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春寒/ [宋] 문동文同
동풍은 무슨 일로
힘 여전히 미약한지
으슬으슬 변방 추위
나그네 옷 침범하네
묵은 눈 녹지 않고
새 눈이 또 내리니
남쪽 정원 봄볕은
어느 때 돌아올까
東風何事力猶微, 凜凜邊寒犯客衣. 舊雪未消新雪下, 南園春色幾時歸.
눈은 내리지 않지만 꽃샘추위가 사납다. 차가운 시베리아 고기압이 아직 선선히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우리 큰아이 태어나던 전날에는 3월 말임에도 팔공산 정상이 하얗게 덮일 정도로 많은 눈이 내렸다. 2월 뿐 아니라 3월에도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눈이 내리는 날이 드물지 않다.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는 떠나가는 계절의 미련과 다가오는 계절의 주저함이 교차한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다. “언젠가/ 네 곁을 떠난/ 옛 사랑의 추억이/ 숨결처럼 맴돌고 있으리”(정연복, 「꽃샘추위」) 꽃샘추위는 늘 독감 같은 옛 사랑처럼 우리의 몸과 마음을 으슬으슬 얼리며 고열에 이르게 한다. “봄으로 가는/ 마지막 시련/ 옷고름 여미고/ 조금만 더 버티라 하네.”(강신갑, 「꽃샘추위」) 아직 묵은 눈이 다 녹지 않았는데 새 눈이 또 내리기도 한다. 봄으로 가는 마지막 시련이다. 하지만 발길이 더딜 뿐 봄은 언젠가는 온다. 남쪽 정원은 아직도 한기가 가득 하지만 양지쪽 담벼락 밑엔 여린 새싹이 언 땅을 뚫고 고개를 내민다.
그러고 보면 다음 주면 벌써 우수(雨水)다. 북녘 땅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바로 그 절기다. 그 다음 주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다. 꽃샘추위 따위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으랴? 이제 새봄이 온 천지에 가득할 터이다.
한시, 계절의 노래 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