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관희(趙寬熙 상명대 중문과 교수) 진행
송지현(宋之賢 北京大 東方學部 博士生: 현재 안양대 교수) 진행
김효민(金曉民 北京大 中文系 博士生: 현재 고려대 교수) 정리
송지현 : 먼저 남경의 명청소설 연구회와 선생님이 재직하고 계시는 푸졘사범대학의 연구 성과와 경향에 있어서의 차이에 대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우양젠 : 이 문제는 대답하기가 좀 힘드네요. 왜냐하면 장쑤성 사회과학원은 전문 연구기관이고 또 남경은 연구자가 상당히 많고 연구 환경이 매우 좋기 때문입니다. 그곳에는 난징대학, 난징사범대학, 장쑤성 사회과학원 등 장쑤성의 많은 고등교육기관이 있어 고전소설의 거의 모든 방면에 대표적인 연구자들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수호전』․『삼국지연의』․『홍루몽』․『유림외사』․『요재지이』․『금병매』 등등과 관련한 연구에 있어 전국의 연구자들과 대화할 수 있는 독보적인 연구자들이 있지요. 그리고 장쑤성 사회과학원에서는 『명청소설연구』라는 간행물을 발행하고 있는데, 이 잡지는 ‘발견’․‘개척’․‘심화’라고 하는 세 가지 모토를 내세워 전국의 학자들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그 성과가 매우 큽니다. 그러나 단점도 있는데, 아무래도 연구기관이다 보니 인원이 적고 또 분야가 너무 세분화되어 각자 자신의 일만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푸젠사범대학은 고등교육기관이기 때문에 가장 큰 장점은 학생들과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생을 배양하는 동시에 자신을 발전시킬 수가 있는 것이지요. 그곳에서의 사승간의 교류는 상호적인 관계입니다. 그래서 저는 푸졘사대에 간 이후 이런 체험들이 매우 의미 있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자신의 견해를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도우면서 자기 자신도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개척하고 심화시킬 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푸졘은 전체적인 수준이 비교적 낮아서 아무래도 장쑤성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송지현 : 두 번째 질문으로 선생님의 최근 연구 방향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어우양젠 : 저의 관심 분야는 비교적 넓습니다. 최근 제 연구는 여러 방면에 걸쳐 있지요. 그 중 하나는 『홍루몽』 연구입니다. 제가 남경을 떠나 푸졘으로 가게 된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저의 『홍루몽』 연구가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었습니다. 제 관점이 주류 관점과 완전히 달랐거든요. 그러나 저는 지금도 계속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하고 있는 주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홍루몽』 즈옌자이(脂硯齋) 평점에 대한 분석 문제입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즈옌자이가 차오쉐친(曹雪芹)과 매우 친한 인물이어서 차오쉐친을 도와 『홍루몽』 필사본을 수정하고 많은 의견을 제시해 주었으며, 그의 평어는 사료적, 이론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보고 있지만, 저는 이와는 완전히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즈옌자이 평점이 민국 시기 이후에 출현한 위조된 것이라고 봅니다. 이 연구를 위해 저는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수천 조에 달하는 평어(批語)를 모두 컴퓨터에 입력하여 제 방식대로 분류하고 분석을 해서 이미 대여섯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고 이에 대해 책도 한 권 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시계 차오쉐친(詩界曹雪芹)』이란 책을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홍루몽』에는 “모두들 작자가 어리석다 하니 그 안의 맛을 누가 이해해 주랴(都云作者痴, 誰解其中味)”라는 시가 나오지 않습니까? 저는 『홍루몽』이 반영하고 있는 것은 작가의 어떤 특별한 체험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 역시 전통적인 관점과는 많이 다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저는 이미 두 편의 글을 발표하였습니다.
두 번째는 『전청소설(全淸小說)』을 편찬하는 작업입니다. 청대의 모든 문언 소설을 수집하여 교감하는 것이지요. 소설 개념은 동서와 고금이 모두 달라 매우 복잡한데, 저는 인물과 이야기를 지닌 서사라는 새로운 소설 개념으로 청대 전체의 문언 소설을 새로이 감별해 이미 500종에 가까운 작품을 수집하여 정리하고 있고 앞으로 출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청인소설 서발집주(淸人小說序跋集註)』를 편찬하는 일입니다. 청대 소설의 서발문 전체를 수집하여 정리하는 작업이지요. 문언이 5백여 편이고 백화는 그보다 더 많아 합하면 최소한 2천 편은 됩니다. 이들 서발문의 가치는 매우 높습니다. 사료로서나 이론적으로, 그리고 심미적으로 모두 가치가 있지요. 이 작업도 거의 절반 정도 진행된 상태입니다. 수집은 이미 거의 다 된 상태이고 현재는 주석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러나 아직 출판사 문제는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출판사의 요구가 어떤지 몰라 후반부 작업은 아직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다른 하나는 만청소설 부분인데, 새로운 관점으로 만청소설사를 다시 쓰는 것입니다. 작년에는 상하이에서 열린 루스어(陸士諤) 학술대회에 참석했었는데. 한국의 오순방, 최용철 교수 등도 참석했었지요. 올해 8월에는 홍콩에서 개최한 황샤오페이(黃小配) 학술대회에 참가했었습니다. 저는 만청의 6대소설가를 주장합니다. 기존의 연구가 리보위안(李伯元), 우졘런(吳趼人), 류어(劉鶚), 쩡푸(曾樸) 등 4대가를 꼽고 있지만 저는 여기에 루스어와 황샤오페이 두 사람을 추가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의 『만청소설사』는 한 작가당 6, 7만자의 편폭을 할애해 쓰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소설이론에 관련된 연구입니다. 저는 “중국소설이론”이라는 대학원 수업을 개설해 이 문제를 연구하면서 중국에 과연 체계적인 소설이론이 있는가 하는 문제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저는 물론 있다고 보지만 그것은 서구적 의미에서의 체계적인 것이기보다는 내재적인 것이라고 봅니다. 기존의 중국 소설이론 연구가 과도하게 소설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소설 성격론의 문제에 집중해 왔는데 이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소설의 유용성 여부에 관한 효용론에도 지나치게 치중해 왔다고 봅니다. 저는 이 두 가지 문제가 중국 소설 이론에 있어서 최소한 핵심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중국 소설 이론을 3가지 방면에서 접근합니다. 첫 번째는 무엇을 쓰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기존의 관점은 소설(문학)이 주로 인간을 그리고 있다고 보아왔지만 저는 이런 관점이 중국의 전통 소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 중국의 전통소설에 있어서는 인간을 그리는 것 외에도 사물(物)에 대한 서사, 그리고 인간과 사물(자연)간의 조화로운 관계에 대한 서사가 매우 중요한 것이었으며, 이는 중국인의 자연을 중시하는 관념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제가 쓴 『중국신괴소설통사(中國神怪小說通史)』(강소교육출판사)는 바로 이러한 관점으로 쓴 것입니다. 두 번째는 어떻게 쓰는가의 문제입니다. 즉 형상과 서사 등 가장 기본적인 개념과 범주를 설정하는 것이지요. 세 번째 문제는 어떻게 읽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즉 어떻게 감상하는가의 문제이지요. 이렇게 해서 저는 저의 중국소설이론을 쓰려고 합니다. 저는 최근 이러한 작업들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엮은이 주: 이 글은 원래 『중국소설연구회보』 제36집(1998년 11월)에 실린 것을 엮은이가 수정 보완했다.]
[참고] 어우양젠(歐陽健, 1941~ ) 교수 소전(小傳)
고대소설 연구가. 장시성(江西省) 위산현(玉山縣) 사람으로 1956년 5월에 공작에 참가하여 난징농학원(南京農學院) 교학보조인원을 지냈다. 1958년 3월에는 쑤베이(蘇北)농촌으로 하방되어 노동에 종사하였으며 이후 20여 년간 중학 어문교원을 역임하였다. 1980년 11월에는 중국사회과학원(中國社會科學院)에서 모집하는 연구인원 시험에 응시하여 장쑤성사회과학원(江蘇省社會科學院) 조리연구원(助理硏究員)이 되었으며 후에는 장쑤성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고대문학연구실 주임, 명청소설연구중심 주임, 『명청소설연구』 주편 등직을 역임하였고 1986년에는 부연구원으로 승급하였다.
1995년 9월에는 푸젠(福建)사범대학으로 부임하였는데 지금은 푸젠사대(福建師大) 중국고대소설연구소 부소장·연구원, 박사연구생 지도교수 등직을 맡고 있으며 전후로 중국『삼국연의』학회 이사, 중국『수호』학회 이사, 중국근대문학학회 이사로 당선되었고 아울러 『고대소설평가총서(古代小說評價叢書)』 편집위원, 『고대소설사총서(古代小說史叢書)』 편집위원, 『명대소설집간(明代小說輯刊)』 편집위원으로 위촉되었다.
주요 연구범위는 고대소설, 명청소설인데 주요 저작으로는 『水滸新議』(蕭相愷와 공저, 重慶出版社, 1983), 『明淸小說新考』(中國文聯出版公司, 1992), 『明淸小說采正』(臺灣 貫雅文化事業公司, 1992), 『古代小說與歷史』(遼寧敎育出版社, 1992), 『古代小說版本漫話』(遼寧敎育出版社, 1992), 『古代小說作家漫話』(遼寧敎育出版社, 1992), 『古代小說禁書漫話』(遼寧敎育出版社, 1992), 『兩漢系列小說』(遼寧敎育出版社, 1992), 『晩淸小說簡史』(遼寧敎育出版社, 1992), 『曾樸與孽海花』(遼寧敎育出版社, 1992), 『紅樓新辨』(花城出版社, 1994), 『紅學辨僞論』(貴州人民出版社, 1996), 『古小說硏究論』(巴蜀書社, 1997) 등이 있고 『中國通俗小說總目提要』(中國文聯出版公司, 1990), 『中國通俗小說鑒賞辭典』(南京大學出版社, 1993) 등을 공동 주편하였고 『宋元小說話本集』(蕭相愷와 공편, 中州古籍出版社, 1987), 『樊梨花全傳』(巴蜀書社, 1989), 『隋史遺文』(蕭相愷와 공저, 中州古籍出版社, 1990), 『宋元說經話本集』(공저, 中州古籍出版社, 1991), 『紅樓夢(程甲本)』(공저, 花城出版社, 1994), 『平妖傳』(巴蜀書社, 1995), 『新三國』(漓江出版社, 1996) 등을 정리하고 校點하였으며 또 『施耐庵硏究』, 『明淸小說硏究年鑒』(中國文聯出版公司, 1991) 등을 편집한 바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也談『水滸』的‘路線’問題」(『中國古代近代文學硏究』 1981년 제4기), 「『水滸』『艾凡赫』同異短長論」(『中國古代近代文學硏究』 1981년 제12기), 「明季進步「水滸」觀的體現: 讀『後水滸傳』論」(『明淸小說論叢·제3집』 春風文藝出版社, 1985), 「超前于史籍編纂的小說創作: 明淸時事小說新論」(『文學遺産』 1992년 제5기), 「『官場現形記』的結構藝術」(『小說戱曲硏究·제4집』 1993년), 「『紅樓夢』“探佚”方法辨誤」(『貴州師大學報』 1994년 제1기), 「脂批性質辨析」(『貴州大學學報』 1994년 제3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