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무진(李無盡 연성대 관광중국어과 교수) 진행/정리
[엮은이의 말] 주문업 선생은 현재 중국에서 중국고전문학과 전산학을 아울러 이를 디지털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이 분야의 권위자라고 할 수 있다. 본고는 국제학술대회 기간 중 저우원예 선생을 만나 대담을 나누고 정리한 것이다.
리무진 : 먼저 선생님께서 최근 참여하고 계시는 중국고전소설의 디지털화 작업의 동기에 대해서 소개해주시죠.
저우원예 : 저는 전산학을 전공했습니다. 칭화대학을 졸업했죠. 본래 인터넷을 포함한 컴퓨터 전반에 걸친 작업에 종사하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어려서부터 중국고전소설을 포함한 중국고전문학에 흥미가 있었습니다. 그 뒤 컴퓨터와 중국고전소설이라는 서로 상이한 전공을 결합하여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999년부터 이러한 작업이 시작되었고 먼저 『삼국지연의』를 선택하여 작업을 하였습니다. 당시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삼국지연의』의 각종 판본 속에 산재한 많은 과제이었습니다. 물론 『수호전』이나 『서유기』, 『홍루몽』에도 작업하고 연구해야할 많은 것들이 있었지만 『삼국지연의』가 보다 디지털작업에 적합한 전형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삼국지연의』로 시작을 하게 되었죠. 1999년부터 지금까지 작업을 해왔고 최근에는 『삼국연의』의 판본과 지리, 문학방면에서 『삼국연의』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했다고 할 수 있죠. 그동안 어느 정도의 성과가 있었지만 아마도 앞으로 해야할 일이 더욱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리무진 : 최근 중국대륙에서의 중국고전문학 디지털화 방면의 성과와 최신 경향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우원예 : 중국대륙의 중국고전문학 디지털화와 관계된 작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문헌 자체를 디지털화하는 것이죠. 엄청난 분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고적에 대한 디지털화 작업을 진행하는데 이는 크게 그림판과 문자판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문자판은 다시 표점부호를 붙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눌 수 있구요. 두 번째는 이러한 작업의 기초 위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연구하는 작업입니다. 이것은 모든 문헌이 디지털화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겠죠. 이것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작업 중 첫 번째 작업은 수 년간 대륙에서 많은 일반 사람들에 의해 진행되었습니다. 때문에 생긴 큰 문제점 중 하나가 바로 표준이 없다는 것입니다. 국학공사(國學公司, http://www. guoxue.com)는 국학공사대로 서동문공사(書同文公司, http:/ /www.unihan.com. cn)는 서동문공사 나름대로의 표준이 있죠. 마치 춘추전국시대 각자의 표준이 난립한 것처럼 말입니다. 각 사이트마다 그 디지털화방식이 호환이 되지 않아 정작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각자 장점도 있습니다. 예컨대 서동문공사의 전자문고는 그림판과 문자판이 있어 서로 대조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방점은 없습니다. 반면 국학공사는 그림판은 없지만 모든 문자판에 방점을 붙였지요. 결과적으로 발전한 셈이지만 그 토대 위에서 연구는 아직 깊지 못해 이러한 점에서 두 번째 부분의 작업은 앞으로 발전할 여지가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리무진 : 선생님께서는 문헌의 디지털화가 앞으로 어떠한 영항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우원예 : 문헌의 디지털화는 문학연구의 활발하게 만드는 일종의 촉진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완벽하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연구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할 수 없는 몇몇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소설 한 편은 몇 십만 자나 되지요. 사람이 분석을 할 경우 결국 허술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컴퓨터의 기능은 막강합니다. 어떤 표제어를 뽑아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검색하면 하나도 빠짐없이 한꺼번에 쉽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재의 컴퓨터 프로그램에도 문제점은 있습니다. 중국어 처리능력이 아직 한 글자(字)에 머물러 있고 단어(詞)를 다루는데는 많이 미흡하죠. 이러한 것들은 중국 컴퓨터언어방면의 발전에 따라 계속 나아지고 있습니다. 고전소설방면의 연구도 계속 발전하겠지요. 물론 어려운 걸음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소설연구자와 컴퓨터관련학자들이 함께 노력하고 협조한다면 전망은 밝다고 하겠습니다.
리무진 : 컴퓨터를 다루는 전문가들 가운데 선생님처럼 고전문학 디지털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인지요?
저우원예 :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지요. 컴퓨터를 익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하고 고전문학에도 어느 정도 소양이 있어야하니까요. 이 두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가는 매우 적다고 하겠죠. 고전문학을 전공하는 이는 컴퓨터에 젬병이고 컴퓨터 전문가는 고전문학의 어떤 분야를 적용해야할 지 모릅니다. 정보기술을 처음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구상과 구조, 작업과제의 선별입니다. 어떻게 컴퓨터의 장점을 활용해서 연구자가 연구하기 곤란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가가 관건입니다. 컴퓨터에 저장된 수많은 자료들에 제대로 된 프로그램으로 검색하면 오류가 있을 수 없습니다. 때문에 이러한 기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문학연구자들은 계속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헌을 입력하는 회사나 이익단체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이를 이용하여 연구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다행히 요즘 젊은 학자들은 컴퓨터에 익숙하고 이를 사용할 줄 알아 앞으로는 많은 발전이 기대됩니다.
리무진 :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는 문헌의 디지털화에 어떠한 계획을 갖고 계신지 말씀해주십시오.
저우원예 : 두 가지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고전소설 관련 영역입니다. 『삼국연의』에 집중되어 있기는 하지만요. 『홍루몽』, 『수호전』도 작업을 하려 하였으나 아직 한계가 있어서 한 작품 즉 『삼국연의』를 주로 판본, 언어 방면에서 심도 있게 파고 들려합니다. 판본 문제에 있어서는 『삼국연의』의 최초 판본이 어떠하였으며 그것이 어떻게 변형, 발전되었는지에 대해 탐구하려 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연구자들이 직접 다루었던 것이지만 저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다른 각도와 단서로 이를 연구할 것입니다. 또한 『삼국연의』의 언어 연구입니다. 컴퓨터의 언어처리 문제는 현재 특히 고전문학에 있어서는 곤란한 점이 많지만 현대중국어의 분석, 속성 문제는 그리 힘든 것이 아닙니다.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겠지요. 이것이 고전소설 관련의 계획입니다. 두 번째는 현재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로 연대순으로 문학, 지리와 역사 정보를 시스템화하는 것입니다. 문학과 역사, 지리의 세 영역의 자료를 결합하여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것입니다. 이 작업은 우한대학(武漢大學)의 전원신(陳文新) 선생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종이로 된 책의 자료들을 연대순으로 컴퓨터에 입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입력된 데이터베이스는 두 가지가 될 것입니다. 하나는 문학 본문을 입력한 것입니다. 당시를 예를 들면 당대의 각 시인들의 문집이나 『전당시』 같은 시를 입력한 것이 되겠지요. 다른 하나는 문학 외적인 자료 즉 작가의 활동이나 배경 등을 입력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리보(李白)가 언제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어느 곳을 여행하였는지 어떤 시를 지었는지 누구와 교류를 하였는지 이러한 것들을 모두 컴퓨터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료들은 개인의 연보가 될 수도 있고 각종 방식의 연구에 이용될 수 있겠지요. 이러한 방대한 자료의 구축을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전공자들의 협조가 필요하고 중국, 대만, 한국, 일본 등 여러 나라의 학자들의 함께 참여해야 더욱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무진 : 좋은 말씀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