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슈화余秀華-베어도 베어도 끝없는 가을 풀割不盡的秋草

위슈화, <베어도 베어도 끝없는 가을 풀>

난 더는 가을 풀이 신경 쓰이지 않고 그게 내 목에 못 미친 것도 관심이 없다
대지 위에서 풀을 벴다, 봄부터 가을까지
땅의 비밀은 감춰질수록 중요해진다. 심지어 상처들은 다 거짓말이다

당신만 빼고, 나는 대지 위의 모든 것과 무척 가까워졌다
예컨대 오늘 오후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관을 들고 지나갔다
그들은 구름을 끌어내려 사방 천지에 흩뿌렸다

풀을 다 베고 난 잡초 속에 쓰러졌고 잡초는 나를
어떤 사물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숨겨주었다
내 텅 빈 몸뚱이에서 욕망조차 절반이나 새어 나갔다

슬픔에는 이 삶의 조잡함이 없을 뿐. 풀 속에 빈 술병 몇 개가 솟아 있지만
언제 마신 것들인지 나는 잊었다
그것들은 주둥이가 북쪽으로 나 있어 바람 속에서 침침한 휘파람을 분다

풀 베는 것 말고는 난 거의 할 일이 없다
때로 쓸데없이 하늘에 대고 자신을 내주기도 한다
한 사람의 몸에는 죽음과 재생이 첩첩이 겹쳐 있다

割不尽的秋草

我不再注意那些秋草,不再关心它们没及我的脖子
在大地上割草,从春到秋
而土地的秘密越藏越紧。甚至伤口都是谎言

除了与你,我与大地上的一切靠得很近
比如这个下午,一群人抬着棺材经过
他们把云朵扯下来,撒得到处都是

割完草,我倒在荒草里,它们藏起我
比任何事情藏起我都容易多了
我这空荡荡的皮囊,连欲望都泄了一半的气

只是忧伤没有这人生潦草。草里露出几个空酒瓶
我忘了什么时候喝的
它们杯口朝北,在风里打出幽暗的口哨

除了割草,我几乎无事可做
甚至面对天空交出自己也是多余的事情
一个人身上是层层叠叠的死亡和重生

사진 출처 花粉俱乐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