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객지에 있는 당신王孫遊/남제南齊 사조謝脁
綠草蔓如絲 풀은 실처럼 뻗어 나가고
雜樹紅英發 나무엔 붉은 꽃이 피었네
無論君不歸 못 돌아온단 말은 마세요
君歸芳已歇 지금 와도 꽃이 졌을 걸요
이 시는 악부체의 민가를 바탕으로 지어진 시인데 《초사》 <초은사(招隱士)>에 기반을 두고 있다. <초은사>는 55회에서 말한 적이 있는데, 그 시에 “왕손은 떠돌아다니며 돌아오지 않는데, 봄풀은 돋아나 무성하구나.[王孫遊兮不歸, 春草生兮萋萋.”라는 구절이 있다. 왕손(王孫)은 초나라 왕족의 후예인 굴원(屈原)을 말한다.
다만 이 시는 화자가 멀리 간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 다르다. 넝쿨이 실처럼 뻗어나가고 여러 나무에 꽃이 핀 것을 통해 봄이 무르익었음을 알 수 있다. 길이 멀어서 못 온다느니 아직 할 일이 안 끝났다느니 그런 핑계는 필요 없다. 무조건 곧장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다. ‘논(論)’ 자를 쓴 것은 아마도 그 어떤 변명도 필요치 않다는 의미에서인 듯하다. 지금 당장 돌아온다 해도 이미 봄꽃이 다 질 것이라 말한다. 그런데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고백할 때는 밤이든 낮이든 달려가고 대성양도 태평양도 건너가며 저 하늘의 별이라도 따 줄 것 같지만 집을 나가 먼 객지에서 떠돌고 있는 남자에겐 적절한 구속력이 없이 그저 마음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가 다소 애처로운 하소연을 띠고 있는 민요풍의 성격을 띤다.
시에서 표면적으로는 늦게 돌아오면 이 아름다운 푸른 덩굴과 꽃들을 보지 못한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봄을 함께 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다. 그러나 이 시를 읽는 사람이면 그 넝쿨 보다 생기 있고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시의 화자인 것을 상상할 것이다. 당신이 늦게 들어오면 나는 이미 늙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의미가 내면에 담겨 있다. 짧은 민요풍의 시이지만 자연의 경치와 사람의 정이 어울려 있다. 상당히 정련된 시이다.
사조(謝脁, 464~499)는 남조(南朝) 제(齊)나라 시대의 시인으로 시와 사를 잘 썼다. 이 사람은 동진 때의 거족 사안(謝安)의 후손인데 약간 시대가 앞 선 동성의 사령운(謝靈運)을 대사(大謝), 사조를 소사(小謝)라 병칭하기도 한다. 동시대의 최고 문인 심약(沈約)이 200년래 이런 시는 없었다고 사조의 시를 높이 평가하였다.
365일 한시 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