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당신 雜詩/ 당唐 왕유王維(701~761)
君自故鄉來 그대 우리 고향서 왔으니
應知故鄉事 우리 고향 사정 알겠네요
來日綺窓前 오던 날 우리 안채 창 앞
寒梅著花未 매화꽃 안 피었던가요?
내가 이 시를 처음 접한 것은 1996년 가을 무렵이다. 내가 다니는 국역연수원에서 이 시를 주고 번역하라 한 것이 나와의 첫 대면이다.
그 후 이 시를 여러 액자나 글에서 많이 만났는데 늘 시가 쉽다는 정도의 생각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셋째 구의 ‘綺窓’이란 말이 李玉峰 시 夢魂의 紗窓이란 말을 떠올리게 하였다. 의혹이 있어 삼민서국 <<왕유시문집>>을 펼쳐보니 왕유는 <雜詩>라는 제목으로 총 5편의 시를 썼으며, 이 시는 다른 2시와 함께 연작 시 형태로 되어 있었다. 첫 구는 孟津에 사는 아내가 멀리 간 남편의 편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내용이고 세 번째 시는 봄이 와 매화도 피고 새도 우는데 봄풀마저 자라면 그리움을 어이 달랠까 하는 내용이다. 이 시가 그 가운데 있었다. 즉 이 시는 아내가 남편의 역할이 되어 객지에서 자신의 안부가 궁금할 것이라는 상정을 하고 작성된 것이다. 즉 「九月九日憶山東兄弟」의 수법을 쓴 것이다. 자기 부인을 바로 지적하지 않고 綺窓이라 은근히 표현한 것이 더욱 여성의 수줍은 정서와 잘 어울린다.
박삼수의 <<왕유시전집>>을 보니 왕유의 시를 주제별로 나누었는데 이 시를 여성시, 그 중에서도 부녀시로 분류하였다. 저자의 안목에 탄복한다.
언젠가 중국 여행을 하다가 여성 삐끼들에게 유인되어 노래방에 가서 바가지요금을 물은 적이 있었다. 나는 노래를 잘 못하므로 술을 마시며 그들이 하는 노래를 주로 들었는데 중국 노래 중에 여자가 한 대목 부르고 남자가 한 대목 부르고 하는 노래가 많았다. 이런 것이 바로 樂府詩와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바로 민요이다. 즉 이 시는 왕유 자신의 체험이기 보다는 민요풍으로 남녀의 想思를 주제로 하여 지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왕유의 다른 잡시 2수도 보니 역시 남녀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제목에 雜詩라고 쓴 것은 바로 남녀의 사랑이란 주제를 살짝 가려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시에도 이처럼 남녀를 주제로 한 것은 그 의미를 가린 제목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제목을 시대에 맞게 「그리운 당신」으로 붙였다. 이 시를 장부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시로 보는 것은 하수요, 남자가 여자를 그리워하는 시로 보는 것은 중수요, 여인이 남자를 그리워하는 시로 보는 것은 상수라 할 것이다.
365일 한시 5