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육사정陸思亭 사정호思亭壺

차호의 몸통은 조롱박 모양이며, 굽은 주둥이는 배 부분에서 위로 뻗어 나온다. 둥근 손잡이는 수려하고, 볼록하게 솟은 뚜껑과 차호의 입구는 주전자 입구와 맞붙어 있어 하나의 완전한 기물처럼 보인다. 둥근 구슬 모양의 뚜껑 꼭지와 그 지지대는 뚜렷하며, 매끈하고 둥글게 안굽으로 처리된 바닥圓包底에, 기물 전체는 접합 부위 선이 보이는 명접明接 방식으로 처리하였다. 이 사정호는 이미 특정한 스타일을 지칭하는 명칭이 되었다.

사정思亭은 성이 육陸이며, 원래 청대 초기의 도예가이다. 연대가 비교적 이른 시기의 사정호는 주둥이의 굽은 정도가 작고, 출수구 역시 간결한데 차호를 만들고 70% 정도 마른 상태에서 대나무 칼로 뚜껑의 가장자리 입술 부분에 서명을 남겼으며 필체가 매우 단정하다. 연대가 조금 늦은 시기의 사정호는 스타일이 부드럽고 아름다우며, 주둥이는 혜맹신, 혜일공의 여러 형태 차호의 영향을 받아 곡선이 뚜렷하고 주둥이 끝이 비교적 뾰족하여 이전 사정호보다 실용성이 더 좋아졌다. 서명 방식도 다양해져 대나무 칼로 쓴 글씨와 쇠칼을 사용해 쌍구법으로 새긴 것, 드물게는 인장이 찍힌 것도 보인다.

청대 ‘만풍萬豊’상점과 ‘항흥恒興‘상점은 이 사정호 스타일을 사용하여 차호의 배 부분을 육각형으로 개량한 적이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추애秋崖’라는 서명을 가진 차호이며, 형태는 둥그런 모양에 각진 느낌이 있어 강하고 부드러움이 모두 조화를 이룬다. 가을 ‘추秋’ 자를 왼쪽에 ‘화火’, 오른쪽에 ‘화禾’로 적고 있는데, 이는 명백히 문인의 서법이다. 필체는 가볍고 무거움이 조화를 이루며, 진흙 위에 글씨를 쓰듯이 자연스럽고, 완숙한 중봉中鋒-붓끝이 바로 서서 한 편으로 기울지 않는 필법-의 필치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