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가가 진주적삼을 다시 찾다 3
“할멈, 어서 오시오.”
“가요, 갑니다.”
설 할멈은 진대랑에게 자기 침상 위로 올라와 옷을 다 벗게 하였다. 진대랑은 옷을 다 벗더니 삼교아의 침대로 건너갔다. 삼교아가 진대랑의 몸을 더듬으며 한마디 한다.
“할멈은 오십이 넘은 나이에도 어쩌면 이렇게 피부가 고와.”
그 몸뚱이는 아무 말하지 않고 잽싸게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온다. 삼교아는 이미 술에 취하여 눈이 풀린데다가 설 할멈의 음탕한 말에 춘흥이 한껏 발동하여 이거저거 따질 겨를도 없이 진대랑이 하는 대로 자신의 몸을 맡겨버렸다.
여인은 봄바람 난 규중의 젊은 아낙,
남자는 색에 눈먼 떠돌이 젊은 장사치.
그 여인네 한참을 갈등하더니,
결국은 탁문군卓文君이 사마상여司馬相如를 만난 듯.3
그 남정네 한참을 애달아하더니,
마치 필정必正이 묘상妙常을 만난 듯.4
십 년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이역만리에서 친구 만난 기쁨보다 더하도다.
진대랑은 그래도 화류계에서 놀던 가락이 있는지라 난새와 봉새가 서로 탐하듯5 갖은 기교로 삼교아의 혼을 다 빼놓는다. 한 차례의 폭풍우가 지나가고서야 삼교아는 물었다.
“당신은 누구시어요?”
진대랑은 자신이 삼교아를 처음 보고서 가슴 깊이 연모하게 된 사연부터 설 할멈에게 부탁하여 일을 저지르기까지의 상황을 소상하게 말해 주었다.
“이제 난 내 소원을 이루었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소이다.”
이때 설 할멈이 나타나 한마디 거든다.
“내가 주제넘게 일을 저지른 것만은 아니우. 마님이 독수공방하는 게 몹시 딱하기도 하고 진대랑의 생명도 살려 주는 셈 치고 일을 벌인 거라오. 마님과 진대랑은 틀림없이 전생에 인연이 있어서 이리된 것이지 이 할망구가 나서서 된 것은 아니오.”
삼교아가 말을 받았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바깥양반이 알면 어떡해요?”
설 할멈이 대답한다.
“이 일은 마님하고 저만 아는 일이니 청운하고 난설의 입만 잘 단속한다면 누가 알겠어요? 이 할망구는 그저 마님 기쁘게 해드리려고 한 짓이니 나중에라도 잊지나 마세요.”
이 지경에 이르고 보니 삼교아는 이것저것 다 신경 쓰기 싫었다. 삼교아는 다시 진대랑을 안고 쓰러졌다. 오경을 알리는 북 소리가 들려오며 사방이 밝아오는데도 두 사람은 여전히 떨어질 줄 몰랐다. 설 할멈이 진대랑을 재촉하여 밖으로 내보냈다.
이날부터 삼교아와 진대랑은 밤마다 만나지 않는 날이 없었다. 진대랑 혼자 오기도 하고 설할멈이랑 같이 오기도 하였다. 설 할멈은 청운과 난설을 어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였으며, 하녀에게는 옷가지를 주며 환심을 샀다. 또, 진대랑이 들랑거리면서 은자깨나 주어 돈맛을 들여놓았다. 밤이 이슥해지면 왔다가 날이 밝으면 나가는 진대랑을 두 몸종이 망도 봐 주고 배웅도 해주었다. 삼교아와 진대랑은 마치 한 쌍의 부부와도 같았다. 진대랑은 삼교아의 마음을 사고자 날마다 옷을 맞추어 준다 장신구를 사준다 하였으며, 삼교아가 설 할멈에게서 사들인 장신구와보석 값의 절반을 대신 갚아주기도 하였다. 아울러 설 할멈에게는 따로 은자 백 냥을 주어 사례하였다. 진대랑은 삼교아와의 관계를 반 년 정도 지속하면서 은자를 천 냥이나 썼다. 삼교아 역시 은자 삼십 냥 어치의 물건을 사서 설 할멈에게 사례하였다. 설 할멈은 삼교아와 진대랑에게 선물을 후하게 받았는지라 두 사람을 위한 일이라면 사양하는 법이 없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으렷다. 잔치란 시작되면 언젠가는 끝내야 하는 법.
정월 대보름이 지났는가 하였더니,
벌써 삼월 청명절이라.
타향에 오래 머물렀던 진대랑이 이제 고향에 돌아가야 할 때가 이르렀다. 진대랑에게서 고향에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들은 삼교아, 차마 그를 떠나보낼 수가 없었다. 삼교아는 패물 몇 가지만 챙겨 진대랑을 따라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진대랑이 말렸다.
“그럴 수야 없소. 우리가 만나게 된 사연은 설 할멈이 다 꿰고 있는데다가 내가 묵고 있는 숙소의 주인장 여씨呂氏까지도 내가 밤마다 마실가는 것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소. 더군다나 같은 배를 타고 갈 다른 사람들의 눈을 어찌 속일 수 있겠소. 또 두 몸종을 데리고 갈 수 있는 형편도 아니잖소. 한데 당신 남편이 돌아오면 그 두 몸종부터 먼저 족치지 않겠소. 조금만 참으시오. 내년이 되면 내 어디 은밀한 곳을 알아두었다가 다시 돌아와 귀신도 모르게 당신을 데려가겠소이다.”
“내년에 돌아오지 않으시면 저는 어떡하라구요?”
진대랑은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몇 번이고 맹세를 한다.
“당신이 변치 않는다면 저 역시 결코 변심하지 않을 거예요. 고향에 가거들랑 인편을 구하여 설 할멈 쪽으로 편지나 보내 주세요. 그럼 전 안심이에요.”
“나한테 다 생각이 있으니 너무 심려 마시오.”
며칠 후 진대랑은 배를 세내어 양식을 싣고는 삼교아에게 찾아와 이별의 정을 나누었다. 이날 밤 두 사람은 감정이 너무도 복받쳐 이야기를 나누다 울다 또 서로 사랑을 나누다 하며 뜬눈으로 온밤을 지새웠다. 오경을 알리는 북이 울리니 삼교아는 패물 상자를 열어 진주적삼을 꺼내었다.
“이 진주적삼은 장씨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입니다. 더운 여름에도 이 옷을 입고 있으면 시원한 기운이 절로 난다고 해요. 이제 가시면 날씨가 점점 더워질 테니까 이 옷을 항상 입고 계셔요. 마치 저를 입고 있기라도 하듯이 말이에요.”
진대랑은 터져 나오는 울음을 억지로 참으며 삼교아를 끌어안는다. 삼교아는 몸소 진주적삼을 진대랑에게 입혀주고 몸종을 시켜 문을 열게 하더니 떠나는 진대랑에게 몸조심하기를 당부하며 이별하였다.
몇 해 전 남편과 이별하더니,
오늘은 그리운 님 떠나보내네.
벌써 삼월 청명절이라.
이 아낙 원래 바람기 타고 나,
본 남편보다 정부에게 더 큰 이별의 정한 느끼는 것인가?
한편, 진대랑은 진주적삼을 한시도 벗지 않았다. 밤에 잘 때도 이불 속에다 벗어 놓고 같이 잠들었다. 배는 순풍을 타고 두 달이 채 못 되어 소주의 풍교楓橋에 도착하였다. 이 풍교는 쌀과 땔감의 집산지라 바로 적당한 임자를 찾아 물건을 모두 팔아치웠다.
어느 날 진대랑은 고향친구를 만나 술자리를 같이하였다. 이때 양양부 출신 장사치 하나가 합석하였는데, 그 자가 바로 장흥가라. 장흥가는 광동에서 진주, 바다거북(玳瑁), 소방목, 침향沈香등을 팔러 다니다가 진대랑의 고향친구를 만나 한패가 되었던 것이다. 예로부터 하늘에 천당이 있다면 땅에는 소주․항주가 있다는 말을 익히 들어왔던 장흥가인지라 내친김에 소주에 들어와 장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가 벌써 작년이었고 이제 돌아가려는 참이었다. 장흥가는 이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감추고 그저 나씨 정도로만 행세하였기 때문에 진대랑은 장흥가의 신분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진대랑과 장흥가는 나이도 서로 비슷하고 얼굴도 형제처럼 닮았는지라 금방 친해졌다. 술자리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숙소를 알려 주고 다시 만나기를 약속하니 마치 오랜 친구라도 만난 듯하였다.
장흥가는 외상 수금을 다 마치고 출발하기 직전 진대랑의 숙소를 찾아갔다. 진대랑이 술을 내와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때는 바야흐로 오월 하순이라 날씨는 점점 더워져만 갔다. 두 사람이 겉옷을 벗어 놓고 술을 마시는데, 진대랑이 입고 있는 진주적삼이 그대로 드러난다. 장흥가는 이를 심히 괴이하게 생각하였으나 확신할 수는 없는지라 진주적삼이 참으로 잘 어울린다며 빙 둘러 칭찬하였다. 진대랑이 장흥가를 믿고서 한마디 던진다.
“아, 형씨의 고향인 양양부에 장흥가라는 사람 있잖소?”
“내가 고향을 떠난 지가 오래라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건 아오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오. 진형은 무슨 일로 그 사람에 대해서 물으시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그 사람하고 얽힌 일이 좀 있지요.”
진대랑은 삼교아와의 일을 장흥가에게 소상히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다가 자신이 입고 있는 진주적삼에 눈길이 미치더니 눈물을 글썽글썽하며 말한다.
“이게 바로 그녀가 나에게 준 거라오. 아참, 형씨께서 내일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그 김에 편지라도 전하고 싶소. 내일 아침 형씨 숙소에 들르겠소이다.”
“그야 물론 전해 드리리다.”
장흥가는 속으로 혼자 중얼거렸다.‘이런 일이 있다니! 저 녀석이 입고 있는 진주적삼을 보니 허튼소리는 아닌 모양이군.’ 장흥가의 가슴은 찢어지는 듯 아팠다. 황급히 작별을 하고 숙소로 돌아와 생각을 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한시라도 빨리 고향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축지법을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었다. 밤에 짐을 꾸려 새벽같이 배를 띄웠다.
이때 강 언덕에서 한 사람이 헐레벌떡 달려온다. 바로 진대랑이었다. 진대랑은 장흥가에게 편지를 전하면서 신신당부하였다. 장흥가는 매우 화가 나서 얼굴색이 흙빛이 되었다. 말을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죽어 버릴 수도 살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진대랑이 돌아가고 난 뒤 편지를보니, 겉봉에는 ‘번거롭겠지만 이 편지를 시장통 동쪽 거리에 사는 설 할멈에게 전해 주시오’라고 적혀 있었다. 화가 나서 봉투를 뜯어보니 안에는 복숭아 색 긴 손수건 하나가 들어 있고, 종이 상자 안에는 옥비녀 하나가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하찮은 것이지만 이 두 가지를 삼교아에게 선물로 보내 주기 바라오. 내년 봄에는 반드시 돌아갈 것이니 몸조심하라고 일러주시오’라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었다. 화가 난 장흥가는 편지를 찢어 강물에 던져 버렸다. 옥비녀도 갑판에 내리쳐 두 동강 내버렸으나, ‘아니야, 이걸 버릴 게 아니라 증거로 가지고 가야지’ 하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장흥가는 옥비녀와 손수건을 잘 싸고는 서둘러 배를 출발시켰다. 멀리 고향집이 보이기 시작하니 장흥가의 눈에서는 눈물이 절로 흘러내렸다. ‘우리 부부가 서로 얼마나 사랑하였던가. 돈 좀 벌겠다고 젊은 아내를 혼자 내버려 두고 장사를 떠나 결국 이런 일이 생기고 말았구나.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 배에서 내려 걸어가는 내내 마음은 조급하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정작 집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더욱 무거워져 한 걸음 내딛고 한숨 한 번 쉬곤 하였다. 집에 들어가 화를 억지로 누르고 삼교아를 찾았다. 장흥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삼교아는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얼굴이 빨개서는 아무 말 못 하고 있었다. 장흥가는 집에다 짐을 다부린 다음, 장인 장모를 뵈러 간다는 말만 남기고 다시 배로 돌아가 하룻밤을 묵었다.
다음 날 아침 장흥가는 삼교아를 찾아와 이야기하였다.
“장인 장모가 몸이 많이 편찮으신 지라 하룻밤 묵고 왔소이다. 장인 장모께서 당신을 보고 싶어 하셔서 내가 오는 길에 가마꾼을 불러 대기시켜 놓았으니 어서 한번 다녀오구려.”
삼교아는 밤새 남편이 돌아오지 않아 이런저런 생각에 가슴 졸이다가 친정 부모가 위중하다는 말을 듣고서는 깜짝 놀랐다. 황급히 상자에서 열쇠 꾸러미를 꺼내어 남편에게 건네주고 하녀를 대동하고 가마 타고 떠날 준비를 하였다. 장흥가는 하녀를 불러 세운 다음 옷소매에서 편지를 꺼내어 주며 당부하였다.
“이 편지를 장인어른께 전한 다음 너는 이 가마 편에 바로 돌아오너라.”
삼교아가 친정에 도착해 보니 친정 부모는 별고 없이 건강하였다. 삼교아는 친정 부모가 멀쩡해서 놀라고, 친정 부모는 시집간 딸이 뜬금없이 찾아와서 놀랐다. 하녀가 편지를 전해 주기에 펼쳐보니 바로 이혼서라.
이혼서를 쓰고 있는 이 사람 장덕은 양양부 조양현 사람으로 어려서 왕씨 댁 따님하고 정혼하였나이다. 하나 왕씨 댁 따님 삼교아가 저에게 시집와 칠거지악을 범하고 말았나이다. 한때 부부의 연을 맺고 산 처지에 그 일을 차마 제 입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지라 친정으로 되돌려 보내니 개가라도 하여 새 삶을 도모하게 하소서. 이 이혼서에는 한 치의 어긋남도 없나이다.
성화 2년(1466) 장덕
편지와 함께 복숭아 색 손수건과 부러진 백옥비녀가 들어 있었다. 왕씨는 이 편지를 보고서깜짝 놀라 삼교아에게 연유를 캐어물었다. 삼교아는 남편이 자신을 버렸다는 것을 알고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왕씨는 씩씩거리면서 사위를 찾아왔다. 장흥가가 놀라면서 절을 올리니 왕씨가 답례하고는 물었다.
“여보게, 우리 삼교아가 곱게 자라 자네에게 시집갔는데, 이제 와서 무슨 죄를 저질렀다고 소박을 놓는가? 그래, 그 이유나 좀 앎세.”
“차마 제 입으로 어찌 말하리까? 따님에게 직접 들으시지요.”
“그 아이가 계속 울기만 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내가 답답해서 이렇게 찾아오지 않았는가. 그 아이야 어려서부터 총명해서 바보 같은 짓을 할 리는 없고, 사소한 실수라면야 이 늙은이 얼굴 봐서 관대히 넘어가 주게나. 자네와 내 딸은 예닐곱 어린 나이에 정혼한 사이 아닌가? 결혼한 후에도 부부 싸움 한 번 하지 않고 금슬이 좋았는데, 장사 나갔다 돌아오자마자 마누라부터 내치다니. 자네 이러면 야박한 사람이라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네.”
“장인어른께 제가 어떻게 무어라 이런저런 말씀을 올리겠습니까. 돌아가셔서 따님에게 우리 집안에 대대로 전해 오던 진주적삼이 하나 있는데, 지금도 잘 간직하고 있는지 한번 물어 봐 주십시오. 만약 진주적삼을 잘 간직하고 있다면 저는 아무 문제도 삼지 않을 것이나 진주적삼을 간직하고 있지 못 하다면 그때는 더 이상 저를 탓하지 마십시오.”
왕씨는 황급히 집으로 돌아가 딸을 불러 물었다.
“장 서방이 진주적삼을 찾던데 너 그걸 누구에게 주었느냐?”
삼교아는 친정아버지가 진주적삼 이야기를 하자 얼굴이 빨개지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하였다. 삼교아가 엉엉 우니 왕씨는 당황하여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친정어머니가 나서서 삼교아를 달랬다.
“그만 울거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얘기해 주어야 우리가 도와 줄 것 아니냐?”
삼교아가 어찌 쉽게 입을 열 수 있겠는가? 나오나니 한숨이요, 흘리나니 눈물이라. 왕씨는 이혼서와 손수건 그리고 옥비녀를 마누라에게 주고서는 딸을 살살 달래어 보라 이르고 자리를 비웠다.
마음이 답답해진 왕씨는 이웃으로 마실을 갔다. 왕씨 마누라는 울어서 퉁퉁 부은 삼교아의 얼굴을 보니 자기도 모르게 측은한 생각이 들어 좋은 말로 달래고는 술이라도 데워 먹이려고 부엌으로 갔다. 방에 혼자 남은 삼교아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진주적삼 없어진 것을 흥가가 어떻게 알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옥비녀와 손수건 또한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중얼중얼 혼잣말을 한다.
“아, 이 부러진 비녀는 깨어진 우리 사이를 이야기하는 것이고, 이 손수건은 나에게 목을 매라는 것이로구나. 그래도 부부간의 옛정이 남아 있어 차마 말로는 못 하고 이렇게 비녀와 손수건으로 부끄럼을 알게 해주신 게로구나. 우리의 결혼 생활이 내 실수로 이렇게 끝나고 마는구나. 아, 내가 남편과의 정을 이렇게 저버리다니. 이제 살아도 의미 없는 인생, 차라리 깨끗하게 죽어 버리자.”
삼교아는 한참이나 흐느껴 울더니 걸상 위에 올라가 대들보에 수건을 매달고는 막 목을 걸치려 하였다.
3 한나라의 여인 탁문군卓文君은 자신의 집에 식객으로 있던 젊은 선비 사마상여司馬相如에게 반하여 그를 따라 야반도주한다. 가난한 사마상여를 도와 술장사를 하여 남편을 출세시킨 그녀는 나중에 아버지의 허락을 얻어 정식으로 사마상여와 혼인한다. 중국에서 남녀가 서로눈이 맞아 애정의 도피 행각을 벌인 대표적인 사례로서 향후 소설과 드라마의 좋은 소재가 되었다.
4 송나라 사람 반필정潘必正은 도관道觀에서 여도사 진묘상陳妙常을 만나 그녀의 미모에 한눈에 반한다. 결국 묘상은 파계하고 필정과 결혼한다.
5 난새와 봉새의 애정 표현에 빗대어 남녀간의 애정을 표현한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성적 결합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