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 부부 2
만두를 찌는 대나무 찜통은 너무 오래 써서 일찌감치 더러워졌고 만둣국을 담은 사발도 가장자리에 두 군데가 이가 나갔다. 하지만 레이례는 그런 조잡한 식기를 쓰면서도 만족스럽게 식사를 했다.
‘이런 게 바로 아침식사지. 알차고, 소박하고, 먹으면서 이마에 땀도 나고 말이야.’
식사 후, 레이례는 헛기침을 하고는 회사 쪽으로 향했다. 그의 회사는 제작사인데 회사라기보다는 작업실에 더 가까웠다. 직원이 안팎으로 십여 명에 불과했고 입사한 지 2년이 채 안 됐는데도 그는 벌써 핵심층에 속했다. 회사는 주로 오디오 자료를 제작했고 이따금 교재와 영상 제작 같은 일도 맡았다. 비록 틈새시장에서 생존을 도모했지만 거꾸로 업무는 매우 많았다. 레이례는 지난해에 어느 그룹의 사내 방송국에서 이곳으로 이직해왔다. 그 편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포기한 것은 단지 좀 더 돈을 벌어 아파트 대출금을 조기 상환하기 위해서였다. 사내 방송국에 다니기 전에는 모바일 방송국에서 아나운서 일을 했는데 그곳은 일손만 많고 일이 적어서 진행자 몇 명끼리 죽자사자 경쟁을 해야 했다. 또 그 전에는 스포츠 채널에서 더빙을 맡기도 했다. 동료들이 대부분 대학 친구여서 함께 즐겁게 일하고 보수도 괜찮았지만 안타깝게도 시청률 연구실에서 경고 통지를 받아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바람에 레이례도 밥그릇을 잃었다. 대학 졸업 후 6년간 이렇게 직장을 네 군데나 전전했고 지금은 부지런히 더빙을 하고, 영상 편집을 하고, 그밖에 연락 업무까지 수행했다.
레이례는 언론방송학부 방송과를 졸업했다. 학교에 다닐 때는 성적이 두드러져 방송과 7인방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교외 합동공연이나 외국 손님 접대, 중앙방송국 출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들 일곱 명은 빠지는 법이 없었다. 훤칠하고 목소리가 우렁찬 그 미남들이 똑같이 검은 양복을 입고 활약하던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멋지고 훌륭했다. 이제 그 일곱 명 중 누구는 순조롭게 방송국 뉴스 앵커가 되었고 누구는 현장을 떠나 집에서 애들 아빠로 지내고 있었으며 또 누구는 갑자기 성공을 거뒀다가 바로 갑자기 궁색해져 밤을 새며 더빙 일로 겨우 먹고 살았다. 그리고 레이례는 샐러리맨이 되었다. 전공과 크게 멀어지지는 않았지만 전공 밖의 일도 많이 해야 해서 자기가 거의 주변으로 밀려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오놘은 레이례의 대학 후배였다. 두 사람은 방송과 학생회에서 만났다. 그때 레이례는 4학년이었고 샤오놘은 갓 교문에 들어선 신입생이었다. 체육부장이었던 레이례는 지원한 신입생들 중에서 간사를 뽑아야 했는데 그때 샤오놘은 금발머리에 핑크색 야구모자를 쓰고 연한 핑크색 보트 슈즈를 신고 있었다. 그런 화려한 차림과 젓가락처럼 가는 다리를 보고 그는 그녀가 마치 경박한 앵무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례에 따르면 지원자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야 했다. 왜 체육부에 들어오려고 하는지, 또 들어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차례대로 물었다. 신입생들은 다 쭈뼛대며 답했는데 자연스럽기는 했지만 별로 신선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샤오놘은 자기 차례가 되자 마치 단두대에 선 듯한 표정이 되었다. 레이례가 왜 체육부에 들어오려고 하느냐고 묻자, 그녀는 주절주절 끝도 없이 말을 늘어놓았다.
“총무부는 늘 밖에 나가 돌아다녀야 해서 너무 피곤할 것 같고, 선전부는 포스터를 만들고 행사를 조직해야 해서 너무 귀찮을 것 같고, 또 문예부는 멋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제가 춤과 노래에 영 젬병이어서 고민 끝에 체육부를 지원했어요.“
레이례는 샤오놘이 자기 부서를 마치 놀고먹는 곳처럼 생각한다고 느끼면서, 들어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으냐고 또 물었다. 그녀는 눈을 굴리며 말했다.
“저는 간사를 지원한 것이지 부장을 지원한 게 아닌데요. 부장님이 시키시는 일이라면 뭐든 죽을힘을 다해 하겠지만 그렇게 끝내주는 아이디어는 없어요.“
레이례는 재미있어 하며, 그녀가 성격이 시원시원해서 자기 부서에 들어오면 분위기가 활발해지겠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그는 그녀가 조금 별나기는 해도 상당히 귀엽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더 나중에 7인방 중 한 명이 그녀에게 반해, 과 학생회에서 피크닉을 갔을 때 옆의 사람이 못 봐줄 정도로 그녀에게 살갑게 굴었다. 하지만 그녀는 울상이 되어 레이례의 등 뒤에서 우물쭈물하며 그의 호감을 거절했다. 피크닉에서 돌아와, 그 7인방 중 한 명은 례이례에게 성인군자인 척하지 말라고, 샤오놘이 그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게 분명하니 나서야 할 때 나서라고 말했다. 당시 례이례는 연애를 해본 지 2년이 넘은 탓에 애인이 아주 갈급하지는 않아도 확실히 적적한 상태이기는 했다. 그는 그 아가씨가 좀 제멋대로이기는 해도 꽤 자기 본분을 안다고 생각해, 밥을 사주며 구슬려보기로 했다. 하지만 막 식사를 시작해 본론을 꺼내기도 전에 샤오놘은 눈의 초점을 잃고 안색이 하얘진 채 숨을 헉헉대며 의자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낭패한 레이례는 그녀를 안고서 식당을 뛰쳐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특별히 차려입은 흰 와이셔츠는 그녀의 토사물로 쓰레기가 돼버렸고, 또 특별히 가득 채워온 지갑도 식사비와 응급치료 접수비를 치르느라 원래대로 홀쭉해져 버렸다. 위세척도 하고, 링거도 맞고 한바탕 난리를 치른 끝에 샤오놘은 겨우 기사회생해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알고 보니 그녀는 알러지 체질이었고 유독 땅콩 알러지가 심했다. 그런데 식전 간식에 땅콩소스가 뿌려진 것을 모르고 두 조각을 삼키는 바람에 톡톡히 대가를 치른 것이었다. 레이례는 온몸에 오물이 묻은 채 초조하게 그녀의 병상을 지키고 있었다. 두 시간 뒤, 샤오놘이 힘없이 두 눈을 떴다. 레이례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는 여학생을 안아본 적이 없어. 너, 나중에 나한테 시집와야 될지도 모르니까 단단히 준비해둬.”
“그러면 먼저 여자친구가 돼서 천천히 준비하죠 뭐.”
이렇게 말하고서 그녀는 레이례를 외면한 채 몸을 돌려 잠이 들었다. 본래는 데면데면했다고 할 법한 관계가 병상 앞에서 그렇게 달라져 버렸다.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레이례는 졸업했다. 그는 기숙사를 나와 학교 부근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집을 구했고 샤오놘은 틈 날 때마다 그곳에 들렀다. 2년 뒤, 건넌방 사람이 방을 빼자 러례이는 아예 부엌 하나, 방 두 칸인 그 집을 통째로 빌렸고 샤오놘이 자연스레 이사를 와서 알콩달콩 한 지붕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데이트 비용이 확 줄었다. 식당과 영화관에 가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DVD와 책을 보고 게임을 했으며 배가 고파지면 학교 식당에 가서 샤오놘의 식사 카드를 긋고 밥을 먹었다. 처음에 레이례는 샤오놘이 철도 들고 사려도 깊으며 살림도 잘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그녀가 게으르고 집밖에 나가기를 싫어하며 이따금 외출하면 갖고 있던 돈을 깡그리 다 써야 비로소 집에 돌아간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