 입었다. 형은 거실에서 신발을 갈아 신고 헬멧을 챙겼다. 그러면서 저우제룬周杰倫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벽에 붙은 사담 후세인의 군복 입은 사진을 가리켰다.

“샤오자, 양키놈들이 곧 사담 후세인을 끝장낼 거야!”

어디서 났는지 모를 사담 후세인의 그 상반신 사진에 대해 어머니는 수염 난 외국 노인의 추한 얼굴을 왜 벽에 붙여 놓았느냐며 몇 번 욕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도 누가 떼지 않아 그것은 줄곧 벽에 붙어 있었다. 샤오자는 시간이 오래 지난 뒤에야 그 노인의 이름이 사담 후세인이며 감히 미국에 싸움을 걸어 장렬하게 걸프만 전쟁까지 치른 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샤오자는 나중에 사담 후세인을 조금 좋아하게 되었다.

마당의 몇 그루 벚나무에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마치 하룻밤 사이에 전부 그렇게 된 것 같았다. 푸르른 봄이 모든 것을 가려, 세상 전체가 녹색에 점령을 당한 듯했다. 공기 중에도 봄의 독특한 냄새가 넘쳐흐르고 생기가 가득했지만 샤오자는 좋기는 해도 크게 아랑곳하지는 않았다. 그가 봄에 대해 이렇게 시큰둥해진 것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의 「봄이 왔네」 때문이었다. “봄이 왔네. 제비가 남쪽에서 돌아왔네. 봄이 왔네. 살구꽃, 복사꽃이 다 피었네.”로 시작되는 그 글을 선생님이 벌로 백 번 베껴 쓰라고 했을 때 샤오자는 더 이상 봄을 좋아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더구나 봄에는 여기저기 감기가 유행하고 비가 끝도 없이 내렸다. 적어도 샤오자가 기억하는 봄은 언제나 기나긴 우기였다. 창문 유리창에 늘 빗방울이 맺혀 있었다. 유리에 붙은 그 빗방울들은 봄이 끝날 때까지 더러운 반점으로 남아 있곤 했다.

오늘도 교실 밖에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빗줄기가 아침에는 가늘다가 점심때는 굵어졌고 오후에는 농부의 파종처럼 드문드문해졌다. 샤오자는 어느 해 비 오던 날, 아버지가 자전거로 자기를 태우고 남문 입구에 가서 솜사탕을 사줬던 일이 생각났다. 봄바람에 하늘거리던 그 커다란 솜사탕은 샤오자의 작은 입으로는 영원히 다 삼키지 못할 듯했다. 당시만 해도 젊었던 샤오자의 아버지는 힘껏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구불구불한 젖은 골목길을 누볐다. 샤오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손을 흔드는 것을 보았다. 그때 그는 무척 행복했다.

오늘 지리 시간에 샤오자는 세계지도를 펴놓은 채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국토 대부분이 열대사막 기후인 그 나라도 지금 비가 오고 있을까? 사담 후세인은 또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자기와 평생 아무 관계도 없는 그 이라크라는 나라에 대해 샤오자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단지 그곳이 서아시아에 있고 대통령이 사담 후세인이라는 것뿐이었다.

“징그러운 양키 놈들!”

아침에 형은 조금 의분에 차 그렇게 말했다.

“형은 계속 미국을 좋아했잖아. NBA도 좋아했고.”

샤오자의 의문에 형은 잠시 대꾸할 말을 못 찾다가 문을 닫고 쿵쿵 아래층으로 내려가 출근을 했다.

사실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이 전형적인 프롤레타리아트 월광족(月光族. 매달 자신의 월수입을 다 써버리는 사람을 일컫는 말)은 미국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캐딜락, 나이키 운동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은 할리우드 스타, 흑인 재즈, KFC도 좋아했고 ‘Fuck!’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영어 실력이 샤오자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는데도 말이다. 9.11 테러가 일어난 날, 그는 우울한 표정으로 연기가 무럭무럭 피어나는 뉴욕을 텔레비전으로 보면서 소파에 앉아 말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펜타곤 건물도 피습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몸을 숙여 꽁초를 재떨이에 힘껏 눌러 끈 뒤 심하게 상스러운 욕을 내뱉기도 했다.

샤오자는 그가 왜 그렇게 미국을 싫어하게 됐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해의 일을 그는 너무 빨리 잊어버렸다. 물론 샤오자도 자기가 잊고 싶으면 펜타곤 폭발 같은 큰일도 똑같이 까맣게 잊어버리곤 했다. 뚱보 류싱劉星의 말을 빌리면 “나랑 뭔 상관이야!”였다. 그 말은 샤오자와 같은 반인 류싱의 입버릇이었다. 9.11 테러가 있던 해, 샤오자의 기억에 남은 유일한 일은 뚱보 류싱과 알감자 사이의 갈등이었다.

사진출처 Funky Flamingo

飞利浦牌剃须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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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这只银色的PHILIPS牌剃须刀静静地摆放在洗漱台上,有时也放在抽屉里。它是哥哥的御用品,谁也不能动它。每回小加都忍不住偷偷摸它一把时,比摸女人屁股还慌张。哥哥这方面有洁癖,容不得别人动他的东西。他和女朋友小柳在外边租房住,但经常回家吃饭,偶尔也在这边睡觉,当然,那肯定是和小柳闹翻的时候。第二天清晨,他会站在镜子前刮胡子,它们赶在他怒火中烧时冒出来,任由剃须刀宰割命运。即便隔着一堵墙,也能听见洗手间传来的蜜蜂般的呻吟,那种声音听了让人心里酥麻。哥哥曾撞见父亲偷用过他的一次剃须刀,他尷尬地朝哥哥笑了笑,装模作样地朝镜子端倪几眼,怏快地放下了剃须刀。也许父亲还用过许多次……谁知道呢,这个男人总是有些鬼鬼祟祟的,所以哥哥冷着脸,出门的时候,啪的一声用力甩上防盗门。严格来讲,这已经算是警告了。小加总担心有朝一日他们会打起来,哥哥不止一次怀疑父亲偷用他的剃须刀。“要是那个老家伙还敢用我的剃须刀……” 小加看见哥哥的喉结鼓动了一下,他狠狠地咽了下口水,然后响亮地扭了扭脖子。这个快递员每回刮完胡须,习惯性用手摩挲光洁的下巴,对着镜子发出自恋般的光澤。他的 胡子总是頑强地生长,疯狂而茂盛,嘴巴用不着一个夜晚便遭包围。

那天早上,他照例在洗手间刮完脸,然后开始向小加发最后通牒:“小加你还睡,不上课了吗?!”赶在他掀被子前,小加窸窣地开始穿衣起床。哥哥在客厅换好鞋子,摘下头盔,哼着周杰伦的歌儿,一边戴时,一边指着墙壁上一张萨达姆的戎装像说道:

“小加,美国佬就快收拾萨达姆啦!

这张萨达姆的头像不知哪弄来的,它被母亲 指责过几回,说是贴个大胡子外国佬在墻上怪 丑的。后来也没撕下来,便一直贴在墙上了。小加很久后才晓得这人叫萨达姆,而且来头不小, 敢叫板美国,和他们轰轰烈烈地干过一炀海湾战争。

小加后来便有些喜欢萨达姆了。

院子里的几树櫻花开得正欢,仿佛一夜之间冒出来的。绿意盎然的春天遮挡了一切,整个世界都被绿色植被欢快地霸占着。空气中洋溢着春天独特的气息,生机勃勃,充满了朝气,小加虽喜欢,但通常对此不屑一顾。他对春天的厌恶,是 被小学一篇《春天来了》的课文败坏的。”春天来了,小燕子从南方飞回来了,梨花、杏花、桃花都 开了……” 那天老师罚小加将这篇课文抄写到第一百遍的时候,小加发誓再也不喜欢春天了。

再说,春天到处都是流行性感冒,伴随着没完 没了的雨水,至少在小加的记忆中,每个春天都是漫长的雨季,窗户的玻璃上总是挂满了雨滴。这些黏附在玻璃上的雨滴会在上面留下丑陋的斑点,直到春天结束为止。

今天教室外边又是一个阴雨绵绵的天。早上下得细,中午稠密,而下午则稀稀拉拉,像农夫在播种。小加想起有年雨天,父亲骑自行车带小加去南门口买棉花糖的情景。那只硕大无比的棉花糖 在春风中飘曳,他的小嘴似乎永远也吞噬不了它。小加的父亲那时还年轻,他有力的腿蹬踏着自行车稳健地从潮湿的小巷口一路逶迤而去。小加看到很多人朝他们打招呼。那时他觉得很幸福。

这天地理课上,小加对着一幅世界地图浮想联翩。此刻那个大部分地处热带沙漠气候的国家也会下雨吗?萨达姆又在干什么呢?小加只知道它 地处西亚,一个和他八辈子打不着关系的国家,而萨达姆则是伊拉克的总统,是一把手。

“可恶的美国佬!” 早上的时候,哥哥还有些义愤填膺地说道。

“你不是一直很喜欢美国喜欢NBA吗?” 小加说。

他一时找不着反驳的理由,关好门咚咚咚下楼上班去了。

事实上这个大学毕业没多久的典型无产阶级的月光族,不仅喜欢美国,喜欢凯迪拉克、耐克球鞋、莱昂纳多·迪卡普里奥等好莱坞明星和黑人爵士乐、肯德基,即便是口头禅,也常是FUCK,尽管他的外语水平和小加算是平起平坐。9.11那天他满怀忧郁地望着浓烟滚滚的纽约,深陷在沙发中默默地抽着烟。直到得知五角大楼没被撞毁的消息时,这位快递员霍地站起来,弯腰将过滤嘴用力地摁灰在烟灰缸中,然后骂了一句超级黄的脏话。

小加不知道他为什么会这么恨美国。那年的事他很快忘记。小加想要忘记的事,即便是五角 大楼炸飞了,也会照旧忘得一干二凈。套用大胖子刘星的话说:”关我屁事!” 这句话是和小加同班的大胖子刘星的口头禅。9.11那年,唯一令小加印象深刻的一件事,是大胖子刘星和小土豆之间爆发的一场战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