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일언一字一言6-가假

일반적으로 ‘거짓’, 참되지 못한 것‘ 등의 뜻으로 쓰이는 이 글자는 겉과 속이 달라서 명칭 혹은 이름과 본질이 부합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假는 겉으로는 꽉 차 있는 것 보이지만 속은 텅 비어 있는 물건이나 사람을 지칭하는 虛라는 글자와 일맥상통하는 것이 된다. 이 글자를 쓸 수 있는 존재는 그것이 사물이든, 사람이든 좋은 의미를 가질 수 없음이 분명하다. 이 글자의 정확한 뜻을 알기 위해서는 叚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다. 假는 본래의 것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원본이 아닌 것을 나타내는 叚(가)를 소리(聲)로 하면서 사람을 의미하는 人과 결합하여 만들어진 형성(形聲)자이다. 叚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금문(金文)을 보면 한쪽 구석에서 무엇인가를 주고받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것은 본래의 것은 남겨둔 채 일정한 것을 떼어내 무엇인가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叚는 빌려주다. 임시, 대리 등의 뜻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에 사람이 붙어서 빌려주는 사람이라는 假로 되었다가 점차 뜻이 확대되어 거짓, 가짜 등의 의미를 더하게 되었다.

叚의 왼쪽 부분은 돌을 나타내는 石이 변형된 모습이고, 오른쪽 부분은 사람이 손으로 망치를 잡고 무엇인가를 때리는(깨는) 것을 나타내는 글자인 殳(몽둥이 수)로 되어 있다. 이 두 글자가 결합한 회의자가 叚인데, 돌로 되어 있는 산이나 절벽 등을 망치로 때려 필요로 하는 물건을 떼어 내거나 돌을 다듬어서 계단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을 나타낸다. 그 물건이 속해 있던 본래의 것은 그대로 둔 채 무엇인가를 떼어내 빌려온 것이기 때문에 빌리다. 대리 등의 뜻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人과 결합하여 假라는 형성자가 되어 그 뜻을 확대함으로써 훨씬 폭넓게 쓰이게 되었는데, 빌린 것, 대리로 하는 것, 가짜, 진실하지 못한 것 등의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결국 假는 사물이나 사람 등의 이름이나 정의가 그것의 본질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뜻을 가지게 되어 가짜, 사기, 거짓 등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것은 이름만 명품이라 하면서 실제는 그렇지 못한 사물이나 사람에게 붙일 수 있는데, 그것이 가짜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왜냐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이름이나 정의, 모습 등은 그것이 속해 있었던 본질, 혹은 본래의 것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의 경우 그것을 간파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힘들 수밖에 없다. 가짜의 특징 중 다른 한 가지는 그것이 진실하지 않다고 이미 판명이 났더라도 끝까지 진짜라고 우긴다는 점이다. 그 가짜가 사람일 경우는 더욱 그렇기 때문에 강제로 그 가면을 벗겨내는 외에 다른 길은 없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가짜가 사람일 경우는 그의 삶 자체가 속이 비어 있는 것이 되어 다른 것을 빌려서 사는 대리 인생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세상을 속이고, 자신을 합리화하는 데에 혈안이 된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