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의 멋진 말 2
멋진 말이란 화려하게 꾸미거나 수식한 말이 아니다. 그것은 가슴에서 직접 나오거나 무심코 진정을 드러내거나 그 사람의 인생이 한순간 언어의 형식을 빌어 나타난 말이다.
유비의 멋진 말 두번째는 “청산은 늙지 않고, 푸른 강은 언제나 있소.”(제60회)를 치고 싶다.
유비가 장송과 헤어질 때 후일을 도모하며 한 말이다. 이 말이 나는 언제나 유비의 성품을 잘 나타나는 듯해 잊혀지지 않았다.
조조가 북방을 통일하여 중원의 판도가 변하면서 익주(지금의 사천성)도 자구책을 모색하게 되는데 익주목 유장은 장송을 조조에게 보내 연합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조조는 장송의 추악한 얼굴을 보자마자 만정이 떨어져 박대하고 매질까지 하여 내보낸다. 허도에서 익주로 돌아가는 길에 형주를 들른 장송은 유비의 따뜻한 환대에 마음을 돌리고 유비와 연합하기로 마음 먹는다. 이에 장송이 유비에게 익주를 취하라는 뜻으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대장부가 세상에 살면서 응당 노력하여 공업을 이루려면 남보다 먼저 채찍을 들어야 할 것이오. 지금 만약 취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이 취하게 될 터이니 후회해도 때가 늦을 것이오.”(大丈夫處世, 當努力建攻立業, 著鞭在先. 今若不取, 爲他人所取, 悔之晩矣.)
그러면서 장송은 익주의 산천과 도로가 그려진 지도를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거리와 요지와 식량창고 등이 일일이 표시되어 있었다.
장송이 말했다. “공께서는 조속히 도모하기 바라오. 저에게는 마음을 나누는 친구 법정과 맹달이 있으니, 이 두 사람이 분명 도울 수 있을 것이오. 두 사람이 형주에 와 뜻한 일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오.” 유비가 두 손을 맞잡고 고마워하며 말했다. “청산은 늙지 않고, 푸른 강은 언제나 있소. 후일 대사를 이루면 반드시 크게 보답하리다.” 장송이 말했다. “제가 밝은 주공을 만났으니 부득불 진정을 알린 것이지 어찌 감히 보답을 바라리오?” 두 사람은 말을 마치고 작별하였다.(松曰: “明公可速圖之. 松有心腹契友二人: 法正、孟達. 此二人必能相助. 如二人到荊州時, 可以心事共議.” 玄德拱手謝曰: “靑山不老, 綠水長存. 他日事成, 必當厚報.” 松曰: “松遇明主, 不得不盡情相告, 豈敢望報乎?” 說罷作別.)
대화 중에 유비는 갑자기 청산과 푸른 강을 끌어들이며 자신의 마음을 나타내었다. “청산은 늙지 않고, 푸른 강은 언제나 있소.” 그것은 지금 이야기를 나누는 대업(익주 점령)을 암시하면서, 자신의 변함없는 마음을 나타낸 약속 같기도 하였다. 이 말은 또 청산이 나라면 녹수는 상대방이니, 자신과 마찬가지로 상대방도 함께 오래도록 마주 보며 함께 가자는 의미일 수도 있다. 짧은 한마디이지만 직접적으로 가리키지 않기에 풍부하고 무한한 의미의 울림이 있다. 동시에 그 말에는 사람에 대한 돈후한 정과 깊은 신뢰가 있다.
유비의 방식은 이처럼 상식을 헤아렸다. 211년 유비가 익주에 들어가 부현에서 유장을 만났을 때, 장송, 법정, 방통이 모두 유비에게 좋은 기회라며 유장을 죽이라고 했지만 유비는 따르지 않았다. 가맹관에서 지체하고 있을 때 방통이 낸 세 가지 계책에서 중책을 선택한 것도 그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모반과 음모가 난무하는 난세에서도 유비는 사람을 쉽게 저버리지 않았다. “청산불로, 녹수장존.”(靑山不老, 綠水長存.) 역사서에 없는 이 말, 나관중이 유비에게 준 이 한 마디만으로도 유비의 성품이 다 드러나는 듯하다. 누가 이런 천고의 명언을 말할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