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 혜맹신惠孟臣 추수호秋水壺

이 기물의 몸통은 감람나무 열매 형태로, 미인의 어깨와 가늘고 긴 목을 가지고 있으며, 가운데 부분이 볼록하고 솟은 뚜껑高虛蓋과 차호의 입 부분을 두르고 있는 선과 뚜껑의 가장자리 선이 마치 임금과 신하가 어울리듯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둥근 구슬 형태의 뚜껑 손잡이에는 지지대가 명확하게 받치고 있다. 차호의 주둥이는 약간 길고, 몸통 하단은 비교적 뾰족하며, 호 바닥을 둘러싸듯 감싸고 있는 안굽包底足이다. 호의 바닥에는 ‘추수秋水’라는 두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날카로운 대나무 칼로 반쯤 쓰고 반쯤 새긴 것으로, 필체가 멋들어지고 유창하며 풍부한 감정을 담고 있어 세심하게 감상할 만하다. 이렇듯 차호의 형태와 이름을 차호에 새겨진 서명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군덕君德’, ‘사정思亭’ 등의 형식에서도 볼 수 있다.

추수호秋水壺는 옛 연자호古蓮子壺와 그 형태가 유사하여 손잡이 아래에 늘어진 귀垂耳가 있으며, 기물의 형상이 둥글고 진중한데, 비교적 철구호와 비슷한 것이 옛 연자호이며 보통 더 높고 날씬한 것은 추수호라고 부른다. 이 차호 형식에는 흔히 ‘추수’ 두 글자만 서명되어 있으며 다른 각인은 보이지 않는다. 높은 몸통 스타일은 이싱 자사호에서 자주 보이는 형태이나, 남쪽으로 판매된 주니호 가운데에서는 청나라 중기 이후를 지나며 점차 보기 드문 형태가 되었다. 주니호는 공부차工夫茶를 주로 마시는 민남閩南과 차오저우潮州, 산터우汕頭 등 연해 지역을 주요 시장으로 하는데, 청대의 번성기를 거쳐 이 지역에서 공부차 문화가 발전하며 그 시장 체계가 완성되었다. 즉 차를 마시고 예술을 논하는 공부차의 문화는 이싱 도예가들의 차호 제작에 많은 사상적 영향을 끼쳤다. 당시 차 문화에는 ‘이싱 자사호는 마땅히 낮고 높지 않아야 하며, 마땅히 둥글어야 하고 네모지지 않아야 한다宜壺,宜矮不宜高,宜圓不宜方’는 시각이 있었는데 이는 높은 몸통의 주니호가 쇠락한 이유를 설명해 준다. 건륭 시기 경제적으로 가장 부강할 때 제작된 주니 기물이 가장 볼만한데, 그 아름다움과 당당한 기품이 잘 드러나 세상 사람들이 소중히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