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일언一字一言-36-昆

우리 말에서 昆은 ‘맏이’라는 뜻(訓)을 대표적인 것으로 하지만 글자가 만들어진 초기에는 상당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글자 형태로 보면 해를 나타내는 일(日), 둘, 혹은 세 사람은 의미하는 비(比)가 아래위로 결합한 모양인데, 두 구성요소에 대한 해석에 많은 논란이 있다. 특히 청동기 같은 그릇에 새겨진 문자인 서주(西周) 시대의 금문(金文)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의견이 나뉠 수 있다.

금문의 글자를 보면 위에는 태양을 나타내는 글자가 있고, 아래에는 양 날개를 가진 새가 있는 모양이어서 이것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이 글자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은 아래에 있는 모양은 해를 등에 업거나 입에 물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신조(神鳥)로 보는 것이다. 태양은 하늘에 있으면서 수레바퀴처럼 둥근 모양을 하고 굴러다니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한다고 고대인들은 생각했는데, 이 글자의 모양이 바로 이것을 나타냈다고 보는 것이다.

이 태양은 우주를 만들 수 있는 모든 구성요소를 품고 있는데,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재료만이 모여있는 상태이다. 이것을 혼돈, 혹은 덩어리라고 하는데, 우주의 원기(元氣)라고 보았다. 그래서 昆은 우주의 기운으로 사람과 같은 존재에게 들어와서 그것이 살아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魂(넋 혼)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이 경우 음을 ‘곤’으로 하지 않고 ‘혼’으로 하기도 했다. 뒤섞이다, 광대하다, 덩어리 등의 뜻으로 쓰였다.

곤(昆)에 대한 해석은 전국시대의 설문해자(說文解字)를 거치면서 큰 변화를 겪는데, 비(比)를 사람의 모양으로 해석하면서부터이다. 설문해자에서는 비를 두 사람이 어깨를 맞대고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일하는 모양이라고 하면서 같다, 많다, 동일하다, 형제, 맏이, 아우 등의 뜻으로 해석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과거의 씨족사회에서는 태양 아래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형제들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피를 나눈 형제를 모두 같다고 보아서 동일하다, 공통되다 등을 기본 뜻으로 했다. 전국시대를 지나면서 만들어진 소전(小篆)에서 글자의 아래에 있는 것인 人(사람 인)이 두 개 있는 것으로 보여서 이러한 해석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진(秦)나라 시대에 들어와서는 比의 모양으로 바뀐 뒤 지금까지 그것이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昆은 시대를 거치면서 해석과 뜻이 바뀌기도 하면서 다양한 의미를 만들어냈는데, 맏이, 형, 후손 등의 뜻을 모두 의미가 확장되면서 새롭게 추가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태양 아래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매우 가까운 사이이고, 그것은 형제들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본다. 함께라는 의미도 확장되면서 생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태양을 의미하는 日(해 일)의 원래 모양은 둥근 모양 가운데에 점이 하나 있는 형태였다는 점이다. 가운데의 점은 수레바퀴의 중심을 이루는 바퀴통을 의미하고, 바깥의 둥근 모양은 수레의 바퀴를 나타냈는데, 이것은 태양이 어디든 굴러다니면서 우주의 모든 것을 만들어낸다고 믿었던 원시인들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무제(漢武帝) 때 만들었다는 인공 못인 곤지(昆池)는 우주의 기운, 혹은 겁화(劫火)를 겪은 후에 남은 검은 재(劫灰)인 우주의 원기를 품고 있는 존재로 보기도 하며, 천하에 있는 모든 산의 어머니로 불리는 곤륜(崑崙)은 혼돈의 덩어리가 있는 산이라고 해서 붙여진 것으로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