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사호고陽羨砂壺考》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혜일공은 옹정, 건륭 시기의 인물로, 차호의 형태와 크기 및 다양한 색의 자사 재질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그 정교한 공예 수준이 혜맹신과 비견될 만하여 세상 사람들이 두 명의 혜씨二惠라고 불렀다. 惠逸公雍乾時人, 制壺形式大小與諸色泥質俱備, 工巧一類可與孟臣相伯仲, 故世稱二惠,
이 육방주전자는 양신통鑲身筒 성형법[1]으로 만들어졌으며, 14개의 두께가 균일한 자사 조각泥片을 구조에 맞추어 차호의 몸통, 입, 바닥, 뚜껑으로 나누어 구성하고. 자사 조각을 붙이고 연결하는 방법이다. 주로 각진 기물이나 기하학적 기물에 사용되며, 원형 기물을 만들 때 차호의 몸통을 두드려서 만드는 타신통打身筒 성형법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숙련된 공예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정확한 형태를 파악하고 부위별로 올바른 제작 도구를 안배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 주전자는 육방형으로, 몸통, 물대, 뚜껑, 뚜껑 꼭지, 바닥, 목 등 모두가 육각을 띠고 있으며 곡선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주둥이는 세 번 굽어 위를 향하고 있어 아름답고, 각진 손잡이는 거침없고 자연스럽게 맞물려 있다. 뚜껑은 크고 평평하며, 차호 입구子口[2]는 짤막하다. 뚜껑 꼭지는 육방형으로 구슬처럼 둥글게 생겼다. 바닥의 다리 부분도 육각이다.
이 차호는 모두 명접 방식을 사용하여 깔끔하고, 전해오는 옛날 주니호 가운데 보기 드문 작품이며 또한 혜일공의 정교한 솜씨를 입증한다. 조형은 우아하고 소박하며, 자사 태토는 사질 입자가 뚜렷하고 상어 가죽처럼 치밀하다. 여기에 능수능란한 공예 기술을 더하고, 전통 가마인 용요龍窯에서 소성하여 자사의 색이 용안처럼 붉고 윤기가 있어 아름답다.
바닥에는 ‘작은 정성으로 꽃을 마주하다片心閑對花逸公’라는 일곱 자의 명문이 새겨져 있는데 이를 통해 그가 사물을 통해 의미를 부여하고, 항상 공교한 구상을 보이며, 고상하고 우아한 품격을 드러내 자연스레 평범함과는 전혀 다름을 알 수 있다. 혜일공의 주니호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널리 전해지고 있다.
[1] 양신통鑲身筒 성형법은 방형의 자사호를 제작하는 데 적합한 방법으로, 사각형, 육각형, 팔각형 등의 기형에 사용된다. 이 방법의 기본 작업 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디자인에 맞는 치수로 형판样板을 만들고, 형판에 따라 자사 니편泥片을 자른다. 자른 자사 니편을 기물의 규격에 맞추어 자사 슬립泥粘를 사용해 붙여서, 온전하게 하나의 방형 또는 다각형 몸통을 맞춘다. 몸통을 조립한 후에는 몸체를 두드려 만드는 타신통打身筒 방식과 동일하게 차호의 주둥이와 손잡이와 같은 다른 부위를 준비하고 연결하여, 전체 자사호 제작을 완성한다.
[2] 자사호에는 자모선子母線이 있는데 차호 뚜껑 가장자리와 차호의 입구가 맞물리는 두 개의 경계선을 가리킨다. 뚜껑에 있는 경계선은 자선子線이라고 하고, 주전자 입구에 있는 경계선은 모선母線 이라고 한다. 이 용어는 원래 테니스 라켓의 세로줄과 가로줄에 다른 테니스 줄을 사용하여 성능의 균형과 향상을 이루는 조합 방법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 개념이 자사호에 적용되면서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다. 여기서 자구子口는 차호의 입壺口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