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시절 통역 아르바이트를 나가면 어른들이 나를 ‘小宋’이라고 친근하게 불러 주기도 하고, 또 ‘小伙子’(xiǎohuǒ‧zi)라고 칭하면서 격 없이 대해주시곤 했다.
연세 많으신 교수님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도 ‘젊은 사람이 많이 먹어라’(‘小伙子, 多吃点儿’)라고 하시며 음식을 내 접시에 올려 주시기도 하셨다. 호칭에 들어가는 ‘小’는 친근하면서도 귀엽게 부르는 어감을 나타낸다.
세월이 흐르고 이제는 내가 (젊은이도 아닌, 또 총각도 아닌) ‘小伙子’라고 불리기에는 약간(?) 많은 나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연세 많으신 교수님이나 어른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는 여전히 내가 그 분들 보다 어리니까 ‘小伙子’라고 불릴 수 밖에 없는 입장인데, 그 분들은 나를 그냥 ‘小伙子’라 부르지 아니 하시고, ‘大小伙子’라 불러 주신다.
‘小伙子’에 ‘大’자 하나 추가했을 뿐인데 어감은 많이 달라진다. ‘大小伙子’는 ‘小伙子’에 비해서 그냥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의미가 아니고, 칭찬의 의미가 담겨있다. ‘大小伙子’에는 젊은 사람을 존중하는 의미와 함께 건장하고, 남자답다는 칭찬의 이미지가 담겨있다.
중국어에서 ‘大-小’는 단순히 ‘크다-작다’ (또는 나이가 ‘많다-적다’)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의 놀이동산이나 관광지의 매표소에는 ‘대인, 소인’으로 구분해서 입장권 가격을 적어 놓고 있다. 물론 ‘어른’, ‘어린이’, ‘학생’이라고 적어 놓은 곳도 있지만 한자로 ‘大人,小人’이라고 써 놓은 곳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알다시피 ‘대인’은 어른을 말하고, ‘소인’은 어린이를 가리킨다.
매표소 안내 문구를 중국어로 번역하면서 우리말의 ‘대인 소인’을 그대로 한자로 바꿔서 관광안내 표지판에 ‘大人,小人’이라고 써 놓은 곳도 있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은 매표소에서 한자로 ‘大人,小人’이라고 써 놓은 것을 보면서 황당해 하기도 하고 살짝 미소 지으며 웃기도 한다.
중국의 매표소에는 ‘全票,半票’라고 써있다. 어른 표는 ‘全票’이고, 어린이표 또는 학생표를 ‘半票’라고 한다. 우리말의 ‘어른, 어린이’를 중국어로 번역할 때 ‘대인, 소인’을 그대로 한자로 써서 ‘大人,小人’이라고 하면 웃긴 중국어가 된다.
‘大人’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옛날 높은 관직에 있는 벼슬아치나 장관에 대한 존칭으로 많이 사용되는 말이며, 손윗사람에 대한 존칭으로 사용된다. ‘小人’은 자신을 낮춰 부르는 말이기도 하지만, 또한 인격이 낮은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매표소에 적혀 있는 ‘小人’이라는 말이 ‘어린이’라는 의미가 아닌 ‘인격이 낮은 사람’이라는 의미로 욕(?)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인들이 매표소의 ‘大人,小人’을 보면서 실소를 금치 못하는 이유다.
타이완(臺灣)의 어느 호텔 로비에 가면 작은 책상이 하나 놓여 있고, 그 위에는 ‘小大人入住登記櫃台’라고 적혀 있다. 이 작은 책상은 호텔에 투숙하는 어린이 손님을 위한 체크인 카운터다. 책상 위에는 어린이를 위한 체크인 용지가 따로 마련되어 있고, 서류를 작성하면 작은 기념품도 선물로 준다.
‘小大人入住登記櫃台’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작은 어른의 체크인 카운터’가 된다. 만약 ‘大’자를 빼고 ‘小人入住登記櫃台’라고 썼다면 ‘小人’이라는 낱말 뜻 때문에 호텔에 투숙하는 손님을 비웃는 말이 되어 버린다. ‘小大人’은 ‘작은 어른’이라는 뜻으로, 이 호텔은 어린이를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서 어린이들이 직접 체크인을 해 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大’자 하나가 낱말의 어감을 완전히 달라지게 만든다. 어렵고 복잡한 한자를 배우는 성취감도 있지만, 쉽고 간단한 한자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주 작은 것에서 중국어 배우는 재미를 찾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