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진명원陳鳴遠 잠상호蠶桑壺

이 차호는 백니白泥에 고운 자사幼砂를 섞은 재질을 사용, 자사의 질감이 윤기가 있다. 몸통은 둥글고 납작하며 배 부분이 안으로 오목하게 들어가는 형태腹折로, 윗부분은 누에가 뽕잎을 갉아 먹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새겼다. 차호의 배 아래 부분은 매끈하게 남겨 두었으며, 차호 뚜껑은 오디가 달린 뽕잎 모양으로 만들고, 그 위에 작은 뽕잎을 갉아 먹는 누에 한 마리를 뚜껑 손잡이로 조각했다. 여러 마리의 누에가 크고 작은 구멍이 가득한 다양한 모양의 뽕잎 사이에서 꿈틀거리는 모습이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 있다. 그밖에 차호의 물대는 뽕잎 한 장을 말아 만든 형태이며, 손잡이는 뽕나무 가지 모양으로 만들었다. 또한 많은 누에가 뽕잎 사이에 반쯤 드러나고 숨겨져 있는 모습이 매우 생동감 넘친다. 바닥에는 진명원제陳鳴遠製라고 전서체로 새긴 사각 인장이 찍혀 있다.

이 차호는 진명원이 자연 형상을 본떠 만든 뛰어난 작품으로, 언뜻 보면 차호의 니료 색감과 누에가 비슷해 보이나, 재차 차호 조형을 감상하다 보면 진명원 차호의 구상이 실로 비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차호는 현재 홍콩 중문대학 문물관이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