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나무庭樹/ [宋] 허비許棐
올해 뜰 나무에
꽃이 드문 건
책에 빠져 돌보지
못했기 때문
어디서 둥지 짓나
저 까치 한 쌍
마른 몇 가지 꺾으러
날아오누나
今年庭樹著花稀, 因是耽書失事治. 何處結巢雙喜鵲, 却來刪得幾枯枝.(2018.05.13.)
꽃나무를 가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아파트 거주자라 꽃나무를 기를 마당이 없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작은 베란다에 화분을 두고 꽃나무 몇 그루를 기른다. 가장 오래 된 것은 이른 봄에 화사한 꽃을 피우는 영산홍이다. 거의 15년은 된 듯하다. 대구 아파트에 살 때 팔공산 입구 화훼단지에서 분양해서 이곳 곤산(崑山) 아래로 이사올 때도 모셔 왔다. 단 한 번 꽃을 피우지 않은 적이 있지만 매년 분홍색 꽃으로 삭막한 아파트를 찬란하게 장식해준다.
아파트 생활을 시작하며 화초를 기르기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어릴 적 시골 넓은 마당에 꽃밭을 가꿀 때 생각만 하고, 몇 가지 화초를 화분에 쭉 심어둔 채 베란다에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다. 게다가 번역이나 글쓰기에 집중할 때는 베란다에 화초가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을 때가 많았다. 이 때문에 우리 집 베란다에서는 화초들이 거의 1년을 견디지 못하고 말라죽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말라죽은 화초를 볼 때마다 나 자신의 게으름과 소홀함을 책망하며 다시는 화초를 기르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기도 했다.
하지만 가을이 오면 가까이서 노란 국화를 보고 싶고, 봄이 오면 분홍색 영산홍을 보고 싶고, 겨울에는 빨간 게발선인장 꽃을 보고 싶어서 화초 화분을 버릴 수 없었다. 다행이 10년이 넘어가자 나름대로 화분 돌보기 노하우가 축적되어 화초를 고사시키는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게 되었다. 다만 안타깝게도 3년 전 이사올 때 선물 받은 난초 화분을 돌보는 요령이 부족하여 무성했던 난초 잎이 2/3 이상 말라죽고 말았다.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뜰에 심은 꽃나무라면 가지가 마르더라도 까치집 건축재로 재활용될 수 있겠지만, 베란다의 꽃나무는 그렇게 될 수 없다. 일이 바쁘더라도 잠시 틈을 내어 물을 주고 눈길을 주며 사랑을 쏟아야 한다. 사람이나 동물 뿐 아니라 식물에게도 사랑이란 영양제가 필요하다.
한시, 계절의 노래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