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즉흥시春日卽事 9수 중 둘째 수/ [宋] 이천李廌
신록 그늘
짙어 가는데
스러지는 붉은 꽃
드문드문 남아 있네
저 비 속
천 점 버들 솜은
떨어지는 꽃잎
짝하여 날고 있네
新綠陰將就, 殘紅在亦稀. 雨中千點絮, 來伴落花飛.
봄꽃들은 대개 꽃이 먼저 핀 후 잎이 돋는다. 4월 초순이 지나면서 이 산하는 벽옥빛 신록으로 물든다. 남송(南宋) 위종무(衛宗武)는 “붉은 들꽃 남은 꽃잎 자랑하면서, 부드러운 가지로 신록 이끄네(野花衒殘紅, 柔條曳新綠)”(「산행山行」)라고 읊었다. 이제 붉은 봄꽃은 거의 떨어지고 마지막 남은 몇 송이만 찬란했던 봄날을 추억하고 있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이형기, 「낙화」)
스산한 봄비를 맞으며 울긋불긋 봄꽃들이 꽃답게 죽고 있다. 봄꽃의 죽음을 장송하는 듯 그 곁에는 우주를 떠돌던 버들 솜이 하얀 상복에 머리를 풀어헤친 채 붉은 꽃잎을 부여잡고 흐느낀다. 봄이 떠나간다. 하지만 봄꽃의 피울음이 그친 그 자리에는 한 세상을 가득 덮을 초목의 벽옥빛 생살이 푸릇푸릇 새 생명을 풀어낸다.(사진출처: 新浪博客 金牛牛)(2018.04.16)
한시, 계절의 노래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