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본 것을 쓰다夜書所見/송宋 엽소옹葉紹翁
蕭蕭梧葉送寒聲 우수수 지는 오동잎 찬 소리를 전하니
江上秋風動客情 강가에 부는 가을바람 객정을 일으키네
知有兒童挑促織 아이들 지금 귀뚜라미 싸움 구경하겠지
夜深籬落一燈明 밤은 깊어도 울타리에 걸어둔 등불 하나
섭소옹(葉紹翁, 1194~?)의 시는 54회에 이어 두 번째로 본다. 그는 송나라 사람으로 처음에는 금나라에 항거한 공으로 여러 벼슬도 했으나 오랜 기간 항주의 서호 가에 은거하였으며, 《사조문견록(四朝聞見錄)》 등을 저술하였다,
지난번 시도 그렇지만 이 시도 그에 못지않게 교묘한 데가 있다. 첫 구의 오동잎이 떨어지는 소리는 다음 구에 나오는 강가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이다. 강가에서 바람이 불어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오동잎이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걸 순서대로 쓰지 않은 이유는 자신이 느낀 객정의 단초가 오동잎이 지면서 나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앞의 두 구는 지금 시인이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럼 뒤의 두 구는 무엇일까? 갑자기 내용이 바뀌는 듯하지만 이는 전구(轉句)의 특징이다. 전혀 엉뚱한 것으로 나갔다가 결구를 읽으면 그 엉뚱한 내용이 이해되는 것이 절구의 특징이자 매력이다.
시인은 가을 풍경과 가을 소리를 듣고는 두고 온 고향이 생각났다. 지금 이 무렵이면 아이들이 밤 깊도록 울타리 아래 모여 앉아 귀뚜라미 싸움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놀이을 어는 지방에서 혹 하는지 모르겠으나 중국에서는 매우 성행하는 놀이다. 귀뚜라미가 일정한 공간 이상으로 좁은 곳에서 두 마리가 있으면 흉포하게 싸우는 습성을 이용해 그 싸움을 즐기며 도박도 한다. 그래서 싸움을 잘하는 귀뚜라미는 아주 놀라울 정도의 대접을 받고 몇 천 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본문에서 도(挑)는 도발, 도전이라 할 때 쓰는 글자이다. 여기서는 귀뚜라미 싸움을 붙이는 것을 말하는데 구체적으로는 가늘고 긴 막대로 귀뚜라미에게 자극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그럼 이 시에는 왜 ‘소견(所見)’이란 말이 들어간 것일까? 앞부분은 현재 보고 있는 것이며 뒷부분은 과거에 본 것을 지금 추억하는 것이다. 이를 포괄해서 말한 것이다. 그럼 앞부분에서는 왜 시각보다는 청각을 중심으로 묘사한 것인가? 이는 제목과 조응을 하기 위해서이다. 제목에서 본 것이라 하였기에 앞부분에서 들은 것을 묘사하면 자연 그 가운데 본 것이 말해진다. 즉 오동잎에서 차가운 가을 소리가 들렸다고 하면 그 나뭇잎은 가만히 있겠는가?
고향집 울타리에서의 추억을 말해 현재 강가에 살고 있는 자신의 향수를 더욱 도드라지게 하고 있다. 이 시는 제목과 본문, 전반과 후반의 교묘한 조응으로 시인의 고독감을 드러내고 있는데 특히 구성이 치밀하여 시를 감상하는 사람은 눈여겨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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