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다, 화려하다, 번성하다, 꽃, 꼭대기, 세월, 시간, 중화(중국) 등의 뜻을 가지는 華는 모양이 매우 복잡하지만 아주 흥미로운 글자이다. 이 글자는 기원전 11세기에 존재했던 西周 시대부터 있었는데, 이 당시에는 글자 꼭대기의 艹가 없는 모양으로 꽃의 모양을 형상화해서 만든 글자였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글자의 기본적인 뜻은 초목의 맨 꼭대기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꽃(花), 혹은 꽃봉오리를 지칭하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꽃봉오리는 아름다우므로 光彩, 華麗, 文彩 등의 의미로도 확장되었다.
華의 가장 빠른 글자는 𠌶(꽃 화)로 위에 艹가 없는 상태였다. 西周 시대의 金文에 이런 모양으로 나타내는데, 이것은 식물의 꼭대기에 피어 있는 꽃송이(꽃봉오리)의 모양을 형상화한 것으로 花(꽃 화)의 본래 글자이다. 𠌶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윗부분은 꽃잎의 형상이며, 중간 부분에서 옆으로 그어져 있는 두 개의 획은 꽃받침의 형상이다. 그리고 아랫부분은 줄기와 뿌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그래서 이 글자는 초목이 번화하고 무성한 모양을 형상화한 것으로 꽃송이를 지칭한 것으로 해석한다.
그런데, 꽃송이가 많이 모여 있으면 하늘에 꽃이 흩날리는 것과 같은 현상인 비문증(飛蚊症)처럼 불분명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어둑한, 어두운, 흐릿한(眼華) 등의 의미로 확장되기도 했다. 꽃이 나뭇가지에 활짝 피면 대개 사람들에게 눈부심(奪目), 아름다움(顯麗), 번성(繁盛), 고움(華麗), 화려(華美) 등의 느낌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華는 빛남(光彩), 고운 빛(彩色), 번성, 자랑, 예쁘고 고움(美麗) 등의 뜻으로 확장된다. 華는 그 의미를 더욱 확장하여 “荂”와 “花” 두 글자를 만들어냈다. 秦과 漢을 거치면서 광채, 영광 등의 뜻으로 확장되어서는 荂(꽃 과)를 만들어냈고, 六朝 시대에는 花를 만들어냈는데, 荂는 점차 쓰이지 않으면서 사라지고 花만 남게 되었다.
한편 艹의 원 글자는 艸인데, 象形字이다. 갑골문의 글자는 屮(어린 풀 초)였는데, 후대로 오면서 여러 개의 풀이 있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艸로 바뀌었다. 춘추 시대에는 글자의 가운데에 해를 의미하는 日이 놓여 있고, 네 방향에 屮가 있는 모양으로 바뀌었다가 전국 시대에 이르러서는 지금까지 쓰이고 있는 草(풀 초)로 되었다. 이렇게 되면서 艸(艹)는 풀과 나무 등의 식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쓰이게 되면서 점차 부수(部首) 역할만 하게 되었다. 그런 관계로 艸나 艹가 부수로 들어가 있는 글자는 대부분이 초목과 관련이 있는 것이 되었다.
華는 𠌶를 기반으로 하여 위에 풀이 무성한 것을 나타내는 艹를 더해서 번화한 것을 좀 더 직관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𠌶로는 초목이나 풀 등의 뜻을 정확하게 보여주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그렇게 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대략 戰國時代를 지나면서 이런 모습으로 바뀌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서 글자 위의 艹가 형부(形符)로 되어 뜻을 담당하면서 초목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 아래의 𠌶는 소리를 담당하는 성부(聲符)를 이루었다. 그래서 華의 발음은 화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